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볼거리 중 하나다. 타격감이 있는 격투 액션부터 박력 넘치는 총격 액션, 짜릿한 속도감을 전하는 카체이싱,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 액션 등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처럼 호화로운 스케일은 아니지만, 다채로운 시도와 캐릭터들의 독특한 매력으로 인상 깊은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올드보이], [짝패], [아저씨] 등이 수준 높은 액션을 선보인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이제 또 어떤 영화들이 그 뒤를 훌륭하게 이어갈까. 최근 몇 년 사이 개봉작 중에서 찾아봤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Deliver Us from Evi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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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황정민과 이정재가 다시 만났다. 이번엔 삶의 열의를 잃은 처절한 암살자와 복수에 사로잡힌 무자비한 추격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두 남자의 피도 눈물도 없는 추격전을 타격감이 살아 있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담아낸다. 특히 스톱모션 기법을 차용해 두 인물의 살벌한 대결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그중 영화의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격돌하는 인남과 레이의 첫 만남이 강렬하다. 좁은 복도에서 방으로, 그리고 쇠창살을 두고 대립하는 두 남자의 모습이 온몸이 들썩이는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야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듯한 살기등등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범죄도시 (The Outlaws, 2017)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주)키위미디어그룹

[부산행]에서 주먹으로 좀비들을 때려잡던 마동석이 맨손으로 범죄자들을 평정하는 강력반 형사가 됐다. [범죄도시]는 마동석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린 영화다. 상대방을 단번에 제압하는 마동석표 액션의 통쾌함과, 거친 외모와 대비되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적절히 배합해 화끈한 재미를 선사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악무도한 범죄자 장첸으로 분한 윤계상이 마동석과 대결 구도를 이루며 극적인 재미를 배가한다. 영화의 후반부 공항 화장실에서 펼쳐지는 두 인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과 더불어, 장첸의 악랄함을 지독하게 그려낸 회갑연 액션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소화기에서 나온 분말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린 회갑연장에서 손도끼를 휘두르며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이수파 보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뒤 악을 쓰는 장첸은 무섭도록 섬뜩하다. 장첸이란 인물이 있기에 마동석표 액션이 더 통쾌하게 다가온다.

아수라 (Asura : The City of Madness, 2016)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피 비린내 나는 악의 지옥도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영화다. 차악과 최악만 있을 뿐 선과 악의 대결구도는 없다. [아수라]는 생존을 위해 악의 하수인이 된 비리 형사를 중심으로 더 큰 권력과 탐욕을 목표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간들의 핏빛 전쟁을 그린다. 악인들이 뒤엉킨 동정 없는 세상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시원한 쾌감보다 숨 막히게 괴로운 통증으로 가득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장례식장 혈투가 대표적이다. [아수라]의 과잉된 폭력은 카체이싱에서도 남다르게 발휘된다. 주인공 한도경의 쌓아왔던 감정이 광기로 표출되며 폭우 속 위험한 질주를 강렬하게 그려낸다.

악녀 (The Villain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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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거칠고 역동적인 액션으로 사로잡는다. 최정예 킬러 숙희가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은 뒤 자신을 둘러싼 잔인한 비밀을 마주하고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리는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작부터 숨 돌릴 틈 없는 강렬함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비좁은 복도와 계단 등에서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한 무리의 남자들과 맞붙는 유혈낭자한 액션 시퀀스를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낸 것. 이는 액션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보기 드물게 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내세운 [악녀]는 이후에도 다채로운 액션으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 야쿠자들과 펼치는 오토바이 추격신은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오마주하기도 했다. [악녀]는 정병길 감독이 파일럿 에피소드 연출과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마존 시리즈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부산행 (Train To Busa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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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를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영화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한 승객들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달리는 기차라는 공간적 배경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감염 속도는 빠른데 탈출구가 없다는 점에서 좀비물의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살아남은 승객들은 기존의 좀비물에서 흔하게 등장했던 총 한 자루 없이 맨몸으로 맞선다. 그중 화장실에 고립된 가족과 승객을 구하기 위해 석우(공유), 상화(마동석), 영국(최우식)이 좀비 떼를 뚫고 열차 칸을 건너는 장면이 인상 깊다. 대열에 앞장선 상화는 경찰봉과 야구방망이를 든 석우, 영국과 달리 맨주먹으로 좀비에 정면으로 맞선다. 마동석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장점을 영리하게 살리면서 장르적 쾌감을 끌어올린 좋은 예다. 주먹으로 좀비를 떼려 잡는 마동석이 있었기에 [부산행]이 더 많은 사람들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 아닐까. 지난 2월, [부산행]은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