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음식을 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소원부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까지, 말 그대로 ‘무엇이든’ 가능하다. TVING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이야기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게 될까?

이미지: TVING

동명 소설 원작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식당에 손님이 찾아오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음식’이란 송지효의 말에 이내 홀린 듯 음식을 음미한다. 시간이 흘러 소원은 이루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손님에게서 가져간다는 내용의 반복이다. 어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단순한 패턴이지만, 작품의 흥미로운 요소들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우선 마녀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사연에 눈길이 간다. 이들의 소원은 ‘세계 정복’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로또 1등 당첨’,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결합’, ‘사기꾼/범죄자에 대한 복수’ 등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일이다. 이러한 소원을 바라게 된 계기, 혹은 인생의 위기 또한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연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되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성취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에피소드가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은 않는 점도 의외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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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과 채종협을 비롯한 출연진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송지효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화려한 패션과 메이크업, 차가움과 잔혹함 속에 숨겨진 따뜻함, 그리고 ‘마녀’라는 설정까지. 조희라는 자칫하면 오글거린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요소들로 꽉 채운 캐릭터지만, 송지효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을 이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현재와는 다른 수수한 매력과 감정선을 펼쳐보이기도 한다. 괜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라는 호평이 이어지는 게 아니다.

송지효와 남지현, 그리고 채종협이 연기한 조희라와 정진, 이길용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 또한 매력적이다. 희라와 진의 서사는 이른바 ‘혐관(혐오 관계) 맛집’이다. 어머니가 인수한 식당의 전주인이 사기를 치는 바람에 가게가 망할 위기에 처했던 진은 희라에게 복수해줄 것을 소원으로 빈다. 복수로 인해 가게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진은 어떻게 사람을 죽이냐며 충격에 빠지고, 희라는 그의 태도가 위선적이라 비웃기도 한다. 이렇게 출발이 좋지 못했지만,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며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얽힌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은 뻔하지만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진과 희라의 ‘혐관 케미’와 달리, 진과 길용의 달달한 ‘로맨스 케미’로 설렘을 안겨준다. 길용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도중 손님으로 찾아온 진과 마주치고, 첫눈에 반해 앞으로 그를 지켜주겠다고 결심한다. 어찌나 단단히 결심했는지, 자신도 학교폭력에 부상을 당해 체대 입시가 무산된 힘든 상황에서도 “진의 곁에 있고 싶다”라는 소원을 빌 정도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와 ‘썸 타는 사이’를 넘나들며 보는 이들에게 풋풋함과 애틋함을 선사한다. 남지현을 졸졸 따라다니는 채종협의 ‘대형견 매력’이 두 사람 서사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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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 캐스팅과 관계성, 화려하고 자연스러운 CG 연출로 호평받는 작품이지만, 호불호의 영역도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플롯이 평면적이고 반복적이기에 보는 이에 따라선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과 특유의 대사 톤과 결말부가 오글거릴 여지가 있다.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지점도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8화에선 송지효가 떠나면서 남지현이 식당의 주인 자리를 이어받았고, 채종협은 조력자로서 그의 곁을 지키게 됐다. 송지효가 그랬던 것처럼, 남지현 역시 손님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음식을 대접하고 소원을 들어줄 테다. 과연 남지현이 이끌 마녀식당에는 또 어떤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찾아올까? 두 번째 시즌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