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는지, 혹은 문제에 휘말린 인물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궁금해서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는 매력이 있다. 인물들 간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심리적인 긴장감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전개도 범죄 소설에 빠져드는 이유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탐험하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셜록]처럼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부터 [마인드헌터]처럼 서늘한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까지, 범죄 소설을 영상화한 드라마 7편을 소개한다.

덱스터 (Dexter)

이미지: Showtime

올해 하반기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올 [덱스터]는 살인 본능을 억누르고 이중생활을 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제프 린제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유능한 혈흔 분석가이면서 흉악범들을 처단하는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기존 범죄 스릴러와 차별화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드라마의 매력이다. 본모습을 들키지 않고자 평범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덱스터를 볼 때면 인간적인 감정이 들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잔혹한 연쇄살인을 소재로 삼지만 연출 톤이 마냥 무겁지 않아 이야기에 진입하기도 편하다. 드라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세련된 감각의 오프닝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캐치온)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이미지: DirecTV

장르 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추리영역에 도전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다. 은퇴 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형사가 자신을 조롱하는 살인마와 두뇌싸움을 펼치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담아낸다. 소시오패스 범죄자로 분한 해리 트레더웨이의 소름 끼치는 존재감이 무척 인상적인데, 노쇠한 전직 형사로 분한 브렌단 글리슨과 팽팽하게 대립각을 이루며 드라마를 힘 있게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빌 호지스 3부작’을 토대로 총 세 시즌이 방영됐다. 지난해 은퇴한 형사 빌 호지스의 조력자로 활약했던 홀리 기브니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HBO 오컬트 스릴러 [아웃사이더]가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웨이브)

영원히 사라지다 (Gone for Good)

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프랑스 드라마 [영원히 사라지다]는 할런 코벤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10년 전 형과 첫사랑을 잃은 남자가 어머니의 장례식 후 감쪽같이 사라진 연인의 행적을 쫓으며 혼란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스펜스는 다소 부족하지만, 반전을 거듭하는 원작의 힘의 좋아서 5부작을 순삭하는 매력이 있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점차 10년 전의 비극과 맞물리는 구성이 흥미진진하고, 거짓과 배신으로 점철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후반부는 반전 스릴러의 묘미를 전한다. 넷플릭스는 [내 이웃의 비밀] 이후 할런 코벤과 계약을 맺고,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트레인저], [숲], [결백]을 차례로 선보였다. (넷플릭스)

비하인드 허 아이즈 (Behind Her Eyes)

이미지: 넷플릭스

장르 자체를 뒤바꾸는 깜짝 반전이 인상적인 드라마다. 사라 핀보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이 새 상사인 정신과 의사와 불륜관계에 빠지면서, 그의 아내와도 기묘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다룬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관계가 몰고 오는 파국의 드라마가 불길한 미스터리를 조성하며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술집에서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낸 남자가 알고 보니 새로운 직장 상사라는 치정극으로 시작해, 초자연적인 요소가 가미된 심리 스릴러로 전환되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한 극적인 전개를 뒷받침하는 배우들, 특히 이브 휴슨의 서늘한 존재감이 탁월하다. (넷플릭스)

보슈 (Bosch)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지난 6월, 시즌 7로 대장정을 마무리한 [보슈]는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한 베테랑 형사 보슈가 복잡하고 난해한 사건을 수사하는 활약상을 다룬다. 오래전 학대로 사망한 소년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던, 보슈의 여정은 방화로 인한 아파트 화재 사고로 사망한 10세 소녀에게 정의를 찾아주려다 사법제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매 시즌 굵직한 중심 사건과 보슈의 개인사, LAPD 내외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묵직하게 풀어냈던 드라마는 이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시즌 7 마지막에 형사가 아닌 사립탐정의 길을 걷기로 한 보슈가 그의 딸 매디와 변호사 챈들러와 함께 스핀오프 시리즈로 돌아온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 (Miss Fisher’s Murder Mysteries)

이미지: ABC

킬링타임 추리물로 제격인 드라마다. 케리 그린우드의 『프라이니 피셔』 시리즈를 원작으로,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매력을 가진 사립탐정 피셔가 매 에피소드마다 살인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습을 경쾌한 톤으로 담아낸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기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피셔의 모습이 보수적인 가치관이 남아있는 1920년대 후반 멜버른의 시대상과 맞물려 짜릿한 쾌감을 자아낸다. 피셔의 화려한 오트 쿠튀르 의상과 당대를 재현한 호화로운 프로덕션은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다. 최근에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중드 [미쓰에스: 치파오 미녀 탐정]이 소개됐다. (왓챠)

보드워크 엠파이어 (Boardwalk Empire)

이미지: HBO

넬슨 존슨이 2002년 발표한 장대한 서사의 논픽션에 영감을 받은 드라마다. 1920년대 금주법 시대의 애틀랜틱 시티를 배경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마피아와 부패권력이 얽힌 어둡고 폭력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스티브 부세미가 열연한 에녹 너키 톰슨의 흥망성쇠를 중심축으로 삼고, 돈과 권력을 따라 음모와 배신이 횡횡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주인공 에녹 너키 톰슨을 비롯해 자니 토리오, 찰스 럭키 루치아노, 아놀드 로스스타인, 알 카포네 등 당대를 주름잡았던 실존 인물의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또한 HBO 작품답게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볼거리도 만만찮다.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