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뮤지컬 포함)는 한국에선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의 힘으로 스토리의 빈약함을 채운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기존 드라마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생생한 리듬감과 흥겨운 멜로디가 서사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이처럼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어떤 게 있을까? 신나는 뮤지컬부터 오케스트라, 힙합 등 귀르가즘을 선사할 드라마 5편을 소개한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Crazy Ex-Girlfriend))

이미지: 넷플릭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는 변호사 레베카가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뮤지컬로 담아낸 드라마다. IQ 169, 예일을 거쳐 하버드를 나와 뉴욕에서 가장 유명 로펌에 취업해 연봉이 6억이었던, 한마디로 너무 잘 나갔던 변호사 레베카 번치. 하지만 16살에 만났던 첫사랑 조쉬 챈을 우연히 재회하면서 인생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는 것 같지만, 진정한 이야기는 레베카가 조쉬를 잡기 위해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중 자멸하면서부터 펼쳐진다. 이때부터 드라마는 뮤지컬 형식으로 레베카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그려낸다. 90년대 후반에 유행한 보이밴드의 노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송을 비롯해 댄스, 랩, 재즈, 샹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뮤지컬로 선보이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넷플릭스)

엠파이어 (Empire)

이미지: FOX

방영 후 12주 동안 시청률이 연속 상승하며 진기록을 세웠던 폭스 TV의 [엠파이어] 역시 음악을 사랑한다면 빼놓기 힘든 수작이다. 드라마는 아버지와 세 명의 아들,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내까지, 굴지의 음반 제작자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를 손에 넣기 위한 인물들의 권모술수를 그린다. 비즈니스의 냉정한 현실을 담으면서도 가족의 의미도 함께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이다. 음반 사업을 메인 소재로 한 만큼 음악이 끊이지 않는 게 매력이다. 삼 형제 중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말(주시 스몰렛)과 하킴(브라이셔 Y. 그레이)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힙합과 R&B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극의 분위기를 잡아준다. 시즌 2부터는 미국의 유명 뮤지션 팀버랜드가 음악을 책임져 멜로디가 풍성해졌으며, 크리스 락과 레니 크라비츠, 알리시아 키스 등 실제 가수들이 게스트로 등장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더해줬다.  

모차르트 인 더 정글 (Mozart in the Jungle)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모차르트 인 더 정글]은 한국의 [베토벤 바이러스], 일본의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세 작품은 소재 외엔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꽤나 공통점이 넘쳐난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강마에 때문에, 일드 [베토벤 바이러스]가 치아키 때문에 단원들이 속앓이를 했던 것처럼 미드 [모차르트 인 더 정글] 역시 젊지만 유능한 천재 지휘자 ‘구스타보’ 가 작품 속 트러블 메이커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재능은 있지만 미래를 불안해하는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베토벤 바이러스]와 [노다메 칸타빌레]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모차르트 인 정글] 역시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앞의 두 작품과 [모차르트 인 더 정글]의 확연한 차별점이라면 미드 특유의 높은 수위다.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의 부제가 “섹스, 마약 그리고 클래식 뮤직(Sex, Drugs, and Classical music)” 일 정도로 등장인물의 갈등이나 여러 이야기가 성인 취향에 맞춰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소재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본다면 조금 민망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슈미가둔! (Schmigadoon!)

이미지: 애플tv+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 ‘브리가둔’을 패러디한 [슈미가둔]은 한 배낭여행 커플이 1940년대 뮤지컬 스튜디오 같은 마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권태기가 찾아온 조쉬와 멜리사 커플은 관계 회복을 위해 배낭여행을 떠나고, 춤과 노래로 가득한 신비로운 마을 ‘슈미가둔’에 들어선다. 문제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까지는 두 사람 다 이곳에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두 사람은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기묘한 마을을 벗어날 수 있을까? [키 앤 필]로 유명한 키건 마이클 키와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알란 커밍, 뮤지컬 [위키드]의 스타 크리스틴 체노워스 등 탄탄한 캐스팅과 지루해질 틈 없이 치고 들어오는 흥겨운 음악과 춤 덕분에 시간순삭급 재미가 있다. 또한 슈미가둔에 사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에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위트 있게 풍자해 코미디로서의 매력도 건넨다. (애플 tv+)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 (Zoey’s Extraordinary Playlist)

이미지: NBC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눈앞에서 뮤지컬로 보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다.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인 조이는 어느 날 MRI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지진으로 이상한 능력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되는데, 중요한 건 그 생각들이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조이가 이 능력을 활용해 타인의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다. 그 과정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컬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오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뮤지컬로서의 매력과 함께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를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조이의 성장담이다. 자신의 문제로 타인과 벽을 쌓고 살았던 조이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며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는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식물인간이 되어 가족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아버지의 속마음을 조이가 뮤지컬로 이해하는 장면이 특히 뭉클하다.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