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팬들을 위한 봄 축제,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4월 28일에 열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것이 축소되었던 재작년과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정상개최에 준하는 행사로 열릴 예정이라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해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독립영화들을 발굴해 영화제의 의미와 목적을 더해갔다. 올해도 보석 같은 한국독립영화를 만나길 바라며, 그동안 전주가 픽하고 관객들이 환호했던 한국독립영화들을 최근 개봉작 중심으로 살펴본다.

혼자 사는 사람들

이미지: (주)더쿱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물론 최근까지 많은 해외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작품이다. 혼자가 편한 진아가 회사와 집에서 겪는 여러 일들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으로, 배우 공승연이 주인공 진아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와 함께 자신의 첫 주연작을 훌륭하게 이끌어간다. 영화는 1인 가구 시대의 여러 단상을 인물들이 처한 사연으로 공감 가게 녹여내어 긴 여운을 건넨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2021년 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출품되어 상영 당시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배우상(공승연), CGV아트하우스-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낫아웃

이미지: kth , 판씨네마(주)

‘낫아웃’은 야구용어로 원칙상 삼진 아웃을 당했지만 특수한 상황으로 출루할 기회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영화는 이 용어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다음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고교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야구부판 [파수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0대의 성장을 치열하게 그려내 이야기의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건넨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정재광이 주인공 광호 역을 맡아 벼랑 끝에 선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정재광과 열연과 주제의식이 돋보인 영화는 2021년 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출품되어 CGV아트하우스-창작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배우상(정재광)을 거머줬다.

델타 보이즈

이미지: 인디스토리

[델타 보이즈]는 독립영화계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고봉수 사단’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노답 인생 4인방이 남성사중창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짠내나는 웃음으로 표현한다. 특히 고봉수 감독과 늘 함께하는 페르소나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윤지혜가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활연기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2016년 1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먼저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그 결과 한국경쟁-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봉수 사단은 다양한 소재로 개성 넘치는 창작 활동을 이어갔고, [튼튼이의 모험], [습도 다소 높음], [근본주의자], [갈까부다] 등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소개되었다.

빛과 철

이미지: 찬란

[빛과 철]은 죄책감과 원망이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감정을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잘 녹아낸 영화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거나, 식물인간이 된 두 여성이 같은 회사에 만나게 되면서 그 날의 진실을 쫓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제목답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세 배우의 연기가 ‘그저 빛’이다. 엄혜란 배우는 모든 진실을 아는 영남 역을 맡아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감정을 호소력 있게 펼치며, 희주 역을 맡은 김시은은 가해자의 입장으로 주눅들고 살아가지만 나중 밝혀지는 진실 앞에 폭발하는 분노를 입체감 있게 보여준다. 영남의 딸인 은영 역을 맡은 박지후는 뭔가를 감추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느껴지는 불안을 10대 소녀의 솔직한 감성으로 풀어내어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또한 과거의 이야기가 무척 중요함에도 플래시백 없이 인물의 대사과 연기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다. 2020년 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초청되어 배우상(엄혜란)을 수상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살아가도 희망 없는 헬조선의 단면을 순진무구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어낸 블랙코미디다. 남편의 사고로 궁지에 몰린 수남이 이 악물고 살아가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더욱 혼돈에 빠진다. 이정현이 주인공 수남 역을 맡아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그야말로 인생연기로 그려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의 인상적인 열연으로 이정현은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작품 자체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잔혹동화의 분위기를 독특한 색채로 담아내어 의의의 웃음 속에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묵직하게 건넨다. 2015년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