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증언], [계단: 아내가 죽었다], [살인자 만들기]처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하면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넷플릭스의 라이브러리는 무궁무진하다. 셰프들의 삶과 철학, 완벽함을 추구하는 탐구 정신을 다룬 [셰프의 테이블], 지구의 경이로운 자연을 탐사하는 [우리의 지구], 전문적인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유명 영화의 제작 비화를 담은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분야를 막론하고 흥미로운 토막 지식을 전달하는 [익스플레인]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넷플릭스의 많고 많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가볍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거나 혹은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작품 7편을 소개한다.

도시인처럼(Pretend It’s a City)

이미지: 넷플릭스

냉소적인 유머 감각이 빛나는 대담 형식의 다큐 시리즈다. 말이 필요 없는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한국에는 출판 서적이 없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작가이자 비평가 프랜 리보위츠가 뉴욕에서의 삶과 예술, 건강, 돈, 책, 재능 등 다채로운 테마로 구성된 대화를 주고받는다. [도시인처럼]은 수십 년을 뉴욕에서 살아온 뉴요커 프랜 리보위츠의 명쾌한 직설화법이 단연 매력이다. 일례로 유머 감각을 어떻게 배우냐는 질문에 키를 어떻게 키우냐는 말과 똑같다고 응수하며 날카로운 재치를 보여주는데, 그가 말할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박장대소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모습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 시청자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더없이 유쾌하다.

욕의 품격(History of Swear Words)

이미지: 넷플릭스

일상에서 가장 다양하게 쓰이는 F**k부터 성경이 인정한 Damn까지 욕의 기원과 영향력을 탐구하는 다큐 시리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진지한 모습(?)으로 진행을 맡아 대표적인 비속어 F**k, Sh*t, B*tch, D**k, Pu**y, Damn의 역사를 소개한다. 각 단어가 어떻게 발생했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떤 변화를 거치며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쳐왔는지 각계 분야의 전문가와 배우, 코미디언들이 영상 인터뷰를 통해 족집게 과외를 하듯 엑기스만 뽑아 알려주는데, 20분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돼 가볍게 보기에 좋다.

에일리언 월드(Alien Worlds)

이미지: 넷플릭스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겠지.” 1997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다. 우리는 예전부터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생명체를 상상해왔는데, [에일리언 월드]는 바로 그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다큐 시리즈다. 지난 20년간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바깥에서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근거, 무한한 상상력에 지구의 생명 법칙을 적용해 외계 행성에서 살아가는 외계 생물을 창조하고, 이를 완성도 높은 기술력으로 생생하게 구현한다.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외계 생명체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먹이를 먹고 번식하며 살아가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지점이 흥미롭다.

스파이크래프트(Spycraft)

이미지: 넷플릭스

[007]부터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첩보 기술의 실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다큐 시리즈다. 영화보다 더 놀랍고 은밀하며 치명적인 스파이 활동을 가장 기본적인 도청과 감시 임무를 시작으로 암살, 암호, 특수작전 등 8가지 주제로 살펴본다. 역사 속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첩보 행위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소개하며, 기술발전과 함께 스파이 활동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30여 분의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담아내느라 깊이는 다소 부족하다.

F1, 본능의 질주(Formula 1: Drive to Survive) 시즌 1-2

이미지: 넷플릭스

짜릿한 쾌감으로 가득한 포뮬러 원(F1)의 세계에 빠져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스포츠로 꼽히는 포뮬러 원은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다. [포뮬러 원: 본능의 질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최고의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머쥐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장을 따라간다. 속도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은 물론 팀을 이끄는 사람들을 통해 경기장 밖에서도 공존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담아낸다. 엄청난 속도와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경합을 펼치는 레이스를 보고 있으면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배우 이제훈이 [사냥의 시간] 홍보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봤다가 F1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꼽았다.

하이 스코어(High Score)

이미지: 넷플릭스

게임 마니아라면 지나칠 수 없는 다큐 시리즈다. [하이 스코어]는 1980-90년대 비디오게임의 황금기에 군림했던 ‘팩맨, ‘마리오’, ‘소닉’, ‘스트리트 파이터’, ‘둠’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게임의 역사를 조명한다. 컴퓨터 업계의 선구자들과 시대를 앞선 아티스트들이 기발한 재능과 노력으로 신세계를 창조한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케이드 게임에서 가정용 콘솔 시대로 변화하고, 닌텐도 NES가 성공을 거둔 후 세가가 어떤 전략을 구축했는지 등 비디오게임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한 과정을 볼 수 있다. 픽셀 애니메이션 같은 재기 발랄한 연출이 비디오게임의 역사에 시각적인 재미를 더하고, 친절하고 알기 쉽게 구성된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시절의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성우 찰스 마티넷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이미지: 넷플릭스

이보다 완벽한 추억 여행이 있을 수 있을까.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농구를 몰라도 누구나 아는 전설의 승부사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황금기를 담은 다큐 시리즈다. 시카고 불스의 단장 제리 크라우스와 필 잭슨 감독 간의 갈등부터 농구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 지금은 고유명사가 된 에어 조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한때 야구선수로 전향했던 마이클 조던의 방황과 복귀, 1997~1998시즌에서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하기까지 경기장 안팎의 방대한 이야기를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그 시절 영상을 더해 생생하게 담아낸다. [스위트홈]의 이도현, 김남희가 추천작으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