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드립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라는 말이 [그 해 우리는]의 두 주인공에게 딱 어울린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별로였던 전교 1등 국연수와 전교 꼴찌 최웅은 어쩌다 다큐멘터리를 함께 찍으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5년의 연애 끝에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만을 잔뜩 남긴 채 헤어졌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그 해 우리는]은 남보다 못한 구 여친, 구 남친이 된 두 사람이 비즈니스로 얽히면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별 후 재회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나선 김다미와 최우식이 [마녀] 이후 두 번째 호흡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는데, 두 배우의 풋풋한 비주얼 합이 잘 어울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초반부터 시청자를 사로잡은 드라마의 매력을 살펴본다.

김다미 X 최우식이 건네는 ‘연애의 온도’

이미지: SBS

[그 해 우리는]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 번째 비결은 역시 캐스팅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청춘 에너지가 샘솟는 김다미, 최우식의 매력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두 배우의 케미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공부 잘하는 전교 1등과 매일 잠만 자는 전교 꼴등, 그리고 10년 후 전세가 뒤바뀐 만남이라는 설정도 재미있다. 고교 시절에 아웅다웅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모습이 두 배우의 귀엽고 훈훈한 매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별 후 5년 만에 만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는 두 인물의 모습을 톡톡 튀는 대사와 행동으로 풀어내며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전한다.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이 현실적이라 달라진 상황에서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여름 향기 물씬 풍기는 이미지와 공간들

[그 해 우리는]은 유독 여름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덕분에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싱그러움이 가득하면서도 청량함이 넘친다. 이 같은 이미지는 단순히 감각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게 서툴렀던 두 주인공이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자신도 성장하는 모습을 계절적인 의미와 결합해 드라마의 메시지에 설득력을 입힌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과 그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미장센도 돋보인다. 고교시절부터 특정 건물을 모델로 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최웅은 성공한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다. 드라마는 최웅이 그린 그림 안에 두 주인공이 함께한 추억들도 담아내 아련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웅의 그림은 주인공의 성공 서사를 강조하려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극의 중요한 상징처럼 다가온다. 다른 작품보다 공들인 계절적인 이미지와 미장센은 극의 분위기를 더욱 청량하게 배가하는 것은 물론, 두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도 자연스럽게 전달해 이이기의 흡입력을 높인다.

청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어지는 현재와 과거

이미지: SBS

[그 해 우리는]은 국연수와 최웅이 고교시절에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나눠 이야기를 진행한다. 극중 다큐멘터리는 국연수와 최웅의 학창 시절을 통해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이별 뒤에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계기가 된다. 두 사람은 10년 전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자 후속편 개념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는데, 서로를 향한 으르렁 거리는 감정을 인터뷰를 빌어 솔직하게 전한다. 다큐멘터리는 헤어진 연인이 된 두 사람의 심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현재에서 벌어진 갈등과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의도적으로 비교하며,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짚어낸다. 특히 아직까지 털어내지 못한 서로를 향한 미련이 은근슬쩍 드러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매 화마다 유명 로맨스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 한 부제도 눈길을 끈다. 1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부터 4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소년?’이라는 부제까지, 해당 챕터에서 내놓을 이야기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4화 같은 경우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서로가 상대방이 먼저 자신을 좋아했다고 말하는데, 부제가 곧 에피소드의 핵심이자 중요한 메시지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형식은 16화 내내 이어질 듯한데,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면 각 화의 부제를 미리 예상해 보는 것도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4화 밖에 진행되지 않았기에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오랜만에 흡족하게 볼 수 있는 청춘 로맨스를 만난 기분이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김다미-최우식의 두 번째 만남은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자아내며, 여름 이미지 가득한 극의 분위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춘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게다가 최웅이 라이벌 아티스트 누아와 틀어지게 된 이유, 국연수를 홀로 바라봤던 듯한 지웅의 의미심장한 말들, 무엇보다 그렇게 사랑했던 두 주인공이 왜 갑자기 헤어졌는지에 대한 진실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다음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남은 에피소드 역시 지금까지 보여준 솜씨로 진행된다면 연애의 달달함과 청춘의 싱그러움을 동시에 주는 드라마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