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후 2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임수정과, [18 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에서 연이어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도현이 만났다. tvN 드라마 [멜랑꼴리아]는 아성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수학 교사 지윤수와 수학 천재 백승유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청률은 1% 후반대로 저조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합이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지윤수(임수정)와 백승유(이도현)의 관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미지: tvN

[멜랑꼴리아]는 방영 전 설정이 공개됐을 때 미성년자와 성인으로 이루어진 사제 관계에서 멜로 구도가 예상되면서 염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부분들을 정면 돌파하며 논란을 비껴간다. 드라마는 윤수가 고등학생인 승유와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고, 승유가 윤수에게 달려가 결백을 증명해내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이후 시점이 과거로 돌아가면서 윤수와 승유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간다.

아성고등학교에 막 부임한 지윤수는 수학을 사랑하는 수학 덕후이자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이다. 이따금 자신처럼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유독 마음을 쏟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학생을 편애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학생이 입시를 위한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 탐구에 임하기를 바라며, 학생들이 편견 없이 공부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아성고 전교 꼴찌를 도맡은 백승유는 사실 10살의 나이에 MIT에 초청 입학까지 했을 정도로 수학을 사랑했던 수학 천재다. 그러나 당시에 승유와 친하게 지냈던 형이 그가 풀지 못한 수학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을 목격하는 사건을 겪고, 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다.

윤수는 자신처럼 수학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승유를 발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그가 여전히 수학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수학에도,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승유는 자신과 비슷한 윤수에게 호기심 어린 호감을 느끼고, 윤수가 운영하는 수학 동아리 칼쿨루스에 들어간다. 이후 두 사람은 수학을 통해 마음 깊이 교감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승유는 윤수의 지도 아래 수학 올림픽 대회를 준비하던 중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과거의 사건을 고백하고, 윤수에게 형의 죽음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으면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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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는 유일한 어른인 윤수를 보면서 승유의 감정은 호감에서 점점 사랑으로 발전한다. 이 감정은 당연하게도 한쪽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윤수는 자신의 애재자 격으로 수학을 사랑하는 승유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아끼고 사랑하려는 마음이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윤수는 의도치 않게 올림픽 대표로 뽑힌 두 명의 학생 중 한 명만을 전담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매번 다른 대표인 성예린에게 계속해서 신경 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선생으로서 승유와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수의 결혼 소식을 들은 승유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미치도록 풀고 싶은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자신의 마음을 수학에 빗대어 고백할 때도 윤수는 교사로서 승유에게 부드럽게 선을 긋는다. 이 과정에서 임수정은 미성년자 학생과 성인 교사의 관계에서 필요한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도현은 조용하면서도 절절하게 상대방을 짝사랑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7화부터는 2부 격으로, 4년 뒤 저명한 수학자가 된 승유와 학교에서 누명을 쓰고 자취를 감췄던 윤수가 재회하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짝사랑이 현재진행형 중인 승유는 적극적으로 윤수에게 다가가고, 윤수는 과거 사건에서 벗어나려는 듯 차갑게 밀어낸다. 윤수는 비리를 밝혀내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승유는 윤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학교와 다시 얽히면서 마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앞으로 보여줄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