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햇빛 아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는 아이스 커피를 든 모습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여전히 일상에 제약이 많아 쉽지 않다. 그럴 땐 스크린을 통해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바다 풍경으로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루카(2021)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루카]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이다.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와 패기 넘치는 ‘알베르토’는 사실 물만 닿으면 보라색 피부가 드러나는 바다 괴물이다. 그리고 인간과 바다 괴물은 관계가 썩 좋지 않아 정체를 들키면 도마 위로 직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새로 사귄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토와 파스타를 실컷 먹는 등 마음껏 인간 세상을 탐험한다.

[루카]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본인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작품이다. 눈부신 하늘색 바다, 형형색색 지붕의 집, 강렬한 햇볕을 담은 따스한 풍경은 마치 관객이 이탈리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루카 그리고 알베르토와 함께 이탈리아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보자. 천진난만한 루카와 알베르토의 아슬아슬한 모험은 6월 17일 개봉한 [루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맘마미아!(2008)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따사로운 그리스 해변을 고스란히 담은 [맘마미아!]는 주인공 ‘소피’가 결혼식을 앞두고 혼주석에 앉힐 친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코발트 빛 지중해를 품은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야기는 ‘친아버지 찾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영화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엄마와 딸의 관계다. 영화는 모녀 관계와 중년의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감동을 선사한다. 동명의 뮤지컬을 리메이크한 [맘마미아!]는 배우진이 ‘Dancing Queen’, ‘Honey, Honey’, ‘Mamma Mia’ 등 ABBA의 히트곡을 직접 불러 작품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영화는 45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고 덕분에 속편 [맘마미아! 2]가 제작되었다.

트립 투 그리스(2021)

이미지: 하이, 스트레인저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트립 투 그리스]는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 두 남자의 미식 여행기를 담은 ‘트립’ 시리즈의 피날레 편이다. 스티븐과 롭은 그리스의 관광 명소와 맛집을 돌아다니고,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예술과 사랑을 논한다. 이들이 펼치는 6일간의 여유로운 그리스 여행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그리스에 온 느낌을 받을 것이다. 호주 언론 The Age는 이 영화를 ‘한잔의 토닉 같은 영화’라 칭했다. 여행이 쉽지 않은 이 시국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으면 [트립 투 그리스]를 보자. 영화는 7월 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이미지: 티캐스트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많은 수작을 배출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그가 연출한 가족 영화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담겨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다르지 않다. 대신 이 영화는 사람 냄새뿐 아니라 바다 내음도 깊게 담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를 만나고 넷이 함께 살면서 진짜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도쿄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도시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자매의 소박한 일상을 그리면서 평온한 바다처럼 잔잔히 흘러간다. 여름날의 불꽃놀이, 유리처럼 반짝이는 해변, 매실을 따며 즐거워하는 ‘스즈’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푸른 해변 마을로 떠나고 싶은 이에게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추천한다.

빛나는 순간(2021)

이미지: 명필름/(주)씨네필운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진옥’과 그를 다큐멘터리에 담는 PD ‘경훈’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진옥은 경훈을 만나 잠시 물질을 멈추고 제주를 걸어본다. 숲을 걷고 꽃을 보며 고무 옷 안에 묻어둔 감정을 마주 보게 된다. “바다는 다 알아, 우리 마음”이라는 영화의 문구처럼, 진옥과 경훈은 제주를 거닐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하며 애틋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서울과 제주처럼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써내려가는 사랑은 6월 30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