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야구선수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명언은 공포 영화에도 들어맞는다. 긴장을 늦춘 순간 공포는 관객을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공포 영화 속편들을 올해 개봉작 위주로 소개한다.

더 퍼지: 포에버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일 년에 단 하루 모든 범죄가 용납되는 ‘퍼지’에 살육의 현장이 벌어진다는 기막힌 설정의 공포 영화 [더 퍼지] 시리즈는 1편부터 엄청난 대박을 터뜨려 지금까지 5편이 제작됐다. 작중에서는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12시간 동안 이른바 ‘숙청’이 합법이 되고,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그동안 억누른 욕망을 분출한다. 1편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탓에 주로 집 안에서 전개가 이루어졌지만, 그 후 배경은 거리와 도시로 확장되고 퍼지를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합세한다.

올해 개봉한 [더 퍼지: 포에버]는 전편의 디스토피아 설정을 계승하되 다문화 갈등을 다룬다. 인종 우월주의와 토착주의가 미 전역을 휩쓴 2048년, 이민자들을 몰살해 미국을 정화하겠다는 극단주의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날이 밝은 후에도 퍼지를 이어가면서 주인공 일행을 쫓아온다.

[더 퍼지: 포에버]는 시민들이 개인적 호기심이나 복수심으로 산발적인 퍼지를 자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 하에 단체를 결성하고 전 국민을 위협한다는 차별점을 두었다. 제작사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공표했지만 결말에 퍼지가 철폐됐다는 암시는 나오지 않는다. 고위층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퍼지가 끝없는 악몽으로 변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스케이프 룸 2 : 노 웨이 아웃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방 탈출 게임이 놀이가 아니라 실제 현실이 된다면? 올해 7월에 개봉한 [이스케이프 룸 2 : 노 웨이 아웃]은 영문도 모른 채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열차에 갇힌 6명이 목숨을 건 탈출 게임에 참여하고, 게임을 설계한 조직 ‘미노스’의 실체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의 주인공인 조이와 벤, 그리고 나머지 4명은 1편의 우승자들이다. 이들은 전류가 흐르는 열차 칸에서 시작해 레이저 그물망이 설치된 은행, 모래가 사람을 집어삼키는 해변 등으로 넘어간다. 각양각색의 살인 장치가 도사리는 방(?)에서 이들은 소냐라는 인물의 흔적을 거듭 발견한다. 정체불명의 설계자에 의해 밀실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하고자 애쓰는 모습에서 영화 [큐브]가 언뜻 보인다.

1편과 마찬가지로 [이스케이프 룸 2]는 정교한 수수께끼와 게임 실패 시 주어지는 살벌한 대가를 보여주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심리 호러물을 표방하는 영화답게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서 좌절하는 주인공들의 ‘멘탈 붕괴’를 섬세히 그려냈다. 다만 전편과 비교해서 확연한 차별점 혹은 반전이 없어 1편을 본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평소 방 탈출 게임을 즐겼다면 조이와 벤의 색다른 방 탈출 게임을 지켜 보자.

맨 인 더 다크 2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11살 소녀 피닉스와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노인 노먼. 눈이 보이지 않는 노먼의 집에 강도들이 들이닥치자 잠들어 있던 노인의 본능이 깨어나는 공포 액션 영화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거기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 누가 봐도 주인공이 불리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갔다면 1편이 제작비 대비 16배의 흥행 수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노인은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 불청객들을 마치 사냥감처럼 몰아가고, 결국 아늑했던 집은 출구 없는 지옥으로 변모한다.

작중 8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노먼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여전히 적들을 맨손으로 압살하고 사격은 백발백중이다. 그런데 피닉스는 사실 노먼의 친딸이 아니다. 피닉스가 노먼과 함께 살게 된 계기가 바로 2편을 끌고 가는 핵심이다. 납치된 상황에서도 노먼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 굳게 믿는 피닉스의 모습에서 노먼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9월 1일 개봉.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선 [맨 인 더 다크 2]처럼 [콰이어트 플레이스 2]도 시각이 차단된 존재가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인간을 죽이는 괴생명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명체가 지구를 습격하자 괴물의 공격을 피해 피신처를 찾아 나서는 한 가족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1편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죽음 이후 2편에서 남은 가족은 친구 에멧의 거처를 향해 길을 나선다. 이 영화의 매력은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면서 기발한 방법으로 괴생명체에 반격하는 모습에 있다.

발걸음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 영화는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과 가족애를 그려 긴장감을 환기한다. 물론 주인공 가족과 에멧은 먼치킨의 양상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액션의 스케일이 이런 점을 상쇄한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인류의 생존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2편의 흥행에 힘입어 3편 제작이 확정됐다.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81년, 악마가 시켜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19살 청년 어니 존슨의 실제 재판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1편과 2편에 나온 퇴마사 워렌 부부가 이번에도 등장한다. 이야기는 작중 꼬마 데이빗의 구마 의식으로 시작한다. 데이빗을 잠식한 악마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상황이 되려 악화하자, 함께 있던 어니는 데이빗을 그만 괴롭히라며 악마를 대신 받아들인다.

그 후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던 어니는 결국 여자친구의 직장 상사 브루노를 살해하고 만다. 워렌 부부는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어니를 구하기 위해 악마의 단서를 찾던 중 사건의 열쇠를 쥔 캐스너 신부를 만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워렌 부부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악마를 추적한다.

어떤 공포 영화는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악마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김이 빠지기도 한다. 다행히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악마의 존재가 드러난 후에도 스토리의 힘을 잃지 않는다. 악마를 소환한 배후의 실체가 남아있어 진범을 추측하는 과정이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과연 어니는 악마를 떼어내고 사형을 피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영화를 보고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