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이제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막장 오브 막장’이라 부르는 것은 지나치게 약소한 표현이지 싶다. 한국 막장 드라마 역사에서 김순옥 작가만큼 악과 폭력의 번성을 이처럼 천연덕스럽게 그린 장본인이 있었던가? [펜트하우스]는 시즌 1~2에서 온갖 반전으로 머리를 띵하게 하더니 시즌 3에서도 욕망의 바벨탑을 더 높이 쌓아 올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 탑이 제대로 무너지려면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무시무시해질지, 상상하는 것조차 버겁다. 많은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려는 욕구와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다른 즐길거리를 찾겠다는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운데, 일단 3화까지 나온 주요 의문점들을 짚어보며 마음을 진정시켜 보자.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미지: SBS

[펜트하우스 3]는 심수련을 제외하고 각자의 범죄로 인해 수감된 오윤희, 하윤철, 주단태, 천서진 등 주요 인물들이 초반부터 우여곡절 끝에 출소하면서 더욱 극렬한 갈등과 증오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시즌 2에서 헤라팰리스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로건 리가 폭탄 테러로 사망한 이후, 주단태에게 큰 원한을 품은 ‘찐단태’ 백준기와 ‘제니 아빠’ 유동필이 본격 합류한 상황이다. 시즌 3는 최종장답게 극중 최악의 악당인 주단태를 완전히 몰락시키는 서사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악의 근원 주단태를 처단할 사람은 과연 누구?

[펜트하우스]의 인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크고 작은 악을 저질렀지만, 만인의 적 주단태는 선처의 여지가 전혀 없는 절대악이다. 쇼윈도 아내인 천서진과 다른 헤라팰리스 주민들이 웃지 못할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노인으로 변장하고 로건 리를 심수련의 눈앞에서 폭사시키고, 불륜을 저지른 법관을 협박해 결국 무죄로 석방되는 등 시즌 3 1화부터 시청자들에게 숨 막히는 고구마 폭탄을 선사했다.

현재로서는 주단태의 뻔뻔하고 당당한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적수가 영 없어 보이는데, 그나마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백준기에게 기대가 쏠리고 있는 정도다. 심수련도 비슷한 처지지만 주단태(로 살고 있는 백준기)에게 이름, 신분, 가족, 재산 등 모든 것을 뺏긴 백준기(진짜 주단태)야말로 주단태에게 철퇴를 내리치기에 가장 적격인 인물이 아니겠는가? 과거 주단태 때문에 감옥살이를 한 유동필 역시 복수귀로 유력한 인물이다. 하지만 3화 엔딩에서 유동필이 분수대 헤라상 속에 숨겨진 시체(주단태에게 살해당한 주혜인의 생모인 김미숙)를 꺼내고, 주단태가 이를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 이상 유동필이 오히려 그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누가 되든 간에 주단태를 철저히 파멸시키는 이가 나온다면 [펜트하우스] 전 시즌을 통틀어 그만한 사이다는 없을 것이다.

주석경, 하은별, 주혜인: 딸들의 반란?

[펜트하우스]는 어린 자녀들이 부모가 저지른 악행에 휘말리거나, 부모 이상의 악인으로 거듭날지도 모를 ‘싹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란을 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주단태와 나애교의 딸 주석경은 심수련의 딸 민설아와 오윤희의 딸 배로나를 연달아 괴롭힌 청아예고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서 진작부터 많은 욕을 먹었다. 시즌 2 말미에서 쌍둥이 오빠 주석훈과 함께 양모인 심수련을 지지하고 주단태에게 등을 돌리며 통쾌함을 주기도 했으나, 시즌 3에서는 배로나를 아끼고 자신을 퇴학시킨 심수련에게 끝내 반발을 표하며 주단태에게 돌아선다는 암시를 주었다. 안 그래도 로건을 잃고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린 심수련은 주석경으로 인해 더 세게 발목을 잡혀 고생하게 생겼다.

주석경의 폭주로 잠시 잊혔지만 모친 천서진만큼 갱생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하은별 또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지금은 전 과외선생이었던 진분홍에게 잡혀 살며 고생하고 있지만, 하은별 역시 민설아를 죽기 직전까지 괴롭혔고 배로나 살인미수의 진범이었으니 시즌 3에서는 어떻게든 타당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전 시즌 내내 병약한 환자였던 주단태와 심수련의 양딸 주혜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또 다른 복병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본인도 끊임없이 주단태에게 살해당할 뻔했고, 주혜인의 생모 김미숙은 진작에 주단태에게 살해됐으며, 생명의 은인인 로건 리 역시 주단태를 처단하려다 역으로 죽음을 당했으니, 주혜인은 어떤 식으로든 심수련에게 힘을 실어 철천지원수 주단태의 몰락에 일조할 게 분명하다.

로건의 형과 심수련의 또 다른 핏줄?

심수련과 행복해지려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로건 리는 시즌 3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설정으로만 존재하다 시즌 3 2화에야 등장한 로건의 친형 알렉스 리, 그리고 로건이 생전에 오윤희에게만 말한 ‘심수련의 핏줄’ 건이 그것이다. 알렉스 리의 경우는 사실 등장 이유보다도 로건이 위장한 구호동을 능가하는, 미국 흑인 래퍼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외모로 극의 몰입도를 거의 파괴해 버린 게 문제다. 오죽하면 [펜트하우스] 팬들이 ‘저 꼴을 보고도 NG를 안 내다니 정말 연기파’라며 이지아의 연기력을 칭송(?)했을 정도. 게다가 해외 시청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한 대로, 알렉스의 캐릭터는 미디어 속 흑인 스테레오 타입을 일말의 고려도 없이 그대로 구현한(심지어 엄연한 기업가인 알렉스 리의 자유분방함을 무리하게 포장한) 인종차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앞으로 알렉스 리가 동생 로건의 원수를 갚고 주단태에 대한 모두의 복수에 기여할 예정이라면 이런 연출은 어느 면에서든 더더욱 피했어야 좋았을 것이다.

더불어 로건이 오윤희에게 자신의 금고 열쇠를 주며 언급한 ‘심수련의 핏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심수련의 쌍둥이 출산 당시 병원 기록을 근거로, 아버지 주단태에 이어 쌍둥이 동생 주석경과도 틀어진 주석훈이 사실 나애교가 아닌 심수련의 친아들, 즉 죽은 민설아의 쌍둥이 형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누구의 핏줄이든 결정은 김순옥 작가와 제작진이 내리겠지만,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고 해도 심수련이란 인기 캐릭터를 이처럼 자기 가족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바보로 만드는 게 과연 필요한 길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앞으로도 극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펜트하우스 3]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사실이 유일한 장점으로 남지 않을까?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