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쏟아지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쳤다면 동물이 나오는 영화로 힐링하는 건 어떨까. 영화 속 동물은 그저 귀여운 마스코트를 넘어 멋진 활약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거기에 CG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재는 다양해지고 친근감도 더해졌다. 동물들의 귀여움과 따뜻한 이야기로 추위를 녹여줄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패딩턴

2014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2015년 개봉한 [패딩턴]은 1958년 마이클 본드의 소설 『내 이름은 패딩턴』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페루에 살던 곰 ‘패딩턴’이 지진으로 집과 삼촌을 잃고 홀로 런던으로 향하면서 시작한다. 힘겹게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놀랍게도 런던 시민들은 말하는 곰을 보고도 무시하고 지나친다. 이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메리 브라운은 갈 곳 없는 패딩턴을 집으로 데려온다.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이 함께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희귀 동물을 박제하는 악당 ‘밀리센트’가 그들의 평화를 노리고 다가온다.

달콤한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즐겨 먹는 패딩턴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그의 엉뚱하고 솔직한 언변 또한 큰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패딩턴은 떨어진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고, 언제 어디서든 인사를 하는 매너로 보는 이에게 훈훈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시리즈 2편까지 개봉, 각각 3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2021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품에 안고 데려온 조그마한 강아지가 집채만큼 커진다면 어떨까.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인기 동화가 원작인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사랑받을수록 커지는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와 12살 소녀 ‘에밀리’의 모험을 그린다. 마법처럼 하루아침에 3미터 슈퍼 사이즈가 된 클리포드. 그가 재채기를 하면 온 집안에 먼지가 흩날리고, 동물 병원에서 검진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몸 크기에 걸맞게 걸핏하면 대형사고를 치지만, 클리포드의 순박한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차마 혼낼 수 없다.

에밀리와 삼촌 케이시는 활기 넘치는 클리포드를 훈련하면서 각종 수난을 겪는다. 거기에 새로운 학교로 전학 간 에밀리가 클리포드 덕에 친구를 사귀고 강아지를 노리는 악역에 맞서는 등, 다양한 성장 스토리가 극을 이끌어간다. 전 세계 클리포드 팬의 사랑에 힘입어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일찌감치 속편을 확정 지었다.

베일리 어게인

2017
이미지: 씨나몬(주)홈초이스

지난 2018년 개봉한 [베일리 어게인]은 뉴욕타임즈에서 52주 동안 베스트셀러로 뽑힌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환생하는 개 ‘베일리’를 그린다. 어느덧 견생 4회차, 떠돌이 개로 태어난 베일리는 거리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고 자신이 다시 태어난 이유를 깨닫는다.

영화는 베일리의 이전 생들과 현재의 여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리트리버, 셰퍼드, 웰시코기, 믹스견 등 다양한 견종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1회차 때 주인이었던 ‘이든’이 환생한 베일리의 습관을 보고 예전 반려견이 돌아왔음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 봐도 뭉클하다. 개봉 후 2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속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속편 [안녕 베일리]는 ‘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베일리와 이든의 손녀가 함께 커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피터 래빗

2018
이미지: 소니 픽쳐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동명의 동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난꾸러기 토끼 ‘피터 래빗’과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옆집 남자 ‘토마스’의 티키타카를 그렸다. 피터 래빗과 세쌍둥이 누나들, 엉뚱한 사촌 ‘벤자민’은 심술궂은 맥그리거 아저씨의 정원에서 당근을 서리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맥그리거 아저씨가 죽고 도시에서 살던 친척 토마스가 이사를 온다. 하지만 토마스는 정원을 들락날락하는 작은 이웃들이 거슬리고, 결국 두 집안(?)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영화의 주축이 되는 것은 역시 앙숙 관계인 토마스와 피터의 전쟁이다. 토마스는 동물을 사랑하는 썸녀 ‘비’의 눈을 피해 정원에 전기울타리와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물론 피터도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피터 역시 토마스의 과일 알레르기를 이용하고 그가 다니는 동선에 함정을 심어두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반격한다. [나 홀로 집에]를 보는듯한 둘의 유치하지만 어딘가 귀여운 공격은 무공해 재미를 선물한다. 만약 이 귀여운 토끼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면, 원작자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생을 다룬 영화 [미스 포터]를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샬롯의 거미줄

2007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영화 [샬롯의 거미줄]은 한 지붕 식구인 아기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우정을 그린다. 무리 중 가장 작고 약한 윌버는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하지만, 농장주의 딸 ‘펀’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 후 펀의 삼촌네 농장으로 보내진 윌버는 세상을 경험하며 행복하게 커간다. 하지만 윌버는 끔찍한 비밀을 듣게 된다. 겨울이 오기 전 햄이 되어 식탁에 올라간다는 것. 이내 슬픔에 빠진 윌버에게 구원의 손, 아니 구원의 거미줄이 내려온다.

윌버는 여러 번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부모처럼 돌봐주는 거미 샬롯, 까칠하지만 부지런한 쥐 ‘템플턴’, 거미 공포증이 있는 말 ‘아이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들의 끈끈한 의리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 거기에 영화는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덤덤하지만 깊이 있게 묘사한다. 하얀 털과 분홍색 코, 순수한 표정으로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내는 아기 돼지 윌버의 매력에 빠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