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명절, 각종 행사에 온 가족이 같이 있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정을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이번에는 멀리 있으면 그립고 함께 살아도 애틋한, 가족의 소중함을 뭉클하게 혹은 유쾌하게 그려낸 다섯 작품을 소개한다.

에브리바디 파인

2009
미라맥스 필름스

[에브리바디 파인]은 이탈리아 영화 [모두 잘 지내고 있다오]가 원작으로,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영화다. 41년을 함께 한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살던 프랭크는 연휴를 맞아 방문할 자식들을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질 좋은 고기와 고급 와인을 구매한다. 여기에 거금을 들여 산 바비큐 조리 기구를 밤새 조립해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다. 그런데 직장 일로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둘째 로버트를 시작으로 이어서 첫째 에이미와 셋째 데이비드도 사정이 생겨 못 온다고 한다. 결국 프랭크는 주치의의 반대에도 자식들을 보러 여행을 떠난다.

데이비드를 보러 기차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프랭크는 애꿎은 초인종을 눌러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집 앞 계단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던 프랭크는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우고 편지 한 통을 남긴 뒤 둘째 에이미를 보러 시카고로 향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문이 열리는데, 학교도 빠질 만큼 아프다던 손자 잭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어서 도착한 사위와 다 같이 저녁을 먹지만 프랭크 혼자 젓가락질이 서툴러 포크를 사용하고, 잭과 사위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식사 내내 어색한 공기가 맴돈다. 이 가족들, 과연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바다 건너 가족을 그린 영화임에도 [에브리바디 파인]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다. 우선 프랭크가 손자에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네는 모습과 막내딸에게 결혼할 남자만 있으면 되겠다는 바램은 명절에 흔히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마라’는 작중 돌아가신 어머니의 당부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로버트에게 뒷바라지해줄 테니 더 공부해서 지휘자가 되라고 종용하는 프랭크는 우리네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장성한 자식들은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갖췄고 손자는 반에서 1등이다. 그린 듯이 완벽한 이 모습은 사실 자식들이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이 포함되있다.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면 실망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전한다.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에브리바디 파인]을 이번 추석에 보는 건 어떨까. 그런 뒤 부모님과 형제에게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자.

아이 엠 샘

2001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닥터 수스의 동화책에서 제목을 따온 [아이 엠 샘]은 지적 장애를 가진 싱글 대디 샘과 영리한 7살 딸 루시가 세간의 편견에 맞서 당당히 가족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주인공 샘은 7살의 지능을 가졌지만 성실한 태도로 카페에서 일하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루시를 키운다. 하지만 루시가 아버지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이 두려워 학교에서 진도를 따라가지 않자, 사회복지 기관이 둘을 찾아온다. 이내 기관은 샘이 양육 능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루시를 데려간다. 결국 샘은 엘리트 변호사 리타를 찾아가 승산 없는 법정 싸움에 돌입한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영화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랑으로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양부모 또한 주인공 샘과 루시의 대척점에 있지만 선한 의도를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을 둘러싼 갈등이 설득력을 얻고, 부녀가 모진 풍파를 겪는 동안 영화는 클라이맥스까지 힘차게 나아간다. 이 외에도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사라 맥라크란이 부른 OST ‘블랙버드’가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숀 펜은 해당 배역으로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본 영화 이전에 몇 번의 단역 경험밖에 없던 다코타 패닝도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아이 엠 샘]은 제작비 대비 네 배 넘는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부라더

2017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부라더]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유물 발굴에 올인하는 철없는 형과 잘나가는 기업에 다니지만 실직 위기에 놓인 동생이 아버지 제사에 가던 중 기묘한 학예연구사 오로라를 만나 숨겨진 가보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석봉은 어딘가 숨겨진 황금 불상을 찾기 위해, 주봉은 위태로운 사내 입지를 보전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각자의 목적으로 다투던 형제는 이내 아버지와 관련된 충격적인 비밀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웃기고 앉아있는 중입니다’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부라더]는 명절날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 가부장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다. 영화는 ‘어머니가 명절날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고 성토하는 석봉의 말을 빌려 죽은 사람을 위해 산사람이 고통받는 제사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그러나 영화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주제는 가족애다. 후반부에 빛나는 형제애와 부모님의 희생은 [부라더]를 특별한 가족 영화로 추천하는 이유다.

아이

2021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술집에서 일하는 싱글맘 영채는 생후 6개월 된 혁이를 위해 보육원 출신의 아영을 고용한다. 처음에는 갓 스무 살을 넘긴 아영이 껄끄러워 하던 영채도 능숙하게 아이를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안도한다. 하지만 어느 날 혁이가 다치자 영채는 아영 탓으로 돌린다. 청구된 혁이의 병원비는 빠듯하게 사는 영채에게는 버겁다. 결국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죄책감과 경제적인 이유로 영채가 혁이를 입양 보내면서 아이로 묶였던 셋은 헤어지게 된다.

혁이의 사고로 인한 아영과 영채의 다툼과 친구의 자살을 제외하면 아영의 독박 육아가 극의 대부분을 이루면서 영화는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미성숙한 엄마 영채와 어른스러운 아영이라는 대조적인 캐릭터 설정,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영채가 버림받을 위기에 놓인 혁이를 구한다는 서사가 흥미를 자극한다.

[아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육아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양육을 위해 돈을 벌러 나가면 아이를 돌볼 수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를 보면 돈이 없는 모순적인 현실 말이다. 아이를 한 번 버렸던 영채는 좋은 부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앞으로 행복한 기억을 쌓아갔으면 한다. 그것이 스스로(I)와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

슈렉 포에버

2010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슈렉 포에버]는 반복되는 일상과 고된 육아에 지친 슈렉이 마법사의 계략에 빠져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때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오우거지만 이젠 세 아이의 평범한 아빠가 되버린 슈렉. 집 앞 마당에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집 안에는 기저귀가 날라 다닌다. 화려한 싱글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던 슈렉 앞에 타이밍 좋게 마법사가 나타나 달콤한 제안을 한다. 과거로 보내주는 대신 대가로 딱 하루만 가져가겠다고. 미끼를 덥석 물은 슈렉은 하루 종일 자유를 만끽하지만 곧 계약의 어마무시한 허점을 깨닫고 마법사를 쫓는다.

싱글 생활을 갈망하던 슈렉은 결국 아내와 자식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게다가 항상 귀찮게 여겼던 동키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익숙함에 젖어 소중함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거기에 계약서는 반드시 앞뒤로 꼼꼼히 봐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