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즐길 것이 절실했던 올해, 다행히 TV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고립된 사람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답답함과 무료함을 달랬다. 그중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은 드라마 10편을 소개한다.

아이 헤이트 수지(I Hate Suzie)

이미지: 웨이브

메타크리틱: 85 / 로튼토마토: 94 / IMDB: 6.7

[닥터 후], [페니 드레드풀]의 빌리 파이퍼와 [석세션]의 작가 겸 제작자 루시 프레블이 만든 [아이 헤이트 수지]는 휴대폰이 해킹당해 곤경에 빠진 배우의 이야기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랐으나 어느덧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수지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적인 관계가 담긴 사진이 유출되면서 사생활과 경력을 무너뜨릴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아이 헤이트 수지]는 사생활 침해의 여파를 다각도로 살피며, 개인의 삶을 박탈당한 수지가 이중잣대와 편견으로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을 충동적인 블랙 코미디로 담아낸다.

플라이트 어텐던트(The Flight Attendant)

이미지: HBO

메타크리틱: 76 / 로튼토마토: 98 / IMDB: 7.2

매력적인 승객과의 달콤한 하룻밤이 악몽으로 변해버린 승무원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코미디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체 옆에서 깨어난 승무원이 흐릿한 기억을 되살리고자 애쓰며 살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혼란스러운 여정을 다룬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의 수잔나 포겔 감독이 연출과 제작에 참여했으며, [빅뱅 이론]의 칼리 쿠오코가 공황 상태에 빠진 자기 파괴적인 성향의 승무원으로 분해 쇼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시즌 2가 확정됐다.

더 크라운(The Crown)

이미지: 넷플릭스

메타크리틱: 85 / 로튼토마토: 97 / IMDB: 8.7

지난 11월에 공개된 [더 크라운] 시즌 4는 마거릿 대처 수상의 재임 기간인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엘리자베스 2세와 대처 수상의 갈등,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격동의 80년대를 다룬 만큼 어느 때보다 냉담하고 암울하며 날카롭다. 앞서 세 시즌과 달리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공개 이후 일부에서 불만스러운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 넷플릭스는 ‘허구’임을 고지해달라는 영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더 보이즈(The Boy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메타크리틱: 80 / 로튼토마토: 97 / IMDB: 8.7

여전히 어둡고 폭력적이며 잔인하고 냉소로 가득하지만, 그만큼 강렬한 재미가 있다. 부처와 휴이, 팀원들은 수배자 신세가 된 상황에서도 법망을 피해 보우트사에 맞서려 하고, 슈퍼히어로 집단 세븐을 관리하는 보우트사는 스톰프론트를 영입하고 홈랜드를 견제한다. 시즌 2는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 가짜 뉴스, 기업 비리 등 좀 더 현실에 밀착된 이야기로 슈퍼히어로의 신화를 비틀어 호평을 받았다. 다만, 에피소드 3편을 선보이고 매주 1편씩 순차적으로 공개한 아마존 정책은 불만을 샀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Lovecraft Country)

이미지: HBO

메타크리틱: 79 / 로튼토마토: 90 / IMDB: 7.1

비평가들의 찬사를 끌어낸 [왓치맨]처럼 백인 우월주의와 장르물이 결합된 드라마다. 인종분리 정책이 실시되던 195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년 아티커스가 고향으로 돌아와 친구 레티티아, 조지 삼촌과 함께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초현실적인 공포로 묘사하며,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드러낸다. 맷 러프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언더그라운드]의 미샤 그린이 각본을 맡고, J.J. 에이브람스와 조던 필이 제작에 참여했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

이미지: 넷플릭스

메타크리틱: 79 / 로튼토마토: 99 / IMDB: 8.7

올해 하반기 그 어떤 작품보다 화제를 모은 드라마는 [퀸스 갬빗]이 아닐까. 체스를 몰라도 안야 테일러 조이의 재치 있고 강렬한 연기만으로 7부작을 순삭하는 집중력을 가진 드라마다. 약물 중독, 알코올 의존, 정서적인 결핍 등의 문제가 있는 베스가 승부에 대한 집착과 열망으로 남성 중심적인 체스 세계를 정복하는 이야기는 매 순간 흥미진진하며 짜릿한 긴장이 가득하다. 월터 태비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로건], [그 땅에는 신이 없었다]의 스콧 프랭크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위 아 후 위 아(We Are Who We Are)

이미지: 왓챠

메타크리틱: 77 / 로튼토마토: 88 / IMDB: 7.0

혼란스럽고 서툴지만 어떤 고정관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아 헤매는 두 십대를 따라간다.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에 사는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은 남들은 모르는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려는 시선에 개의치 않고 특별한 유대감을 나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작품답게 세련된 음악과 유려한 영상미가 매혹적이며,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는 벅찬 감격을 선사하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펜15(PEN15) 시즌 2

이미지: 웨이브

메타크리틱: 93 / 로튼토마토: 100 / IMDB: 8.0

이상하고 어지럽고 달콤 씁쓸한 사춘기를 그린 드라마다. 공동 창작자 마야 어스킨, 애나 콘클이 막 중학생이 된 아웃사이더 절친으로 분해 코미디와 드라마를 아우르며 반짝반짝하다가도 하염없이 곤두박질치는 우여곡절 일상으로 초대한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시절의 향수에 기대는 대신, 사춘기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춰 감정적인 공감대를 끌어낸다. 지난 9월 공개된 시즌 2 파트 1은 부모의 이혼, 짝사랑, 괴롭힘, 때때로 흔들리는 우정 등을 더욱 세밀하게 탐구하며 더 웃기고, 더 달콤하고, 더 가슴 아픈 초상화를 완성했다.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시즌 2

이미지: 디즈니 플러스

메타크리틱: 76 / 로튼토마토: 96 / IMDB: 8.7

[아이언맨], [라이온 킹]의 존 파브로가 만든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를 몰라도 쉽게 접근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제국의 몰락(제다이의 귀환) 이후, 유능한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딘 자린)이 임무 중 만난 베이비 요다(그로구)와 함께하는 모험을 액션과 유머가 있는 서부극 스타일의 우주 활극으로 담아낸다. 수준 높은 특수효과와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은 웅장함을 더해주고, 거의 대부분을 헬멧 속에 숨은 페드로 파스칼은 카리스마로 있는 연기로 캐릭터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전한다. 최근 프랜차이즈 팬들에게 감동을 안긴 결말로 마무리한 두 번째 시즌은 한층 다양해진 캐릭터와 늘어난 팬 서비스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시즌 3

이미지: 넷플릭스

메타크리틱: 75 / 로튼토마토: 99 / IMDB: 7.3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는 창의적이고 대담한 SF 드라마다. 시즌 3는 지금까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먼 미래로 향해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한다. 지난 시즌 마지막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웜홀을 통과했던 마이클은 930년 후의 미래로 넘어와 그로부터 1년 후에 도착한 디스커버리호의 대원들과 함께 연방이 사라진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아 탐험을 지속한다. 화합을 추구하는 스타플릿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며, 뛰어난 상상력과 기술력으로 구축한 32세기 미래는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