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빙의한 의사가 수술을 한다면? 현실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설정이 웃음과 재미를 건네는 이야기가 됐다. 정지훈, 김범이 주연을 맡은 [고스트 닥터]가 그 주인공이다.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자, 그의 영혼이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메디컬과 판타지의 조합이라는 독특한 포맷 속에 정지훈, 김범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최종화까지 4화만이 남은 현재, 드라마가 건네는 재미에 빙의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본다.

의술과 영혼, 극과 극의 소재가 빚어내는 재미의 시너지

이미지: tvN

[고스트 닥터]는 어느 장르보다 냉철한 판단과 이성이 필요한 메디컬과 초현실적인 판타지가 만난 드라마다. 현재까지 극과 극인 두 장르는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자아내며 나쁘지 않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코마 상태에 빠진 차영민이 영혼이 되어 고승탁의 몸에 들어가 병원 내부의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빙의 요소가 이야기에 중요한 장치로 작용되며,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두 주인공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극의 재미를 책임진다. 특히 수술 장면에서 이러한 설정이 강력함 힘을 발휘한다. 영혼과 산 사람의 육체가 결합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 속에서도 시종일관 진지함을 잃지 않는 두 캐릭터의 의술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또한 보는 이를 지치게 하는 답답한 요소가 적고 주인공들의 시원한 활약상에 집중해 매화마다 통쾌함을 전한다. 고스트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장소에 들어갈 수 있는데, 유령이 된 의사 영민은 자신을 죽이려 한 극중 빌런이자 병원 행정부원장인 한승원(태인호)의 음모를 직접 보고 듣는다. 한 마디로 드라마 속 모든 판세는 영민이 좌지우지한다. 제 아무리 한승원이 비상한 계획을 짜더라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승탁의 몸에 빙의된 영민이 깔끔하게 수습하고 역으로 반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악의 무리에 시원한 한 방을 선사하는 차영민-고승탁의 콤비 플레이를 향한 대리만족이 더 크게 전달된다. 이야기의 속도 역시 주인공들이 빨리 문제를 해결해 지체되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간다.

캐릭터에 직접 빙의된 듯한 정지훈-김범의 메디컬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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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의 최대 매력은 영민-승탁의 일명 ‘빙의 케미’다. 영민은 은성대병원 연봉 탑에 빛나는 흉부외과 최고 의사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 의식을 잃고 영혼이 된 채 병원을 떠도는데, 이때 흉부외과 레지던트인 승탁의 몸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특별한 계약 관계가 시작된다. 영민은 승탁을 통해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음모의 진상을 밝혀내려 하고, 고승탁은 차영민의 천재적인 수술 실력을 빌려 환자를 살리고자 한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서로를 이용하며 자신들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해간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 않기에 기싸움은 계속되고, 그때마다 엉뚱한 일들이 터져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두 인물의 성격, 신분, 의술 실력이 극과 극이라는 점에서 티키타카의 재미가 더욱 커진다.

두 캐릭터의 빙의 케미는 웃음뿐 아니라 감동도 함께 건넨다. 영민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코마 상태에 있는 환자들의 병실을 빼라고 지시할 정도로 차가운 의사였다. 하지만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하자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의술은 부족하지만 사람을 살리겠다는 의지만큼은 진심인 승탁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승탁 역시 영민과 함께 수술을 집도하면서 철없는 금수저 도련님에서 어엿한 의사로 조금씩 성장한다. 처음에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 빙의 관계를 형성했지만, 상대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전해지는 훈훈한 분위기가 수술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맞물리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두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낸 정지훈과 김범의 연기가 눈에 띈다. 승탁 역을 맡은 김범은 영민의 영혼이 들어간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실질적으로 1인 2역의 연기를 선보인다. 영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에서 김범은 그와의 교감을 통해 의사로 성장하는 승탁의 모습을 진심을 담아 그려내며 웃음과 감동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정지훈 역시 하루아침에 영혼이 된 영민의 고민과 어려움을 코믹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정지훈과 김범은 좋은 호흡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한다.

다만 시원한 사이다처럼 진행되던 스토리가 중반 이후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다.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했던 영민의 교통사고에 대한 내막이 밝혀진 후 다음 방향을 못 잡는 듯한 인상이다. 영민과 그를 보살피던 동료 의사 세진(유이)의 [사랑과 영혼] 같은 멜로 관계에만 치중하면서 전반부에 보여줬던 통쾌한 재미가 줄었다. 이 공백을 메울 감초 조연이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12화 말미 수술실에서 승승장구하던 차영민-고승탁의 빙의 수술이 큰 위기를 겪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또한 승탁이 영민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때가 언제일지도 궁금하다. 이대로 보낼 수 없는 영민-승탁의 메디컬 브로맨스가 남은 4화 동안 어떤 진면목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