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문나이트는 누구인가?

문나이트는 데어데블처럼 도시를 지키는 수호자이면서, 퍼니셔처럼 무자비하게 악을 응징하는 인물이다. 배트맨과 유사한 장비들을 사용하지만 그와 달리 불살의 신념을 지키진 않는다. 문나이트는 이집트 달의 신 콘슈를 위해 싸우는 신의 대리인으로, 그로부터 특별한 힘을 받았다. 보름달이 밝을수록 힘과 신체능력이 더욱 강해지며, 죽지도 않는다. 다만 문나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부르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이다.

용병인 마크 스펙터, 거친 성미의 택시기사 제이크 로클리, 부유한 상류층인 스티븐 그랜트, 자경단원 문나이트, 초자연현상 전문 탐정인 미스터 나이트 같은 여러 인격을 갖고 있으며, 한때 스파이더맨,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의 인격도 존재했다. 가끔 콘슈와 나누는 대화는 진짜 신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일 때도 있다. 이런 문제는 문나이트의 활동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게 만든다. 대신 좋은 점도 있는데 엑스맨의 자비에 교수 같은 텔레파시 능력자들조차 그의 머릿속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기에 자신의 계략을 숨길 수 있다.

이미지: 디즈니+

평소 시민들이 생활하는 구역을 지키느라 ‘길거리 히어로’로 과소평가받지만, 그렇다고 신의 대리인의 실력을 얕보면 안 된다. 종잡을 수 없는 성향의 인물임에도 정의 구현을 위한 그의 진심은 어벤저스에 받아들여졌다. 서부 지역을 담당한 웨스트 코스트 어벤저스에서 잠시 활약했으며, 스티브 로저스가 조직한 비밀 팀인 시크릿 어벤저스에도 몸담았다. 또한, 어벤저스와 엑스맨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기꺼이 어벤저스 편에서 함께 싸우기도 했다. 이중 문나이트의 운명을 바꾼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싸움을 소개한다.

문나이트 vs. 늑대인간

이미지: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는 원래 1975년에 늑대인간인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가 주인공인 만화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웨어울프가 히어로, 문나이트가 빌런 포지션이었다. ‘위원회’라는 조직에게 고용된 용병 문나이트는 웨어울프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두들겨 패는 등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웨어울프가 사람이 아닌 진짜 짐승인 줄 알았던 것. [물론 사람이든 짐승이든 생명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어쨌든 나중 둘은 힘을 합쳐 위원회의 계획을 무너뜨렸지만, 이때의 앙금이 남았던 것일까? 두 인물은 싸움을 멈출 수 없는 라이벌 관계가 되었다. 2006년 『문나이트』 시리즈에선 보다 더 괴물처럼 변화한 웨어울프와 다시 싸웠는데, 전보다 더욱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문나이트 vs. 부시맨

이미지: 마블 코믹스

라울 부시맨은 마크 스펙터를 문나이트가 되게끔 일을 벌인 인물이다. 마크가 아프리카에서 부시맨의 부하로 용병 활동을 하던 중, 유물을 탐한 부시맨이 파라오의 유적을 조사하던 알론 박사를 살해하자, 놀란 마크는 박사의 딸 말린을 구하기 위해 상관과 싸웠다. 마크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낀 부시맨은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이후 마크는 근처에 있는 이집트 달의 신인 콘슈의 석상까지 기어가 그 발 밑에 쓰러졌다. 죽어가는 마크에게 콘슈가 자신의 요원이 되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마크는 이를 받아들여 문나이트가 된 것이다. 막강해진 마크의 보복에 당해내지 못한 부시맨은 도망쳐야 했다. 이후로도 둘은 서로를 증오하며 몇 차례 부딪혔는데, 처절한 싸움이 매번 이어졌다. 특히 문나이트는 부시맨의 얼굴을 심하게 훼손했을 정도.

문나이트 vs. 섀도나이트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크 스펙터의 동생인 랜들 스펙터는 형을 따라 함께 군대에 입대하고 이후에 용병이 되었으나, 모든 분야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형을 시기했다. 랜들은 CIA의 의뢰를 받아 작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음모를 눈치 챈 마크의 여자친구를 없애버린다. 이로 인해 형제는 이틀 낮밤을 맹렬히 싸우게 되었고, 마크는 수류탄을 터뜨려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랜들은 살아남았고, 다시 용병 활동을 하게 된다. 몇 년 후, 마크와 부시맨의 용병 그룹이 한 집단을 학살했는데, 알고 보니 랜들의 부대였다. 아수라장에서도 다시 한번 살아남은 랜들은 복수를 맹세했고, 콘슈의 새로운 아바타인 섀도나이트가 되었다. 이후 그는 살인을 저지르며 마크의 여자친구가 된 임신한 말린을 공격하는 등 형의 관심을 끌어내고, 결국 두 사람은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거기에 랜들이 폭탄을 터뜨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려 하자, 마크는 주저 없이 동생의 숨통을 끊었다.

문나이트 vs. 어벤저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는 혼자서 어벤저스의 강력한 멤버들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콘슈에게서 강력한 초자연적 능력을 받은 덕분이었다. 콘슈는 악마 메피스토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옛 영광을 되찾고 가장 강력한 신이 되어야 했다. 콘슈와 그의 숭배자들은 선사시대부터 어벤저스와 대립해왔다. 당시의 어벤저스는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오딘, 아가모토, 피닉스, 블랙 팬서, 고스트 라이더, 아이언 피스트, 스타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콘슈는 문나이트에게 그들이 갖고 있던 능력들을 빼앗아오라고 명령했다. 공교롭게도, 현재의 어벤저스가 그 능력들을 갖고 있었다. 문나이트는 아이언 피스트의 ‘불주먹’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아가모토의 눈’, 고스트 라이더의 ‘복수의 영혼’을 손쉽게 빼앗았다. 심지어 토르마저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그가 던진 묠니르를 가볍게 잡아 움직이며 토르와 독자를 놀라게 했다. 묠니르의 주성분인 우루 금속이 달에 있는 물질이므로, 달의 신을 섬기는 문나이트가 그것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나이트는 블랙 팬서도 제압해서 감금할 수 있었지만, 그의 힘을 빼앗는 것은 실패했다. 

문나이트 vs. 콘슈

이미지: 마블 코믹스

콘슈는 어벤저스로부터 빼앗은 힘을 사용해 더욱 강력해졌다. 하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인류에게 탄압과 고문을 일삼았고, 맨해튼을 이집트 제국처럼 바꿔놓았다. 그가 노리는 스타브랜드의 힘은 현재 그의 아기한테 깃들어 있었으며 아이언맨과 캡틴 마블이 보호 중이었다. 한편 문나이트는 콘슈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판단했다. 문나이트는 강력한 힘을 가진 피닉스를 자신의 몸에 받아들인 뒤, 스타브랜드의 아기를 노리는 콘슈를 공격했다. 이 싸움으로 문나이트는 콘슈의 야망을 저지하고 그와 결별을 선언하지만, 대신 피닉스의 힘이 세상을 불태워 파괴하라는 또 다른 유혹을 건넸다. 하지만 문나이트는 이 같은 유혹을 단호히 거부하고 피닉스에게서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