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이 가득했던 JTBC 드라마 [설강화]의 후속작,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이 최근 방영을 시작했다. 기상청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내로라하는 로코퀸 박민영과 요즘 가장 핫한 남자 배우 송강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자아냈는데, 전작의 오명을 씻어내듯 첫 화부터 호평을 받으며 순항을 시작했다. 시청률은 1화에서  4.5%를 기록한 후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더니 가장 최근 에피소드인 4화에서는 7.8%대를 기록했다. 과연,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부제가 내용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 드라마는 기상청 안에서 개성 뚜렷한 네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잔혹한(?) 사내연애 풍경을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다. 게다가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빨라 지루할 틈 없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충격을 안긴다.

드라마에는 결혼을 앞둔 사내커플 진하경(박민영)과 한기준(윤박), 함께 살면서 오랫동안 연애해온 이시우(송강)와 채유진(유라)이 등장한다. 두 커플은 점차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다가, 한기준이 신혼집에서 채유진과 바람피우는 현장을 진하경이 목격하면서 관계의 끝을 맞이한다. 더 나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엔딩을 보여주는데, 한기준이 위자료로 넘겨준 공동명의의 신혼집 물건들을 슬쩍 가져간 것도 모자라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를 대며 반반 나누자는 뻔뻔한 말로 진하경을 격노하게 만든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게 단 1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후로도 거침없이 속도감 있게 흘러가면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전개에 답답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진하경은 기상청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한기준의 찌질함을 똑 부러지고 명쾌하게 지적하면서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긴다. 로맨스도 초고속으로 전개된다. 서로 호감을 느끼는 진하경과 이시우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만취한 채로 키스를 하고, 바로 다음 날 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관계 변화를 예고한다. 빠른 흐름 속에서 빨간맛 막장 드라마와 풋풋한 오피스 로맨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미지: JTBC

[기상청 사람들]은 등장인물들의 얽힌 관계를 매력적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작품 속에서 처음 만나보는 기상청이라는 장소를 통해 기존의 오피스 드라마와 차별점을 주면서 신선함을 더한다. 일기예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외출하기 전 날씨를 확인하는 용도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우박, 갑작스러운 폭우, 풍랑, 이상기온 등 다양한 기상 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기상 변화를 예측하고 신중하게 예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상청의 업무가 농민, 어민들의 생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교통 문제 등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드라마에서 날씨와 연관된 대사로 매 에피소드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며 등장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묘사하는 점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가올 기상이변을 알리는 데이터 속 작은 시그널처럼, 네 사람의 관계는 초반부터 삐걱대는 신호를 조금씩 드러낸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체감온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두 사람이 같은 추억을 공유했어도 서로에게 전혀 다른 온도로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바람은 크든 작든 흔적을 남긴다는 대사를 통해 연인의 ‘바람’이 진하경과 이시우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를 말한다. 이처럼 날씨를 기상청 사람들의 서사에 적절히 녹여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설레는 연애의 시작부터 구질구질한 이별까지, 사내 연애를 하다 보면 알리기 싫은 부분까지도 모두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전근하거나 아예 이직하지 않는 이상 껄끄러운 상대방을 매일 같이 마주해야 한다.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진하경은 다시는 사내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결국 이시우와 ‘이 죽일 놈의’ 사내연애를 다시 시작한다. 오랜 연인을 버리고 사내 결혼을 한 한기준과 채유진은 이들과 부딪치면서 둘의 관계가 점차 삐걱댈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들의 앞길은 맑음일까, 흐림일까. 기상청과의 신선한 조합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