2020년 하반기는 청춘 vs 막장 드라마로 요약할 수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청춘기록], [스타트업], 최근의 [런 온]까지 로맨스가 가미된 청춘 드라마가 연이어 공개됐다. 시청률은 다소 아쉽지만 높은 화제성으로 젊은 시청자의 반응을 얻어냈다. 시청률 보증수표 막장 드라마는 [펜트하우스]로 정적을 찍고 있다. 좀처럼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요즘 마의 20%벽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유리 주연의 [거짓말의 거짓말]은 채널A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내년 1월이면 막장 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방영된다. 그 치열한 접전 속에 에디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는 어떤 게 있을까.

에디터 홍선’ Pick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경이로운 소문

이미지: SBS, OCN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보고 나서 반해버린 ‘역전 드라마’ 두 편을 꼽아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첫 인상은 “또 로맨스야?”였다. 하지만 장르의 정공법을 착실히 따르면서 청춘의 고민을 공감 있게 담아내 첫인상의 편견을 바꿔 놓았다. 박은빈과 김민재의 멜로 연기에 눈이 두근거렸고, 인물의 감정들이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에 귀가 설렜다. 정주행이 끝나자 드라마가 다시 묻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 대답은 ‘물론’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제목 그대로 입소문 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신개념 저승사자 카운터와 악귀들의 대결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사연은 눈물을 훔친다. OCN 드라마답게 수사물의 매력도 조금씩 내비친다. 액션, 드라마, 추리, 오컬트까지 그야말로 장르물의 진수성찬을 제대로 차린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만큼은 믿고 봐도 된다.

에디터 혜란’ Pick – 비밀의 숲2 & 경우의 수

이미지: tvN, JTBC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진 않았지만 에디터는 미치게 만든 드라마를 선정했다. [비밀의 숲2]는 1편만큼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했지만, 더 현실적이라 마음에 남는다. 여러 사람의 작은 불의와 침묵이 하나의 큰 악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때를 안 묻히는 게 더 어려운 이 시대에 드라마 속 시목과 여진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제발 작가에게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경우의 수]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고, 여러모로 봐도 명작 반열에는 오르기 어렵다. 하지만 일과 사랑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청춘들을 집중력 있고 아기자기하게 그린 점과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젊은 배우들의 호연은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 드라마를 보며 자기반성을 했다. ‘성장담’임을 알면서도 드라마 속 미성숙한 캐릭터의 생각과 선택을 참아내지 못했던 시청자로서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에디터 영준’ Pick – 청춘기록 & 카이로스

이미지: tvN, MBC

본방사수를 못하면 무조건 재방송으로라도 챙겨본 작품들을 뽑았다. [청춘기록]은 여러 의미로 ‘예쁘게 봐주고 싶은 작품’이다. 배우들은 빛났고,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적이며, 결말은 진한 여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정하와 혜준의 여정을 함께하며 위로를 받은 건 물론이고, 스스로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동기부여까지 됐다. 군데군데 아쉬운 지점도 있는 만큼 완벽한 작품이라 할 순 없으나, 그래서인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카이로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영업한 작품’이다. 막힘없이 달리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매 에피소드 거듭되는 반전은 다음 방송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임에도 복잡하지 않고 한눈에 들어오는 게 매력적이다. 작품성과 재미에 비해 시청률이 잘 안 나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카이로스] 봐주세요… 제발

에디터 원희’ Pick – 산후조리원 & 보건교사 안은영

이미지: tvN, 넷플릭스

에피소드는 적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 2편을 베스트로 선정했다. [산후조리원]은 출산 전후로 임산부가 겪는 일을 그린다. 에피소드마다 출산, 수유, 육아부터 임산부가 겪는 편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선명하게 담아낸다. 각종 패러디와 코믹한 연출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 겪어보지 않아 자칫 모호하게 다가올 법한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다. 교육용 자료라고 해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한국형 슈퍼히어로 드라마다. 알록달록 젤리가 가득한 세계는 기묘하면서도 아름답고, 남들을 도와야 하는 운명으로 학교 안팎에서 펼치는 안은영의 선행은 마음을 울린다. 톡톡 튀는 명랑한 분위기가 가득하고, 중독성 강한 사운드트랙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니 몇 번이고 재탕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에디터 현정’ Pick – 모범형사 & 미씽: 그들이 있었다

이미지: JTBC, OCN

범죄물 애호가 에디터는 휴머니즘과의 적절한 조화로 잔혹한 범죄물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끌어낸 드라마를 소개한다. [모범형사]는 대조적인 두 형사가 양심과 사명감으로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시리즈물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캐릭터 구축이 탄탄하고, 손현주와 장승조의 브로맨스가 기대 이상이다. 결말이 미적지근하나,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수사물을 신선한 캐릭터로 이끌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득한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OCN표 범죄 추적극에 따뜻한 판타지를 더해 간절함으로 이끄는 드라마다. 산 자와 망자가 공존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은 애착이 간다. 역시 시즌제로 진행해도 될 만큼 배경과 캐릭터를 잘 다져놓았다. 상반기 [루갈]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