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마블 스튜디오가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히어로가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수천 명에 이르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페이즈 1부터 3까지는 마블의 대표 히어로들 위주로 영상화되었기에, 페이즈 4부터는 비교적 최신 캐릭터이거나 상대적으로 주류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선택되는 중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배우 및 캐릭터들의 세대교체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샹치와 문나이트 못지않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히어로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히어로들과 문화, 종교, 세대가 다른 ‘미즈 마블’이나 우주의 전사가 된 ‘노바’ 같은 히어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떻게 활약을 할지 자세하게 알아보자.

미즈 마블

이미지: 마블 코믹스

이미 예고 영상이 나온 드라마 [미즈 마블]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론칭 될 예정이다. 원작의 높은 판매량과 여러 개의 상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만큼, 앞으로의 페이즈 계획에 미즈 마블이 포함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녀인 카말라 칸의 등장은 미국 대중문화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마블 코믹스 최초 단독 시리즈를 갖게 된 무슬림(이슬람교도) 캐릭터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교 신자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혈기왕성한 10대 청소년인 까닭에, 엄격히 신앙을 따르라는 가정과 무슬림 공동체와 갈등을 빚기 일쑤다. 이 때문에 실수도 저지르고, 때로는 모든 걸 망치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사람을 도우며 성장하는 모습이 피터 파커(스파이더맨)를 연상케 한다. 특히, 편집자인 사나 아마나트와 스토리 작가 그웬돌린 윌로우 윌슨은 둘 다 무슬림으로서, 그 어느 쪽 시선에서도 카말라 칸과 이슬람교를 불편하게 보지 않도록 신경 썼다. 덕분에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지: 디즈니+

카말라는 2013년 8월에 코믹스 『캡틴 마블』 시리즈에 잠깐 모습을 보인 것이 공식적인 첫 등장이다. 다음 해 미즈 마블의 단독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진 테리젠 미스트라는 안개 물질에 노출되어 초능력을 얻었다. 미스터 판타스틱처럼 신체가 길게 늘어나고, 앤트맨처럼 몸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으며, 미스틱처럼 다른 형태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카말라가 인휴먼 종족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달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카말라는 전기처럼 발광하는 에너지와 연관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평소 캡틴 마블의 열성팬이던 카말라는 초능력을 얻은 뒤에 그와 만나는 성덕이 되기도. 어린 나이에 어벤저스 멤버로 발탁되는 등 경력에 비해 비교적 빨리 주류의 위치에 올라갔으나, 캡틴 마블과 아이언맨이 충돌한 두 번째 시빌 워를 통해 히어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카말라는 캡틴 마블과 의견을 달리했는데,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존재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벤저스를 탈퇴해 자신의 팀을 만들었다. 이 점은 카말라가 [미즈 마블]에 이어 영화 [마블스]에 등장한 뒤 더 MCU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에 신빙성을 더한다.

노바

이미지: 디즈니

2022년 3월, 마블 스튜디오는 우주를 무대로 활동하는 슈퍼히어로 노바가 등장하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영화일지 드라마일지, 혹은 애니메이션일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노바는 잔다르 행성의 수호를 책임지는 노바 군단의 대원을 부르는 말로, DC의 그린 랜턴 군단과 유사한 일종의 우주경찰이라 할 수 있다. 노바 군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로난의 군대에 맞서 잔다르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는데, 마블 스튜디오가 지목한 인물은 리처드 라이더라는 지구인이다. 노바 군단의 로만 데이라는 대원이(영화에서 붉은 피부의 아내와 딸을 둔 통통한 대원) 죽어가면서 고등학생인 리처드에게 노바 제복을 물려준 것이다. 이 역시 그린 랜턴이 연상되는 설정이다. 노바는 노바 포스라는 에너지원으로부터 힘을 얻어 우주를 비행하고 에너지를 흡수하여 방출하는 등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전부 제복과 헬멧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로만 데이의 후임으로 우주에서 수많은 외계인들과 싸운 리처드는 지구로 돌아와 또래의 청소년 히어로 팀인 뉴 워리어즈에서 오래 활동했다. 초인등록법안의 통과를 둘러싸고 벌어진 히어로의 다툼인 시빌 워 기간 동안엔 우주에 나가 있느라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노바(리처드 라이더)

이미지: 마블 코믹스

2011년에는 또 한 명의 새로운 지구인 노바가 탄생했다. 샘 알렉산더라는 소년에겐 자신이 노바 군단의 일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있는데, 어느 날 아버지의 헬멧을 썼다가 그만 새로운 노바가 된다. 아버지의 친구인 가모라와 로켓 라쿤의 도움을 받아 우주대모험을 하게 된 샘은 상당한 파괴의 힘을 가진 피닉스 포스가 지구로 오고 있음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 목격은 어벤저스와 엑스맨 사이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아마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할 노바는 리처드와 샘, 두 캐릭터의 설정을 적절히 섞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샘은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와 함께 젊은 피로서 어벤저스에 영입되었으나, 선배들과 생각이 다름을 깨닫고 자신들끼리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챔피언스’라는 이름의 이 팀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벤저스와 거리를 두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자”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그렇다고 어벤저스를 적대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보다 큰 위협을 상대하는 어벤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 가까운 곳을 돌보자는 의미가 크다. 이후 헐크가 된 아마데우스 조와 비전의 딸로 만들어진 합성인간 비브, 과거에서 온 어린 사이클롭스, 아이언하트, 와스프, 패트리어트 등의 멤버들이 합류해 챔피언스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이들 정규멤버 외에도 소니 픽처스에서 개발 중인 실크나, [미즈 마블]에 등장한다는 레드 대거처럼 유사시에 함께 하는 예비 멤버들도 대기 중이다. 챔피언스는 짧은 기간 안에 현재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팀으로 자리를 잡았고, 다음 세대의 독자를 위한 여러 가지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