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청춘, 그리고 로맨스.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보인다고 생각하고 기대감을 낮췄다. 그런데 어라, 볼수록 점점 빠져들더니 이내 과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왜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몰라줄까?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이야기다.

이미지: KBS

올해 스물다섯인 박태양(박주현)은 한때 배드민턴 올림픽 국가대표 유망주였다. 하지만 라켓을 내려놓은 지 어느덧 3년, ‘스매시 여왕’이라는 별명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다. 가까스로 입단한 실업팀에서의 대우는 영 시원찮다. 3년 전 뇌물 수수 사건에 휘말리고 도망치듯 운동을 그만둔 탓에 동료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박봉은 덤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겨워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박태준(채종협)만이 살갑게 대한다. 태준 역시 태양만큼은 아니지만,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그렇게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그것도 아주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박태양과 박태준, 이른바 ‘쌍박이’ 커플의 사랑이 발전하는 과정과 운동선수로서의 성장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풋풋한 청춘 로맨스와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물의 균형이 제법 잘 맞아서 세 장르의 재미를 골고루 느낄 수 있다. 확고한 악역이 없는 점은 피로도를 줄이고, 시원시원한 전개와 배드민턴 경기 장면, 등장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성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마디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이미지: KBS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배우들이다. 극을 이끄는 대부분의 출연진이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편임에도 상당히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두 주인공을 연기한 박주현과 채종협이 그렇다. 박주현은 몸도 마음도 뜻대로 되지 않지만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에 전념하는 박태양을 실감 나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낸다. 태양을 향한 사랑 덕에 배드민턴 선수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점차 성장하는 박태준을 연기한 채종협은 자꾸만 응원의 마음을 부른다. 도무지 후퇴를 모르는 ‘직진 케미’를 선보이는 두 사람의 달달한 로맨스와 케미스트리는 풋풋하고 설렘이 가득하다.

다만 신예들이 작품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는 ‘익숙한 얼굴’이 많지 않으니 대중에게 어필하기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박주현과 채종협이 [인간수업], [스토브리그], [알고있지만,],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등으로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오른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시청률을 보장할 만한 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한철과 인교진, 전배수를 비롯한 관록 있는 배우들의 서포트와 김현주, 진선규의 특별출연이 반갑기는 해도 딱 거기까지다.

지금까지의 시청률 부진을 극복하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앞으로의 전개에서 흥미진진해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 태양의 과거 혹은 사내 연애 금지 조항이 두 사람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슬럼프가 또 한 번 선수 생명을 위협할지 모른다. 이러한 위기와 고난을 극복한 순간의 쾌감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둘의 케미스트리와 서사에 과몰입 중인 시청자의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일단 한번 시도라도 해보시라. ‘제목 이슈’만으로 화제가 되기엔 너무 아까운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