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부산행]부터 [킹덤]까지. ‘K-좀비 장르’는 그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해냈다(물론 몇 차례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굉장했고, 이에 부응하듯 드라마는 역대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 최고점을 달성하며 ‘전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대기록과 별개로 작품을 향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유, 드라마의 호불호 지점들을 짚어본다.

2021년 10월 20일, 효산고등학교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평범했다. 요나스 바이러스, 이른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학생이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삽시간에 퍼진 바이러스는 효산고등학교를 넘어 도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교내에 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지옥도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좀비뿐 아니라, 그보다 무서운 ‘인간’도 상대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형 좀비의 활약은 이 작품에서도 명맥을 이어간다. 빠른 몸놀림과 잔혹한 공격성, 그리고 특유의 관절을 꺾는 움직임까지. [부산행]을 시작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국내외에 수많은 팬들을 양성했던 ‘K-좀비’의 모습 그대로다. 좀비 떼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그랬지만, 특히 2화에 등장하는 롱테이크 급식실 좀비 소동은 손을 꽉 쥐고 봐야 할 만큼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소위 말하는 ‘좀비 전문 배우/안무가’들뿐 아니라 나중 좀비로 변하는 주조연 배우들까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극중 좀비들의 설정이 다소 들쑥날쑥하다는 것일 테다.

이미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눈에 띄는 건 주인공들의 연령대다. 대부분의 좀비 아포칼립스물에서 청소년/미성년자들은 흔히 보호받아야 하는, 혹은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어왔다. 하지만 이 작품 속 10대들은 다르다. 대책 없이 어른들의 구조를 기다리기보단 생존을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무모함과 미숙함이 묻어나는 이들의 행동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은 ‘어른들의 사정’과는 결이 다르기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극을 보는 듯하다.

다만 10대들이 주인공이라는 부분을 활용한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인물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건 분명하나, 때로는 이들을 청소년이 아닌 ‘어린아이’쯤으로 여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답답한 선택들이 이어진다. 생과 사를 오가는 긴박한 상황 가운데 학원물, 또는 청춘 로맨스를 연상케 하는 ‘청춘 필터’를 적지 않은 분량에 끼얹는 것도 그렇다. 어찌 보면 과감하면서도 신선한 시도이긴 하다. 극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잠시나마 환기시키는 장치로 받아들일 이들도 있는 반면, 반대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올 여지도 충분하다.

드라마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D.P]와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들과 흡사한 맥락이다. 학교 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범죄, 성폭력, 혐오와 차별, 어른들의 방치 등 오늘날 만연한 사회 문제들을 지적하며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 한다. 특히 어른들에게 구조되지 못한 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자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가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과거의 비극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깊이 있게 활용했는지 대해선 의문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제대로 풀지 못한 느낌이랄까?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각각의 이슈를 다루는 태도는 수박 겉핥는 수준이라 전체적인 이야기에 군더더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장면 등 극중 몇몇 연출은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목적보다 단순히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 듯한 인상까지 심어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 콘텐츠의 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넷플릭스 인기 순위 최상단을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여운을 남긴 열린 결말과 작품의 인기를 고려했을 때 차기 시즌 제작이 유력해 보이는 만큼, 시즌 2에서는 강점은 더욱 살리고 아쉬움은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솔직히 다들 ‘절비’ 남라의 활약상 보고 싶잖아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