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OCN

히어로는 대중문화에서 사랑받는 존재다. 악을 응징하고 처단하는 모습에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안긴다. 특별한 능력, 남다른 정의로움은 우리가 좋아하는 히어로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블, DC의 히어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영웅들이 여러 작품에서 활약하며 통쾌함을 건네는데, 최근 인간적인 매력으로 똘똘 뭉친 히어로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웰메이드 웹툰 원작 드라마란 호평과 함께 OCN 역대 시청률을 경신 중인 [경이로운 소문]이 그 주인공이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하고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친다는 판타지 세계관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경이로운 입소문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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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은 친숙한 히어로물에 한국식 정서를 가미해 차별화를 꾀한다. 겉보기에 평범한 언니네 국숫집 직원들은 저승 파트너인 융인들과 일종의 계약을 맺어 초인적인 힘을 얻고, 저승을 탈출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귀들을 잡으러 다닌다. 카운터들이 소탕해야 할 악귀는 악한 영혼이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으면서 발생하고, 사람들을 해칠수록 힘이 강해진다. 드라마는 평소보다 강한 악귀를 사냥하던 카운터들이 간발의 차이로 동료를 잃고, 머물 곳을 잃은 융인 위겐이 소심한 고등학생 소문을 새로운 카운터로 선택하면서 시작한다.

독특한 세계관이 흥미를 유발하면, 인간미 넘치는 카운터들이 시선을 붙든다. 소문, 도하나, 가모탁, 추매옥은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주류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대변한다. 소문은 친구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가모탁과 추매옥, 도하나는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힘이 되어준다. 최장물 역시 위기의 순간에 등장해 일진 학생을 보호하려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후련한 일침을 놓는다. 소문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게 손을 맞잡는 모습은 부조리한 현실과 맞물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괴력, 사이코메트리, 치유력 등 남다른 능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공고히 해 카운터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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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히어로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이틴 성장물, 액션, 스릴러, 휴머 등을 넘나드는 복합장르물로 풍성한 재미를 건넨다. 극의 중심 소문은 전형적인 성장형 캐릭터다. 감정 조절이 미숙해서 위태로운 상황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다. 초반에는 카운터로 새롭게 합류한 소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서사의 기반을 다지고,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소문의 부모를 살해하고, 가모탁을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간 7년 전 사건으로 향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 같은 정을 나누는 카운터들의 모습을 통해 온기를 불어넣고, 옥상 추격신, 1인칭 시점의 액션신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배치해 히어로 서사에 걸맞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 조연할 것 없이 캐릭터에 일체화된 배우들의 열연도 단연 눈에 띈다. 첫 주연을 맡은 조병규는 순진무구한 소문이 무한한 잠재력을 얻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순수하고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풋풋함을 자아내면서 분노와 슬픔으로 흔들릴 때는 캐릭터에 이입하게 되는 공감의 여지를 마련하고, 절친으로 호흡을 맞추는 이지원, 김은수와는 찐친 케미를 뽐낸다. 김세정 역시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라는 걸 잊게 하는 야무진 연기를 선보인다. 언뜻 차갑고 무심해 보이는 하나의 속 깊은 모습을 입체감 있게 완성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도 빈틈없이 소화한다. 유준상과 염혜란도 믿음직한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 유준상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유쾌함을 불어넣고, 염혜란은 따뜻한 카리스마로 현실감을 입힌다. 악귀로 분한 이홍내과 옥자연은 서늘하고 섬뜩한 모습으로 카운터들과의 대결 구도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엇보다 [경이로운 소문]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인물들의 사연을 늘어뜨리지 않고, 감정선이 고조되거나 심각해질 수 있는 순간에 만화 같은 설정과 액션을 배치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균형감 있는 완급조절 덕분에 점차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로 진행됨에도 몰입감은 단단하다. 지금까지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뚝심 있는 행보를 보여줬던 이들이 비극에 얽힌 미스터리를 어떻게 해결하고 악귀들을 소탕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