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tvN

걱정 반, 기대 반. [유미의 세포들]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이었다. 좋아하는 웹툰을 실사 드라마로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기뻤으나, 다른 한편으론 “이걸 어떻게 표현해내려고 하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6회까지 달려온 지금, 방영 전의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김고은과 안보현, 그리고 귀여운 세포들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 김유미의 마지막 연애는 3년 전이었다. 얼마 전부터 직장 후배 채우기에게 호감이 생겼지만, 짝사랑 라이벌(?) 루비의 끝없는 견제와 우기의 ‘비밀’ 때문에 꿈만 같던 설렘도 금방 끝나고 만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우기의 주선으로 나가게 된 소개팅. 아무리 우기의 친한 형이라 좋게 봐주려 해도, 반팔, 반바지에 조리를 신고 나온 구웅의 모습에 유미는 ‘커피만 마시고 오자’ 결심했다.

그런데 이 남자,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점점 괜찮아 보인다. 패션/유머 감각이나 말주변이 없는 것 같지만 동네 맛집을 술술 꿰고 있고(유미에게 매우 중요), 소탈하고 솔직한 매력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이런 웅의 적극적인 태도에 굳게 닫혀있던 유미의 마음의 문은 열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설렘 가득한 연애가 시작된다.

이미지: tvN

원작의 매력은 유미의 현실적인 연애사와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이동건 작가의 디테일한 심리묘사, 그리고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OO세포’로 의인화한 부분에 있었다. 웹툰을 드라마로 옮길 때 인물의 일상이나 섬세한 감정선은 충분히 살릴 수 있다. 문제는 ‘세포’다. 사실상 제2의 주인공이기도 한 세포들은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설령 구현한다 해도, 실사와 이질감이 있지는 않을까? 많은 이들이 [유미의 세포들]의 드라마 제작 소식을 반기면서도 걱정했던 지점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원작의 귀여운 디자인 그대로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세포들은 자연스럽게 유미가 사는 현실 세계와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까지 어우러지면서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까지 추가됐다.

3D로 새 단장을 마친 세포들만큼이나 배우들의 매력도 돋보인다. 김고은은 섬세한 감정 연기와 현실적인 생활 연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김유미를 완성했고, 안보현은 웹툰 속 구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세포)과 함께 연기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을 텐데, 둘의 능청스러운 리액션 덕분에 세포 세계와 현실 세계의 간극도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극중 유미와 웅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면서 보이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한껏 자극하기도 한다.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직장 후배 루비, 웅의 ‘여사친’ 서새이를 연기한 이유비와 박지현도 짝사랑 혹은 연애를 할 당시 경계하게 되는 주변 캐릭터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미지: tvN

다만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로 꼽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조화는 ‘유치하다’와 ‘아니다’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영역이다. 또한 인물의 심리상태를 세포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하나, 애니메이션 분량이 예상보다 길 때가 있어서 극의 흐름을 끊는 듯한 아쉬운 순간도 가끔 눈에 밟힌다.

[유미의 세포들]은 방대한 원작 스토리에 맞춰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될 것이라 예고됐다. 드라마 전개가 웹툰 그대로 따라갈지는 확실치 않으나, 만약 그렇다면 원작 팬들은 첫 번째 시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구웅파’의 한 사람으로서 벌써부터 슬프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즐기며 곤히 잠들어 있던 사랑 세포가 잠시나마 깨어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달달해도 너무 달달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