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지난 3월 12일 김소현, 정가람, 송강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가 공개됐다. 시즌 1은 좋알람에 방패를 설치해 누구에게도 마음을 들키지 않게 된 조조가 방패를 없애기 위해 좋알람 행사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여자친구 육조와 함께 있는 선오, 그리고 조조를 한결같이 바라보는 혜영을 마주하면서 막을 내렸다. 과연 그 이후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시즌 2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좋알람 시스템이 등장한다. 이전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10m 이내에 있을 때 알람이 울렸는데, 새롭게 출시된 좋알람 2.0은 앞으로 자신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기능을 선보인다.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좋알람은 이젠 세상을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모두 좋알람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말과 행동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연인이 되기보다는 알람이 울리는지 여부를 통해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데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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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흐름에서 조조와 혜영의 관계가 돋보인다. 학창 시절 내내 가정에서 폭언에 시달려왔던 조조는 선오를 만나 행복한 찰나를 보내면서도 자꾸만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불행한 사건·사고들이 겹치면서 큰 아픔을 겪는다. 결국 조조는 더는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기 위해 방패를 사용해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혜영은 자신의 마음을 가슴에 묻어두고 묵묵히 조조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조가 가장 힘들어할 때 담백하게 한 걸음 다가가서 부담스럽지 않게 기운을 북돋운다. 조조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늘 한결같이 다정한 애정을 보여준 혜영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시즌 2에서는 조조의 상처뿐 아니라 혜영이 가진 아픔이 새롭게 드러난다. 다정하고 배려 넘치는 혜영에게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의 아버지는 일말의 반성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오로지 조기 출소를 위해 내친 가족들 다시 찾는다. 혜영은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지 않을까 의심한다. 이 과정에서 조조와 혜영의 구도는 시즌 1과 반대로 흘러간다. 이전에 혜영이 조조의 외로움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조조가 혜영의 아픔을 알아보고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서로의 구원자이자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방패를 가진 조조는 혜영의 좋알람을 울릴 수 없어도 혜영은 한결같은 말과 행동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조조의 좋알람을 울린다. 조조는 이따금 방패에 가려진 자신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도 혜영을 향한 애정을 단단하게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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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조조와 혜영이 이뤄지면서 끝맺는다. 어째서 혜영은 되고, 선오는 아니었던 걸까? 그 답은 선오가 조조의 학교에 찾아가면서 결정되었다고 본다. 선오는 좋알람 배지클럽 상위권에 들 정도로 인지도 높은 유명인이다. 그가 조조의 강의실에 들이닥치고 조조의 좋알람이 울리자, 조조는 비난에 가까운 수군거림을 듣는 것은 물론 SNS에 영상이 떠도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사건을 알게 된 혜영은 ‘조조는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며 선오의 행동을 문제 삼고, 선오는 ‘자신은 다 잃을 각오로 찾아간 거’라고 소리친다. 두 사람의 대사가 말해주듯, 선오는 늘 조조보다 자신의 감정을 따르는 것이 우선인 반면, 혜영은 상황을 마주하면서 조조가 느낄 감정을 먼저 생각한다. 자신과 상대방, 둘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확연히 갈리면서 러브라인은 조조와 혜영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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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조조와 선오가 맺어지길 기대했던 팬들로부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얻었다. 삼각관계 외에도 덕구와 굴미의 서사, 좋알람 2.0의 개발자인 브라이언 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짧은 에피소드에 다루느라 뒤로 갈수록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조조와 혜영의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같은 연애는 봄바람처럼 설렘을 안긴다. 무엇보다도 껍질을 닫고 곪아가던 조조가 상처를 당당히 드러내고 곧게 자란 나무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부시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선 조조와 혜영,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선오와 육조까지 모두가 앞으로도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