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TV 시리즈 물’ [심슨 가족]이 시즌 33을 돌파했다. 미국 스프링필드에 사는 호머, 마지, 바트, 리사, 메기로 이뤄진 심슨 가족과 주변인들의 일상은 담은 애니메이션이자 시트콤으로, 매화마다 유머와 풍자는 기본, 훈훈한 가족애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건넸다. 과연 무엇이 [심슨 가족]을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게 했을까? 해외 팬덤 및 매체에서 많은 언급한 에피소드와 에디터 나름대로 뽑은 작품 중심으로 [심슨 가족]의 매력을 살펴보자.

S2 E8 스턴트맨 바트 (Bart the Daredevil)

이미지: FOX

[심슨 가족]을 국내에서 첫 방영한 방송국은 MBC다. 맥가이버 성우로 유명한 배한성 씨가 호머 목소리를 맡았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저녁 프라임 타임때 방영되었다. 이후 역대 방송국 중 최고의 더빙을 보여준 EBS 방영 이후, 투니버스를 거쳐 이제는 디즈니+로 전 시즌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 소개 할 시즌 2 ‘스턴트맨 바트’는 필자가 MBC에서 처음 본 [심슨 가족] 에피소드다. 바트가 스턴트맨 공연을 보고 자신 역시 무모한 묘기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당시 본방으로 보고 정말 웃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호머가 바트 대신 스케이트를 타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다시 보고 싶은 시리즈의 명장면 중 하나. 이처럼 시즌이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각자 나름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심슨 가족]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S4 E10 리사의 첫마디 (Lisa’s First 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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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은 풍자 코미디로 유명하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꽤 있다. 지금 소개할 시즌 4 에피소드 10의 ‘리사의 첫마디’가 대표적이다. 이야기는 리사가 갓 태어난 시절을 배경으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이 미운 바트의 질투를 웃기면서도 귀엽게 그린다. 후반부 리사가 태어나서 처음 말을 하는데 그게 바로 ‘바트’의 이름. 이 자체로도 아주 흐뭇한데, 진짜 감동은 후반부에 벌어진다. 시즌 33이 되도록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 메기가 귀여운 목소리로 첫마디를 하는데, 아마도 이 에피소드를 보는 아빠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듯하다. 참고로 메기의 탄생을 그린 시즌 6 에피소드 13의 ‘셋째 아기 매기’도 [심슨 가족]에서 손꼽히는 감동 에피소드임으로 놓치지 마시길.

S5 E2 케이프 피어 (Cape Feare) 

이미지: FOX

스프링필드 역사상 최악의 악동 바트도 이름만 들으면 덜덜 떠는 자가 있다. 고학력 엘리트 광대인 사이드쇼 밥이 공포의 대상이다. 사이드쇼 밥은 바트와 앙숙 관계로, 자신이 꾸민 완전범죄 계획을 바트가 망치면서 악연의 끈이 계속 이어졌다. 바트 때문에 감옥도 여러 번 들어간 사이드쇼 밥이 출소 후 그를 해치려고 복수의 계획을 짜는데, 그 이야기가 바로 시즌 5 에피소드 2  ‘케이프 피어’에서 펼쳐진다. 로버트 드니로의 오싹한 연기가 돋보인 스릴러 영화 [케이프 피어]를 패러디한 에피소드로, 바트를 없애려는 사이드쇼 밥의 좌충우돌이 재미를 자아낸다. 특히 사이드쇼 밥의 협박을 피하기 위해 ‘심슨’이 아닌 ‘톰슨’이 된 가족들의 오프닝 인트로가 기발하다.

S6 E25 누가 번즈 씨를 쐈나? (Who Shot Mr. Burns?)

