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로맨스는 유치하고 뻔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다른 장르보다 진입문턱이 낮다.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 가볍게 접할 수 있고,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신선하기도 하다. 게다가 배우들의 비주얼은 훈훈할 때가 많다. 오글거리는 전개에 항마력을 시험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게 또 장르 특유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시절 추억이 따라오는 건 덤이다. 아픈 성장통이면서도, 사랑스럽고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를 만나보자.

열여덟의 순간 (2019)

이미지: JTBC

10대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담담한 톤의 성장 드라마다. 강제전학생 준우가 자신을 향한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불합리한 현실에서 새로운 우정과 사랑, 믿음을 마주하며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연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옹성우의 존재감이 안정적이다. 외로움이 일상이 된 준우 역을 맡아 세심한 연기로 캐릭터에 연민을 자아낸다. 여러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향기 역시 우등생 수빈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믿고 보는 연기력’을 입증한다. 또한 최근 [괴물]로 주목받고 있는 심나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하다. 하이틴 드라마하면 떠오르는 만화 같은 로맨스나 치열한 입시경쟁 대신,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10대들의 예민한 감수성에 주목해 성장통을 겪는 이들을 응원과 위로의 시선으로 보듬는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1 (2019)

이미지: 넷플릭스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세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앱으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배우들의 비주얼은 웹툰을 찢고 나온 듯 훈훈하다. 반경 10미터 안에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 앱이 출시된 세상이 배경이며, 모델 출신 인기남 선오가 조조와 혜영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삼각 로맨스가 시작한다. 조조는 좋알람을 통해 선오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설레는 일상을 되찾지만, 주위의 시기 어린 시선과 현실의 장벽 앞에서 힘겨워진다. 선오의 12년 지기 친구이자 조조를 먼저 좋아한 혜영은 서로 좋알람을 울린 두 사람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나 마음은 쉽지 않다. 혜영과 선오, 두 남자 사이에서 조조는 어떤 선택을 할까. 최근 공개된 시즌 2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후 성인이 된 세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2019)

이미지: MBC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라는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이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이틴 로맨스다. 독특한 설정과 통통 튀는 전개, 풋풋한 영상미와 감성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방영 내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김혜윤, 로운, 이재욱, 김영대, 정건주 등 차세대 배우들의 훈훈한 케미스트리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야기는 자꾸만 기억이 사라지고 환각을 보는 듯한 증상을 겪던 은단오가 자신이 순정만화의 엑스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면서 시작한다.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던 인물이 자아를 찾고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에 설레는 로맨스가 더해져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름 없는 소년이었던 하루와의 로맨스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을 붙들면서, 서브병을 유발했던 백경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라이브온 (2020)

이미지: JTBC

10대들의 발랄하고 풋풋한 사랑과 우정 스토리에 추리극의 요소를 더한 작품이다. 안하무인 SNS 스타 백호랑이 수상한 목적을 갖고 방송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백호랑은 교내 점심 방송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사연이 소개되자 익명의 저격수를 찾기 위해 방송부에 가입하고, 완벽주의자 방송부장 고은택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제보자의 정체를 쫓는다. 상극 관계였던 백호랑과 고은택은 서로가 품은 외로움에 공감하며 남다른 유대감을 형성하고, 익명의 저격수는 점점 더 대담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주변 친구들의 아기자기한 로맨스도 서사를 다채롭게 채운다. 아쉽게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신인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여러 장르의 매력을 이질감 없이 담아낸 연출은 호평을 받았다.

여신강림 (2020)

이미지: tvN

작가 야옹이의 동명 인기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이 화장을 통해 여신급 외모로 거듭난 후 새로운 사랑과 우정을 마주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른다. 주경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은호와 티격태격하면서 차츰 가까워지고, 이들 사이에 주경을 짝사랑하는 서준과 주경을 시기하는 수진이 개입하면서 학교생활은 복잡해진다. 새로울 건 없지만 ‘얼굴맛집’이라 할 만큼 배우들의 비주얼이 눈부시다. 연기력 또한 안정적이다. 문가영은 원맨쇼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치고, 차은우는 전작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브병을 유발한 황인엽의 존재감도 인상적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논란을 피하진 못했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이틴 로맨스로 제격이다.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2020)

이미지: kakaoTV

중드 [치아문단순적소미호(2017)]를 리메이크해 카카오TV 누적 조회수 3723만 뷰를 기록한 작품이다.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신솔이와 그가 17년째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차헌, 그리고 학교 친구들의 풋풋한 로맨스와 우정을 그린다. 번번이 거절당하면서도 차헌을 좋아하는 신솔이에게 든든하고 다정다감한 전학생 우대성이 나타나자, 차헌은 뒤늦게 솔이에 대한 마음을 자각한다. 드라마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사회 초년생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를 그려내 공감도를 높인다. 극중 배경을 2000년대로 설정하고 당시 유행했던 사복 패션과 2G 휴대폰, MP3 등의 소품을 적극 활용해 몽글몽글한 첫사랑의 기억뿐 아니라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