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뱀파이어는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이다. 지금은 좀비에게 최정상(?)의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문학 등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꾸준하게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구전설화나 괴담 등을 통해 전해져 온 긴 역사를 가진 만큼, 고전적인 기품과 현대의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동시에 갖춘 소재가 뱀파이어인 것이다.

뱀파이어의 뛰어난 상업성은 마블 코믹스에도 침투해있다. 마블 세계관 속의 뱀파이어의 능력이나 약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신화 속에 등장한 모든 흡혈 존재들이 다 뱀파이어 종족에서 갈라졌다는 설정으로, 종파나 출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 중엔 마법서 다크홀드를 펼쳐 주문을 외우는 것도 있다. 한때 닥터 스트레인지가 모든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주문을 발동해 했지만, 나중에 주문이 해제되면서 모든 뱀파이어들이 되살아나버렸다.  

이처럼 마블 코믹스에는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등장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블레이드], [모비우스] 등 마블 인기 캐릭터가 영화화 되기도 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이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라 잡고 있는 마블의 뱀파이어에는 누가 있는지 살펴보자.

마블 최초의 뱀파이어 ‘바르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 유니버스에서 뱀파이어의 시초는 무척 오래되었다. 고대의 악마신 크톤을 숭배하는 아틀란티스 마법사 무리가 왕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부상을 입은 지도자 바르네를 구하기 위해 다크홀드에 적힌 크톤의 주술을 사용했다. 주술은 바르네를 마블 최초의 뱀파이어로 변모시켰고, 바르네는 다른 마법사들을 죽여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뱀파이어 종족의 시작이었다. 다크홀드는 뱀파이어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데에 대한 책임이 있다.

뱀파이어의 군주가 된 바르네는 바빌로니아 제국에서는 ‘바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고, 아메리카 선주민들한텐 ‘크로아토안’이라고 불리었다. 바이킹 시대에는 천둥의 신 토르와 싸웠으나 패배했다. 15세기에 들어서, 오랜 삶에 지친 바르네는 드라큘라에게 자신의 피를 마시게 하여 상당 부분의 힘과 능력을 전수했다. 이때부터 드라큘라가 뱀파이어의 왕이 되었다. 

드라큘라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의 드라큘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와 흡사하다. 동유럽의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위치한 작은 나라의 왕자 블라드 드라큘라는 부왕의 복수를 위해 오스만 제국과 전쟁을 벌이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한 집시 여인으로부터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뱀파이어였던 집시는 드라큘라를 물어버렸다. 어려서부터 영민하고 잔인한 면모가 있던 드라큘라는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것에 대한 복수로 모든 집시를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이후, 바르네의 후계자가 되어 수 세기 동안 뱀파이어들의 군주로 군림하며 수많은 살육을 저지르고 자신과 같은 존재들을 창조했다. 그의 일대기를 기록한 일기장은 브램 스토커라는 작가의 손에서 소설 [드라큘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드라큘라는 최근 들어 어벤저스 등의 히어로들과도 종종 충돌하게 되면서, 기존의 신비함과 공포를 강조한 이미지보다는 사악하고 강력한 초인다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암흑의 신 널과 심비오트 군대의 지구 침공 당시,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맞서 싸운 공을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에 뱀파이어 국가를 건국했다.

릴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드라큘라가 애정 없는 계약 결혼을 해서 낳은 딸로, 일 년 후에 드라큘라는 아내와 딸을 시골에 있는 집시에게 보내버렸다. 비참하게 버림받은 아내는 자살해버렸고, 어린 릴리스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자랐다. 드라큘라가 뱀파이어가 되어 모든 집시들을 죽이고 다녔을 때, 릴리스를 돌보는 집시의 아들도 희생되었다. 원한에 찬 집시는 릴리스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드라큘라와 대적하도록 시켰다. 보통의 뱀파이어보다 더 강하고 태양빛에도 견딜 수 있는 릴리스는 드라큘라와 수 세기에 걸쳐 서로 싸워왔다. 비록 뱀파이어의 본성을 이겨내진 못하지만, 닉 퓨리의 초자연적 특공대에 합류하여 돕기도 했다.

바론 블러드

이미지: 마블 코믹스

영국의 귀족인 존 폴스워스 경은 형 몽고메리가 아버지의 재산과 영지를 물려받자, 그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드라큘라를 찾아갔다. 애초에 목적은 드라큘라를 수하로 부리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최면에 걸려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고 말았다. 이후, 고국인 영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제1차 세계 대전에 독일군에 합류했고, 영국의 히어로 유니언 잭과 싸우다가 도망쳤다. 사실 유니언 잭의 정체는 형 몽고메리였다.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에도 나치의 일원이 되어 영국을 공격하는 등 꾸준히 악의 편에서 활동하며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 여러 히어로들과 싸웠다.

블레이드

이미지: 뉴 라인 시네마

웨슬리 스나입스의 액션 영화 덕분에 잘 알려진 블레이드는 반은 뱀파이어, 반은 인간인 ‘담피르’라는 혼종이다. 아기 때 특수한 효소를 먹고 변신하게 된 블레이드는 모비우스에게 물린 뒤부터 태양빛에 면역이 생겨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큰 장점이 생긴 이 뱀파이어 사냥꾼은 드라큘라와 수차례 싸웠고, 현재는 유엔이 파견한 치안담당관으로서 뱀파이어 국가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그린 북], [알리타: 배틀 엔젤] 등의 영화에 출연한 마허샬라 알 리가 MCU에서 블레이드를 맡을 예정이다.

한니발 킹

이미지: 마블 코믹스

사립탐정 한니발 킹은 아기 블레이드에게 효소를 먹인 그 뱀파이어에게 물렸다. 절대로 무고한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혈액은행에서 피를 구매하며, 밤에만 일하는 뱀파이어 탐정이 되었다. 같은 적을 가진 블레이드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나 고스트 라이더 같은 이들과도 팀을 이루었다. 굳이 뱀파이어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블레이드를 쉽게 제압할 정도로 전투실력이 출중하고, 사격솜씨도 뛰어난 인물이다. 

헬카우

이미지: 마블 코믹스

사람만이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마땅한 먹잇감을 찾지 못하고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드라큘라가, 살기 위해서 암소의 피라도 빨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스위스의 평범한 암소가 ‘헬카우’라는 별명의 뱀파이어가 되어버렸다. 헬카우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드라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 세기 동안이나 그를 추적했다. 결국, 드라큘라를 찾아 죽이려고 했지만, 워낙 부활을 자주 하는 존재라서 진정한 복수를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모비우스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마이클 모비우스는 희귀병을 치료하려다 부작용 때문에 뱀파이어와 비슷해졌을 뿐, 엄밀히 말해선 뱀파이어와는 다르다. 보통 뱀파이어는 죽었다가 언데드 상태로 부활하는데, 이와 달리 모비우스는 죽은 적이 없으므로 ‘살아있는 뱀파이어’, 또는 ‘유사 뱀파이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악으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지만, 때때로 자신과 비슷한 무고한 몬스터의 편도 들기 때문에 히어로들과 충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