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서울대 의대 99학번 동기이자 지금 율제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사 5인방을 중심으로 병원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시즌 1에선 시청자에게 99즈 5인방을 각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 2에선 시즌 1에서 쌓은 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관계와 사건을 가져온다. 99즈는 여전히 99즈이고 [슬의생]는 여전히 우리가 좋아했던 그 맛, 그 스타일이지만 이야기는 넓어지고 캐릭터는 깊어졌다.

이미지: tvN

[슬의생]은 다섯 주인공의 캐릭터와 직장 생활을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이 부분은 시즌 2에서도 변함이 없지만, 다섯 명의 다양한 모습 중 다소 미진했다고 느꼈던 부분이 채워진 점이 반갑다. 그중 송화의 새로운 모습이 가장 반갑다. 시즌 1에선 러브라인의 존재감이 기대 이상으로 커지면서 송화의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시즌 2 초반 에피소드에선 율제병원에서 수술 제일 잘하는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 레지던트들의 논문을 꼼꼼하게 돌봐주는 교수 채송화가 잘 그려진다. 특히 같은 길을 걷는 레지던트 허선빈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선생님이자 후배들의 롤모델로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다.

[슬의생] 시즌 2는 99즈가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에게로 범위를 넓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환자와 보호자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직장생활 에피소드나 인턴과 전공의들이 중심인 성장담도 있다. 시즌 2 6회에선 1년을 훌쩍 뛰어넘고 의대생 윤복과 홍도가 인턴이 되면서 뽀시래기들의 진짜 의사 되기 스토리가 시작됐다. 지난 시즌 잠깐 등장했던 인턴들은 레지던트 2년 차가 되어 그들만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장겨울, 추민하, 도재학 등 지난 시즌 성장담의 주축이었던 이들은 치프 레지던트나 전임의가 되었다. 아직 여물지 못했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이들은 99즈에게 조언과 지도를 구하고, 99즈는 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옛 모습을 떠올리거나 지금 그들에게 부족한 점을 찾는다.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보고 배우며 성장하는 [슬의생] 속 사연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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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감독은 이 드라마는 “그저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는 병원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일 뿐인데, 그게 큰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보낸 후 친구들과의 밥 한 끼, 커피 한 잔에 행복해하는 99즈의 모습이 그렇다. 실수하면서 배우고 작은 성취에 기뻐하는 의사들,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보호자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간호사들의 모습도 그렇다. 수많은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작은 사회이자 유기체인 병원 그 자체도 위로가 된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판타지”라고 비판한다. 이렇게 헌신적이고 환자를 위하는 의사는 세상에 없다고 말이다. 99즈의 설정이 현실에선 없을지 몰라도,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들에 비해 독특하진 않다. 다만 그들은 의사가 해야 하는 일, 사람을 살리고 그들의 회복을 도울 뿐이다. [슬의생]은 그런 것들이 없는 현실을 비판하거나 명확한 코멘터리를 남기진 않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율제병원 유니버스를 선사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니 일주일 중 아주 잠깐이나마, 이 유토피아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을 마음껏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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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흘러가듯 드라마 속 99즈의 일상도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큰 사건이 없을 걸 알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겨울-정원 커플은 언제쯤 결혼을 할까? 석형은 아직 네 번 남은 민하의 애정고백을 받아들일까? 일방적 이별 통보에도 여전히 익순을 그리워하는 준완은 익순을 다시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익준과 송화는 언제쯤 친구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날까? 그리고 99즈는 어떤 노래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사할까? 이런저런 궁금함을 품고 다음 목요일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