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나의 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너는 나의 봄]은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풍선껌]의 이미나 작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정지현 감독, 그리고 서현진, 김동욱, 윤박, 남규리 등 쟁쟁한 배우들. 이 정도면 드라마에 기대를 품지 않을 수가 없다. 반환점을 돈 지금, 드라마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이미지: tvN

주인공 다정의 별명은 쓰레기 콜렉터다. 지금까지 사귄 남자들이 그랬고, 그런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영도는 다정의 ‘쓰레기 수집 경향’을 단번에 간파했고, 기분 나쁜 다정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껄끄럽게 시작한 그들의 관계는 한 사건으로 크게 변한다. 다정을 쫓아다녔던, 잘생기고 다정하고 끈질긴 남자 채준이 자신의 본명이 최정민이며 여러 명을 살인했음을 고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망설임 끝에 마음을 연 상대가 살인자임을 알게 된 다정은 충격과 허탈함을 느낀다. 최정민이 소시오패스임을 알아봤던 영도 역시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다정의 곁에서 그가 마음을 추스르는 걸 돕는다. 드라마에선 다정과 영도의 로맨스, 그리고 최정민의 유언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두 개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꽤 설레게 그려진다. 서른넷과 서른여덟, 사랑이든 인생이든 어느 정도는 알기 때문에 누군가를 그저 사랑하는 게 두려운 나이다. 그런 두 사람이 아픔을 위로하고 일상의 작은 소동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걸 보면, 너는 나의 “봄”이라는 제목의 느낌처럼 마음이 간질거린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미스터리 파트도 흥미롭다. 최정민에게 동료를 잃은 형사들은 유서의 진실 여부를 끝까지 파헤친다. 이들의 앞에 최정민과 꼭 닮은 사람, 그의 쌍둥이 이안 체이스가 등장하면서 혼란은 더해진다. 최정민과 체이스, 다정과 영도가 어릴 적 한 장소에서 만난 적이 있으며, 그게 살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최정민은 왜 다정에게 접근했을까? 최정민과 체이스, 둘 중 누가 유서 속의 피해자들을 죽였을까? 미스터리 파트는 이런 질문들에 해답을 찾는 게 목표다.

이미지: tvN

문제는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조화롭지 않다는 것이다. 두 스토리의 연결 장치를 세심하게 마련했지만 어떨 땐 마치 다른 드라마 두 편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초반부, 최정민이 죽고 체이스가 등장해 다정과 영도와 본격적으로 엮이기 전까지 더욱 그랬다. 대본도 대본이지만, 이야기 파트별로 “여긴 로맨스!”, “여긴 미스터리!”를 외치는 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그린 것도 한몫했다. 이 차이는 처음부터 보는 시청자가 드라마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 가장 큰 이유다. 다행히 다정과 영도의 마음이 깊어지고, 다정과 체이스가 서로를 알아갈수록 이질감은 조금씩 옅어진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인다. 서현진, 김동욱 두 배우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로맨스나 미스터리, 어떤 부분이든 흔들림 없이, 가벼운 코미디, 꽁냥꽁냥 로맨스, 진한 감정 연기까지 모두 소화해낸다. 유치한 티키타카, 진지한 고백과 위로의 순간 등 다정과 영도가 함께하는 장면에서 두 배우의 연기 합은 정말 잘 맞는다. 영도와 다정의 친구들, 직장 동료들 등 주변 사람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최고의 신스틸러는 안가영 역의 남규리다. 유명 배우이자 영도의 전 부인인 가영은 자기중심적이지만 악의는 없는, 얄미운데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남규리는 상반된 매력이 있는 안가영을 찰떡같이 연기하며 영도와 다정의 로맨스에 속도를 걸고 드라마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정함을 연기하는 소시오패스와 어두운 과거를 품은 남자, 1인 2역을 맡은 윤박 또한 인상적이다. 최정민과 체이스, 둘의 차이를 시청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고심하고 연기하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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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봄]은 사랑의 감정이 아름답게 그려진, 이야기를 풀어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드라마는 맞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초반부 이야기와 잔잔한 전개 때문에 그 진가를 알고자 하는 시청자는 더 줄어들고 있다. 물론 시청률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만큼 매력 있는 작품인 걸 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