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욕망이 괴물을 만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다각도로 그려낸 탄탄한 서사와 300억 대의 제작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준 높은 비주얼로 한국형 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스위트홈]을 만족스럽게 봤으나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해 헷갈릴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들과 주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되짚어본다.

송강(차현수)

이미지: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츤데레 순정남으로 눈도장을 찍은 송강은 [스위트홈]에서 측은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은둔형 외톨로 변신했다. 차현수는 죄책감과 상실의 고통에 짓눌려 자살을 결심하지만,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습격하고, 그 자신 또한 감염되면서 그린홈 주민들의 희망이자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송강은 경계를 오가는 인물의 다채로운 면모를 액션과 함께 안정된 연기로 소화해 인상적인 존재감을 새긴다.

이진욱(편상욱)

이미지: 넷플릭스

편상욱은 보기만 해도 위압적인 존재감에 불편해지는 인물이다. 인상은 험악하고 말투는 불친절하며 타인의 시선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알고 볼수록 인간적이고, 거칠고 단단한 모습 뒤로 상처가 가득해 보인다. 이진욱은 편상욱이란 캐릭터를 만나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야성적인 이미지로 시선을 붙든다. 괴물과 마주쳐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야수 같은 모습부터 사람들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까지 탁월하게 소화해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시영(서이경)

이미지: 넷플릭스

서이경은 특수부대 출신 소방관이라는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합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성을 잃지 않는다. 생전 처음 마주하는 두려움 앞에 무력해지기보다 용감하게 맞서려 한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맡은 이시영은 강인하고 믿음을 주는 카리스마로 그의 역할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무기 없이 맨몸으로 괴물을 상대하는 강도 높은 액션도 멋지게 소화한다.

이도현(이은혁)

이미지: 넷플릭스

[18 어게인]에서 18세 몸으로 돌아간 30대 홍대영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던 이도현은 [스위트홈]에서 차가운 이성을 가진 의대생으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이은혁은 인간적인 배려보다 다수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감염자가 된 현수는 살아남은 주민의 생존과 편의를 위해 철저히 이용된다. 은혁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린홈 주민을 이끌면서도 유일한 가족인 은유에게는 오빠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이도현은 자칫 냉정하게만 비칠 수 있는 인물에 복합적인 감정을 불어넣어 캐릭터의 서사를 풍성하게 한다.

고민시(이은유)

이미지: 넷플릭스

옥상에서 홀로 발레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은유는 신비롭고 청초한 첫인상과 달리 냉소로 가득한 인물이다. 죽음으로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빠의 보호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영화 [마녀]에서 발랄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선보였던 고민시는 [스위트홈]에서는 마음을 닫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은유를 맡아 극한 상황에서 차츰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특유의 찰진 대사 소화력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박규영(윤지수)

이미지: 넷플릭스

가수 지망생 지수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과 괴물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모두 갖춘 인물이다. 이기심으로 팽배한 그린홈 주민들 사이에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더욱 빛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주목받은 배우로 떠오른 박규영은 [스위트홈]에서 생존 본능으로 맞서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캐릭터로 또 한 번 눈길을 끈다. 특히 국어교사 재헌과 끈끈한 동료애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다.

김남희(정재헌)

이미지: 넷플릭스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괴물과 싸우고 주민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국어교사 재헌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는 인물이다. 이응복 감독과의 전작 [미스터 션샤인]에서 분노를 유발했던 모리 타카시를 연기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의로운 전사 같은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믿음을 준다. 그뿐인가, 처음부터 함께 생존을 모색했던 이웃 주민 윤지수를 향한 애틋한 감정도 마음을 잡아끈다.

고윤정(박유리)

이미지: 넷플릭스

길섭(김갑수)의 간병인 박유리는 단아한 모습과 달리 또박또박 다부진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천식을 앓으면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고, 길섭을 챙기면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2019년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에서 재인의 소꿉친구 소현 역할로 데뷔하고,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서럽게 울던 방석 귀신 고등학생을 연기한 게 전부지만,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김성철(정의명)

이미지: 넷플릭스

중섭이 이끄는 범죄자 무리는 그린홈 주민들을 극한의 위기로 몰고 간다. 냉혹하고 비열한 무리에서 의명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 김영철, [플레이어]에서 악랄한 재벌 후계자 지성구, 최근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일편단심 순애보를 가진 한현호로 두각을 나타낸 김성철은 특별 출연한 [스위트홈]에서는 향후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미스터리를 가진 인물을 선명하게 그려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