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많은 사람들이 겪는 10대 시절은 참 알다가도 모를 나이다. 괜스레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옳은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엇나가며, 떨어지는 낙엽에도 여러 생각을 품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도 10대라는 성장기다. 과연 해외 드라마의 청춘들은 어떤 일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을까? 다섯 편의 청춘 드라마를 통해 어른들은 몰랐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보자.

더 와일즈 (The Wild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조금은 색다른 10대 소녀들의 성장기를 그린 [더 와일즈]는 2020년 12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되어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10대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여름 캠프를 떠나는 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무인도에 좌초하면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실제 드라마를 보면 8명의 주인공이 가진 사정은 훨씬 복잡다단하며, 갈수록 드러나는 음모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극중 대사처럼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옥 같았던 무인도 생존기를 10대의 섬세한 감정으로 녹여내어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데리 걸스 (Derry Girls)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시즌 3가 공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영드가 있다. 1990년대 북아일랜드 데리주에 살고 있는 여고생 에린 퀸과 그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코미디 [데리 걸스]다. 청초하거나 화려한 비주얼을 가진 인물을 내세우는 여타 틴 드라마와 다르게, [데리 걸스]는 사정없이 망가지는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격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웃음에만 모든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개신교 학교와의 평화교류를 가장한 미팅,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던 테이크 댓의 콘서트,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방문 등 90년대 아일랜드의 시대와 문화상을 반영한 에피소드로 뜻깊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컨트롤 Z (Control Z)

이미지: 넷플릭스

멕시코의 10대 드라마 [컨트롤 Z]는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쉽게 보기 힘들 드라마였을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의 한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뛰어난 추리능력을 지닌 소피아와 이제 갓 전학 온 하비에르가 범인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스토리다. 얼핏 보면 추리물 같지만 틴 드라마답게 로맨스와 갖가지 떡밥을 담아 이야기의 흥미를 더한다. 대부분 이 같은 장르물에서 로맨스의 대상과 범인이 동일 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는 클리셰를 비틀어 뜻밖의 반전을 전하기도 한다.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현재 기획 중이며 2022년 초쯤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My Mad Fat Diary)

이미지: E4

국내에도 꽤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한 영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역시 10대 청춘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폭식, 비만, 자해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레이첼이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사실 초반만 해도 인생의 출구가 없어 보였던 레이첼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괴짜 주변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레이첼이 달라지고 좀 더 용기를 갖는 모습에 감동 이상의 뜨거운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한다. 또한 오아시스를 비롯해 9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들의 노래로 그 시절의 추억들을 소환한다.  국내에서는 왓챠, 웨이브, 티빙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워킹 데드: 월드 비욘드 (The Walking Dead: World Beyond)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지금까지 소개한 드라마 중 가장 격렬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을 꼽자면 [워킹 데드 월드 비욘드]의 청춘들이 아닐까. [워킹 데드: 월드 비욘드]는 글로벌 히트작 [워킹 데드]의 두 번째 스핀오프다. 기존 시리즈와 동시간대가 아닌, 10년 후를 배경으로, 아이리스-호프 자매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틴 드라마답지 않은 주인공의 초라한 비주얼과 밋밋한 성격 때문에 흥미가 떨어졌지만, 좀비와 싸우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곳곳에서 10대 특유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섬세하게 담아내 흥미를 유발한다. 세계관을 과도하게 확장한 메인 시리즈와 달리 기획부터 시즌 2로 못을 박아두었기에 스토리가 엇나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