이미지: FOX

시즌 6의 마지막 에피소드 ‘누가 번즈 씨를 쐈나?’는 [심슨 가족]에서 보기 힘든 2부작 연작 에피소드다. 보통 한 에피소드에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지만, 이 작품은 서사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시즌 6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동시에 시즌 7의 시작을 책임진다. 스프링필드의 악덕기업주 번즈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직업,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 이에 화가 난 주민들은 번즈에게 항의하지만, 재력과 권력을 가진 그 앞에 누구도 맞서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번즈가 누군가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지는데, 이야기는 이때부터 마을 주민 모두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들의 알리바이를 하나씩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트윈 픽스], [도망자]의 코믹한 패러디와 신나는 라틴 음악 쇼까지 펼쳐져, 수사와 함께 재미도 계속된다. 나중 밝혀지는 범인은 헛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묘하게 섬뜩한데, 그 진실은 직접 확인해보자.

S8 E14 이치와 스크래치의 푸치의 쇼 (The Itchy & Scratchy & Poochie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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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를 패러디한 ‘이치와 스크래치’는 [심슨 가족] 속 스프링필드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받는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서는 쥐가 고양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심슨 가족]에서 이치와 스크래치는 TV의 폭력성을 풍자하거나, 바트와 리사의 팬심과 관련된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시즌 8 에피소드 14 ‘이치와 스크래치의 푸치의 쇼’에서는 갈수록 떨어지는 작품의 인기에 제작진에 부랴부랴 신 캐릭터 푸치를 넣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청률에 따라 개연성 없이 캐릭터가 삭제되고 등장하는 TV쇼의 문제점도 놓치지 않을뿐더러, 극성 팬덤의 지나친 간섭도 함께 꼬집는다. 이 에피소드는 EBS 더빙 방영 분을 보면 원작보다 감동이 배가 되는데, 푸치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그의 목소리를 맡은 호머가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여담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짤방, “무슨 마약 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했어요?”가 이 에피소드의 장면 중 하나다.

S11 E1 배드 맥스 (Beyond Blunderd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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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 덕분에 [심슨 가족]에는 유명 배우와 가수,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등장했다. BTS도 직접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시즌 30 에피소드 17화에 잠깐 언급된 적이 있을 정도. 그만큼 유명 스타의 카메오 출연을 찾는 것도 시리즈의 매력인데, 시즌 11 에피소드 1 ‘배드 맥스’에서는 멜 깁슨이 특별출연을 넘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끈다. 자신의 신작 시사회에서 유일하게 혹평을 날린 호머와 함께 영화를 작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브레이브 하트] [매드 맥스] 등 멜 깁슨 출연작의 패러디와 함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은 할리우드 베테랑의 열연으로 많은 재미를 건넨다.

S27 E9 바트후드 (Bart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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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의 인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지만, 대체로 시즌 12 이후부터 재미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초반 시즌에 보여준 위트 넘치는 유머가 많이 줄어들었고 너무 블랙 코미디, 풍자 일변도로 갔다는 말이 더러 있다. 이 같은 부진한 분위기 속에 시즌 27 에피소드 9의 ‘바트후드’는 반가운 에피소드였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아빠 호머에게 사랑받고 싶은 바트의 사춘기를 코믹하면서도 꽤 섬세하게 다룬다. 후반부 평생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리사에 대한 속마음은 꽤 뭉클하기까지 하다. 오랜만에 [심슨 가족]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S33 E3 공포의 나무집 XXXII (Treehouse of horror XX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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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은 해마다 할로윈 기간에 맞춰 특집 에피소드를 방영한다. 이제는 시리즈 안의 또 다른 시리즈가 된 ‘공포의 나무집 (Treehouse of horror)’이 그 주인공이다. 호러, 스릴러 영화를 패러디한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에피소드로, 적당히 잔인하면서도 코믹한 연출을 선사한다. 특히 최신작인 시즌33 에피소드3 ‘공포의 나무집 XXXII’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패러디해 눈길을 끈다. 심슨 가족이 스프링필드의 슈퍼스타 레이니어 울프캐슬(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패러디 캐릭터) 집에 취직되어 여기 지하에 숨어있는 밀하우스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생충] 서사를 전반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물론, 꽤 소소한 미장센과 코드들을 심슨스럽게(?) 가져와 웃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