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고전 동화나 소설 속 마녀의 이미지는 검은 모자와 망토를 쓰고 마법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마녀의 이미지도 점점 달라졌다. 엄청난 매력을 가졌지만 감히 근접하기 힘든 힘으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좌지우지하는 캐릭터로 나올 때가 많은데 그 양날의 모습에 관람자의 마음을 더 매료시킨다. 최근에는 마녀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생각나는 판타지, 호러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매력과 오싹함의 두 얼굴로, 그야말로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녀(혹은 그와 비슷한 범주로 해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다섯 작품을 만나보자.

마녀의 발견 (A Discovery of Witches)

이미지: Sky

데보라 하크니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마녀의 발견]은 영국판 ‘트와일라잇’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예일대 교수를 할 정도로 재능을 겸비한 주인공 ‘다이애나 비숍’(테레사 팔머)이 고향인 옥스포드에서 논문을 준비하던 중 1500살이 넘은 뱀파이어 ‘매튜 클레몽(매튜 구드)’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비주얼 빛나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다이애나의 특별한 능력을 노린 데몬과 마녀들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재미는 더욱 커간다. [마녀와 발견]은 이렇게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기본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두 주인공의 러브 케미가 드라마에 힘을 보태며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시즌 1이 애쉬몰 728이라는 고서를 둘러싼 쫓고 쫓기는 이야기라면, 시즌 2는 타임슬립으로 1590년 엘리자베스 시대의 런던을 비롯,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랑스, 보헤미아까지 무대를 옮겨 드라마의 스케일을 확장한다. 최근 시즌 3가 현지에서 방영되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험난한 여정이 두 주인공의 사랑을 위협할 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 (시즌1-웨이브, 시즌 1/2/3-캐치온)

완다비전 (WandaVision)

이미지: 디즈니+

마녀 이야기에 마블이 빠지면 섭섭하다. 디즈니+ 오리지널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페이즈 4의 첫 작품인 [완다비전]이 그 주인공이다. 어벤져스의 멤버 ‘비전’과 ‘완다 막시모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당시 타노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비전이 어떻게 살아나서 완다와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즐길 수 있는지 많은 궁금증을 모았다. 물론 그 비밀은 드라마 중간 충격적인 반전으로 다가와 팬들을 놀라게 했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5-60년대 유행했던 TV 시트콤처럼 진행되어 독특함을 건넨다. 도저히 마블 드라마라곤 상상하기 힘든 화면과 이야기가 이어져 위화감이 계속되는데, 이는 곧 작품의 핵심 갈등 요소로 돌변해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MCU에 속한 스토리답게 팬들이 반가워 할 떡밥들도 가득하다. 이스터에그, 완다의 새로운 면모,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적의 등장 등 페이즈 4의 근간을 이룰 코드들로 앞으로 이 요소들이 향후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특히 완다의 정체와 빌런 등이 마녀 요소와 관련이 깊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직접적인 관계도 있으니 영화를 기다리시는 분들은 [완다비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디즈니+)

꼴찌 마녀 밀드레드 (The Worst Witch)

이미지: 넷플릭스

어른들 기준의 자극적인 이미지 대신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깜찍하고 귀여운 마녀는 어떨까?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키즈 드라마 [꼴지 마녀 밀드레드]는 마법학교에 들어간 밀드레드가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마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평범한 소녀 ‘밀드레드(벨라 램지)’가 우연히 캐클 마법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빗자루 비행을 하던 모드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입학 전부터 여러 사건이 벌어져 앞으로가 걱정이었지만, 이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라이벌과 경쟁 속에서 훌륭한 마녀로 성장하며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드라마는 이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그려내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푹 빠지도록 이끈다. 소재나 분위기 때문에 여러모로 [해리포터] 시리즈, 일본 애니메이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의 잔상을 느끼게 하지만, 오히려 이쪽 계열의 선배는 [꼴지 마녀 밀드레드]다. 원작 자체가 1973년에 나온 소설이며, 두 번이나 TV 드라마가 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와 함께 해당 장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을 정도. 현재 시즌 4까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

세이렌 (Siren)

이미지: freeform

어렸을 때 보고 들었던 동화 『인어공주』의 영향이 컸던 탓일까? 흔히들 인어 하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롭고, 바다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판타지 드라마 [세이렌]을 보게 되면 우리가 상상했던 인어의 모습이 와장창 무너질지도. 드라마에서 인어는 인간의 친구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협에 가깝다. 노래로 사람을 유혹해 곤경에 빠지게 하며, 상어마저 간단히 제압하는 무서운 존재다. 육지로 나서면 다리가 생기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인간으로서는 벅찬 상대. 여러모로 바다의 마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가운데 워싱턴 해안에 위치한 브리스톨 코브라는 마을에 반인반어 ‘세이렌’이 나타나면서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인어공주의 낭만을 다 포기하지는 않은 듯하다. 지상으로 올라온 인어 ‘린’과 해양생물학자 ‘벤’이 만나 종을 뛰어넘는 로맨스를 빚어내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사연들이 얽히면서 사랑의 미로는 더욱 복잡해진다. [세이렌]은 전반적인 판타지 설정 속에 호러, 스릴러,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버물려 마치 극중 인어처럼 드라마 팬들을 유혹한다. 특히 인어 ‘린’역을 엘린 파웰의 신비로운 매력은 시즌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지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현재 시즌 3까지 방영되었으며 올해 하반기 시즌 4가 공개될 예정이다. (디즈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American horror story)

이미지: FX

공포 드라마의 레전드 [아메리안 호러 스토리]에서도 마녀를 주제로 삼았던 시즌이 있었다. 시즌 3에 해당되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코벤]이 그렇다. 특히 캐스팅 자체가 무척 화려한데, 시즌1에서 메이드 역으로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던 알렉산드라 브렉켄릿지를 비롯, 당시 떠오르던 신예 타이사 파미가와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 연기파 배우 제시카 랭과 사라 폴슨, [엑스맨]의 퀵 실버 역으로 유명한 에반 피터스가 출연해 이야기의 흡입력을 더했다. 그 결과 시즌 프리미어에서 554만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시즌 1이 오래된 저택, 시즌 2가 60년대 정신 병동을 배경으로 호러의 매력을 뿜어냈다면, 시즌 3는 어린 마녀들이 모이는 학교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매력을 펼친다.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1690년대 세일럼 마녀재판부터, 1830년대, 1910년대, 1960~9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매력적이지만 오싹한 마녀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간다. 특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자체가 호러 장르의 재미를 건네면서도 사회, 문화적인 비판 정식과 메시지가 있어 작품을 더욱 곱씹어보게 한다. 현재까지 10시즌이 제작되었으며 2021년에는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즈]가 공개되었다. (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