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소울(Soul) – 앞만 보고 달려왔던 당신을 일깨우는 작은 행복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원희: ★★★★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가장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이 아닐까. [소울]은 꿈에 그리던 재즈 클럽 공연을 앞둔 조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 떨어지고, 영혼 22의 멘토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려는 조는 태어날 준비가 된 영혼이 받게 될 지구행 통행증을 사용하기 위해, 태어나기 싫어하는 영혼 22에게 인생의 불꽃을 찾아주려 한다. 22는 조와 함께 하면서 새로운 삶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하고, 조는 그를 보면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목표를 이루는 것만이 진정한 삶의 목적이라 여기고, 정작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행복을 놓치고 살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아름다운 재즈 피아노의 선율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더해져 감동이 배로 다가온다.

제이티 르로이(J.T. LeRoy) – 충격 실화, 밋밋한 재현

이미지: ㈜영화사 빅

에디터 현정: ★★☆ 천재 작가란 호평을 받으며 문학계를 넘어 대중문화의 유명 인사가 됐던 작가가 알고 보니 가짜다? [제이티 르로이]는 2000년대 중반 미국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작가 로라 알버트(필명, 제이티 르로이)의 충격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로라 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다이앤 크루거가 각각 대중에게 나서길 두려워하는 작가 로라와 가짜 작가로 나선 사바나, 명성을 회복하고자 영화화를 시도하는 배우 에바로 분해 호기심을 더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실화와 쟁쟁한 출연진 외에 영화가 제시하는 것은 뚜렷하지 않다. 일단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된 로라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가 왜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고 사바나에게 가짜 역할극을 부여했는지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는다. 로라 던 특유의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연기가 인물의 심리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점점 복잡 미묘한 심리에 휩싸이는 인물들의 갈등도 겉돌기만 하고 밋밋하게 흘러간다. 분명 극적이고 매혹적인 사기극인데, 실화가 가진 강렬함을 영화에선 찾기 힘들다. 

오늘, 우리2(Today Together2) – 가족을 정의하는 여러가지 시선

이미지: 필름다빈

에디터 영준: ★★☆ “오늘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오늘, 우리2]는 각기 다른 감독들이 연출한 단편 영화 네 편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었다. “낙과”에서는 서먹한 부자 관계를,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아프리카로 떠난 엄마를 추억하는 삼 남매, “갓건담”에선 헤어진 부모의 재회를 꿈꾸는 아들, “무중력”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각 작품이 그린 이야기와 이를 풀어낸 형식은 제각각이지만, 네 작품 모두 전통적인 개념만으로는 오늘날의 가족상을 정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또 의지할 수 있다면 그게 가족이라는 메시지는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안겨줄 것이다. 본래 옴니버스 영화로 계획되지 않았던 네 작품을 한데 묶었기에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영화제가 아니라면 보기 힘들 작품을 이렇게라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Outside the Wire)생각을 잊게 하는 액션, 생각을 받쳐주지 못한 이야기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많은 SF 영화가 다뤘던 ‘사람 vs AI’의 논쟁에서 “인간은 감정이 있기에 실수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가진 AI가 독자적인 판단을 한다면 그건 현명한 선택일까, 최악의 위기일까? 이 어려운 문제에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생각하는 블록버스터’로 도전장을 내민다. 핵테러를 막기 위한 두 군인의 활약상을 버디 무비 스타일로 진행하고, 상관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임이 밝혀지면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기계적인 판단을 했던 신입이 실제로 인조인간과 함께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을 통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액션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검프라고 불리는 A.I 로봇들의 전투 장면은 현장감 넘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와 몰입감을 더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과 A.I.의 가치 판단 논쟁이 헐거워지면서 시종일관 차가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안드로이드 상관 안소니 마키의 매력이 점점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생각하는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소재의 무게감을 뒷받침하기엔 이야기의 밀도가 부족해 또 하나의 양산형 액션영화로 그치고 만다.

원 나잇 인 마이애미(One Night in Miami) –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가치 있는 논쟁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에디터 혜란: ★★★★ 1964년 어느 밤, 마이애미의 한 모텔방에서 당대의 아이콘들 – 맬컴 X, 캐시어스 클레이(무하마드 알리), 샘 쿡, 짐 브라운 – 이 모여서 ‘나눴을 법한’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당대 아프리카계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네 사람은 삶의 변화를 앞두고 각자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날카로운 논쟁을 벌인다. 마이너리티로서 힘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탁월한 성공도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없는가, 노선 갈등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을 논한다. 네 사람의 생각 차이는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현실을 보여주며 여전히 분열과 갈등을 경험하는 21세기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연극 원작 작품답게 시공간 배경은 한정적이지만, 짜임새 있는 극본과 주연 배우들의 멋진 연기, 공간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섬세한 촬영으로 단조로움을 극복한다. 오스카와 에미상을 수상하며 연기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레지나 킹은 이 영화로 뛰어난 연출자라는 것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