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역사 속 인물들이 창작 작품에 등장할 때가 있다. 실존 인물과 사건이 허구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그 대상이 잘 알려진 인물이라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마블 유니버스에도 많은 실존인물들이 존재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캡틴 아메리카가 히틀러에게 주먹을 날리는 표지는 유명한 사례다. 그 외에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스파이더맨과 만나거나 벤자민 프랭클린의 유령이 데드풀의 동료가 되는 등 소소하게 등장하곤 했다. 심지어 역사의 위인들이 비밀조직을 결성해 지구를 지켜왔다는 설정의 이야기도 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브라더후드 오브 더 쉴드’

‘브라더후드 오브 더 쉴드’는 고대 이집트의 의사 겸 학자이자 피라미드를 건축한 임호텝이 곤충형 외계 종족인 브루드의 지구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이후, 중국 후한의 과학자 장형이나 아라비아의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이얀 같은 세계 각지의 석학들이 조직에 가담했고,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크리 외계 종족의 로봇에 대항하기 위해 로도스의 거상을 만들어 맞서기도 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갤럭투스라는 우주 존재와 싸웠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아이작 뉴턴’

조직의 몇몇 인물들은 세상엔 죽은 것으로 속이고 현대까지 생존해 있기도 하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연금술 덕분에 영원한 생명을 얻은 후, 자신을 지도해준 갈릴레오를 비롯해 파스칼이나 존 로크 같은 지적인 라이벌들을 제거하고 조직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또한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를 감금하고 고문하여 미래에 대한 정보를 독점했으며, 마법을 익혀 에인션트 원이 죽은 뒤에 소서러 슈프림이 되기도 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악한 행동을 하는 뉴턴의 대척점에는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 비행기, 로봇 등을 만든 그는 마침내 시간여행 기술을 마스터해 현대로 넘어와 조직을 장악한 뉴턴에게 맞섰으며, 닉 퓨리 등 세계 최고의 스파이들을 모아 여러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각각 쉴드와 하이드라 같은 조직을 창설했다. 다빈치는 최근엔 토니 스타크와 같은 천재들을 모아 새로운 계획을 꾸미고 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미켈란젤로’

예술가인 미켈란젤로는 아기 때 신비한 우주의 기운을 받아 시공간을 다루는 힘을 얻었다. 그에게 있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 교류 전기 시스템과 무선통신을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화제의 두 기업인 니콜라와 테슬라가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는 사이보그가 되어 전기를 발사할 수가 있다. 이밖에 벤자민 프랭클린도 소속 요원이었고,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미스터 판타스틱의 아버지 너새니얼 리처즈, 브루스 배너의 약혼자 베티 로스 같은 가공의 인물들도 모두 브라더후드 오브 더 쉴드에서 활약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사이보그가 된 니콜라 테슬라’

아무래도 실존인물, 그것도 여러 분야에서 존경받는 인물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엔 부담감이 있을 텐데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없는지 궁금하다. 특히 아이작 뉴턴이 악역으로 묘사되는 것을 후손이나 추종자들이 내버려 두고 있다니? 당장 뉴턴 문중에서 소송을 걸 법도 한데, 이 정도는 창작의 자유로서 포용해주는 것일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유명한 인물들이 마블 코믹스 안에서 다른 마블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것이 반갑고 흥미롭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