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활기찬 청춘물을 선보였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경찰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로, 그 중심엔 치열하고도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꿈꾸는 신입생 8명이 있다. 경력이 길지 않은 20대 배우들이 중심이 된 성장 드라마, 과연 시청자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중심은 2017년 경찰대에 입학한 1학년 여덟 명이다. 짝사랑하는 오빠에게 고백하려는 고은강, 롤모델인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위승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기한나, 죽은 형이 경찰대생이었던 체육특기생 김탁 등 각자 사연도 있고 개성도 강하다. 경찰대는 군대만큼 위계질서가 엄격하며, “대의를 위해서” 개인의 개성과 인권에 반하는 행위가 당연시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대 첫 관문인 청람 교육(신입생 교육 및 훈련)의 비인간성과 폭력성에 반기를 들면서 요란하게 등장한다. 드라마는 첫걸음부터 관습을 깬 이들이 캠퍼스에서 꿈을 찾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우정과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다.

이미지: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캠퍼스 라이프에 초점을 맞춘다. 배경이 경찰대학이라는 것 외엔 대학에서 평생 친구를 만나고 풋풋한 사랑을 경험하는 등 캠퍼스 드라마의 전형에 충실하다. 이야기와 사건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하면서 시청자에게 특별한 감정과 경험을 전한다면 전형적이라고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초반은 작품을 계속 보게 할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은강과 승현의 오해 가득한 첫만남이나 고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청람 교육 에피소드 등은 “다 아는 이야기네.”라며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게 한다. 캐릭터는 더 뻔하게 느껴진다. 은강은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의협소녀, 승현은 전형적 츤데레, 한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대일은 웃음을 전담하는 ‘약방의 감초’다. 이들의 성장이 청춘물의 시작과 끝이라는 건 잘 알지만, 질릴 만큼 많이 본 듯한 캐릭터가 기승전결을 다 알 것 같은 사건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익숙함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밝고 유쾌한 접근과 클리셰의 소소한 변주가 주는 잔재미에 적응하면, 차유곤 교수의 표현대로 “요란하지만 똘끼 있는” 여덟 명의 학생들의 성장에 기대를 품게 된다. 힘들게 하루를 버티는 청춘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작품과 비교하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유토피아적 판타지 같아서 걱정이나 무거운 마음 없이 보게 된다. ‘경찰대학’이라는 특수한 배경 덕분에 다른 청춘물과 다른 지점도 생긴다. 청람교육이나 체육대회, 일선 지구대 실습처럼 독특한 환경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학칙 때문에 은강과 승현이 비밀 연애를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그려진다. 시간이 흐르며 경찰 내 파벌을 형성한 경찰대 출신들에 대해 비판하거나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경찰대’의 가치를 고민하는 장면도 있다.

이미지: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주요 인물인 1학년 여덟 명과 다수의 젊은 배우가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캐릭터에 적응하며 제몫을 해낸다. 강다니엘, 이신영, 민도희 등 경력도 활동 매체도 다양한 배우들 가운데 은강 역의 채수빈이 중심을 잡는다. 전형적인 청춘물 여자 주인공인 은강을 특유의 개성은 잃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연기 경력이 없는 강다니엘과의 합이 인상적이다. 승현의 액션을 잘 살리는 은강의 리액션 덕분에 두 사람의 감정신은 풋풋하고 싱그럽다.

반환점을 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이제 초반부터 빌드업한 ‘경찰대생 사망 사건’을 본격적으로 풀어나간다. 10년 전 탁의 형인 경찰대생 4학년 김현수가 죽은 일에 승현의 아버지인 위기용 청장, 한나의 은인인 강남기 형사, 1학년들의 스승인 차유곤 교수가 얽혀 있다. 10년 후 어느날 밤, 1학년들이 놀러간 한 클럽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오래전 일이 다시 펼쳐지고, 승현과 탁을 비롯한 1학년들은 일생에서 가장 큰 감정적 동요를 경험할 것이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1학년들은 이 사건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궁금해서 드라마를 끝까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