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의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원작과 시각적으로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면서 방영 전부터 커다란 기대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중반을 지난 현재, 시청률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의 넷플릭스 시청 목록 상위권에 오르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 JTBC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역시 주인공 유나비와 박재언을 연기하는 한소희와 송강이다. 비주얼만 본다면 무조건 합격점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두 배우의 합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비주얼만으로는 시청자를 100%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박재언을 그려내는 송강의 연기력이다.

박재언은 누가 봐도 ‘선수’다. ‘끼 부린다’, ‘흘리고 다닌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성들을 누구 하나 막아서는 일 없이 호의 이상의 태도를 보이면서 깊게 얽매이지 않는 관계를 태연하고 능청스럽게 이어나가는 인물이다. 캐릭터의 성격상 소위 말하는 ‘나쁜 놈’임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자꾸만 빠져들게 될 만큼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송강이 연기하는 박재언의 표정과 대사, 행동에는 태연함과 능숙함 대신 어색함만이 짙게 감돌뿐 특유의 매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유나비가 박재언의 행동과 표정, 말투에 매번 싸함을 느끼면서도 자꾸만 흥미를 갖게 되는 모습에 이입하기 힘들고, 두 사람 사이에서 은근한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에서도 케미스트리를 완벽하게 끌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촬영 사이사이를 담아낸 메이킹과 비하인드 영상에서의 모습이 더 로맨틱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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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연기에서 비롯된 괴리감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둘째치고,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마음을 갖고 노는 것처럼 보이는 박재언 캐릭터의 특성상 두 사람의 관계에 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4회에서 유나비 곁에 새로운 인물인 양도혁이 등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 단짝 친구이며 첫사랑인 유나비를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다. 박재언과는 정반대로 오로지 유나비를 향한 일편단심을 드러내는데, 워낙 호불호가 갈릴 만한 성향을 지닌 박재언과 대비되어서인지 유나비와 양도혁의 관계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유나비는 첫 연애를 실패로 끝낸 전적이 있다. 전 남자친구는 이기적이고 궤변으로 관계를 조종하려 했고, 유나비의 신체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외설적으로 전시한 데다가 바람까지 피웠다. 유나비가 그다음으로 만난 박재언이 보여주는 행보 역시 도저히 덜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유나비에게는 뭔가 더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여주면서도 막상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두리뭉실한 말과 행동으로 선을 긋고 밀어낸다. 유나비 외에도 비슷한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도 않고, 유나비와 단둘이 밤을 숱하게 보낼지언정 절대로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 방영한 6회에서 박재언은 그간의 일을 후회하는 건가 싶은 행동을 하다가도 유나비와 만났던 바의 같은 자리에서 처음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전히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연달아 마음고생하는 유나비 곁에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는 양도혁이 등장해 설렘을 안겨주니, 이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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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커플의 서사가 아쉬움을 자아내긴 해도 드라마의 시청을 포기하지 못할 만큼 매력적인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바로 유나비의 같은 과 친구로 등장하는 윤솔과 서지완, 일명 ‘솔지완 커플’이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의 첫인상은 윤솔이 서지완을 혼자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고, 서지완은 윤솔을 그저 절친으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서지완이 윤솔이 썸남처럼 보이는 남자를 만나자 벌컥 화를 내면서 질투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낸다. 윤솔은 서지완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 채 여전히 일편단심이고, 서지완은 윤솔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파악하지 못해 때때로 혼란스러움을 내비친다. 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귀엽고도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톡톡 튀는 재미를 준다.

총 10부작인 [알고있지만,]은 벌써 중반부를 넘어서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극과 극처럼 보이는 박재언과 양도혁 사이에서 유나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또, 솔지완 커플은 서로에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까?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드라마지만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