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많이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해외 드라마 역시 자막과 생소한 언어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버리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여러 국가의 작품이 마련된 넷플릭스는 다양한 해외 드라마를 즐기기 좋은 대표적인 OTT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권 드라마 외에도 유럽, 남미, 중동, 아시아까지 다채로운 문화와 언어로 제작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해외 드라마에서는 ‘재미없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뒤집을 독일 드라마를 소개할까 한다. 오리지널 시리즈 [다크]로 세계적인 극찬을 얻었고,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으로 꿀잼까지 입증한 넷플릭스 독일 드라마를 만나보자.
바이오 해커스 (Biohackers)

과학 기술 분야의 강국인 독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바이오 해커스]는 생명공학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다. 열차에서 이유 없이 사람들이 쓰러지고 이들을 살리려는 의대생 미아 역시 정신을 잃고 만다. 드라마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미아는 자신이 원했던 의대에 입학해 괴짜 룸메이트를 만나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내며, 해당 분야의 권위자 로렌츠 교수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다. 얼핏 똑똑하고 열정적인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아는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획한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미아의 캠퍼스 생활을 비중 있게 그리면서도, 과학 윤리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까지 깊이 있게 그려내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주요 스토리는 상당히 신선하며, 많은 궁금증을 유발해 드라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현재 시즌 2까지 공개되었다.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Empire Oktoberfest)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역시 맥주에 진심인 독일의 특성을 잘 살린 시리즈다. 드라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맥주 축제인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배경으로, 신나는 축제 분위기와 상반되는 여러 이익집단의 음모와 배신을 치열하게 다룬다. 1900년대, 맥주 양조장들의 소규모 맥주 판매 텐트로 운영되던 옥토버페스트 축제장에 타지역 출신의 부자 커트 프랑크의 나타나 축제 부지를 차지한다. 순식간에 위기를 맞은 기존의 양조장 가문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는 음모를 꾸미며 드라마의 갈등은 더욱 커진다. 각종 범죄와 뒷거래,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잔혹함이 주를 이루지만, 흥미로운 로맨스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1810 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뮌헨 맥주 축제의 역사를 알고 싶거나, 세계적인 맥주 축제를 랜선으로 만나고 싶다면 여러모로 취향저격인 드라마가 될 듯하다.
베를린의 개들 (Dogs of Berlin)

[베를린의 개들]은 ‘독일 사회의 밑바닥을 과감하게 담아냈다’라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독일과 터키의 월드컵 예선전을 앞둔 전날 밤, 강력반 형사 그리머는 자기 집 근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독일 축구 대표팀의 간판스타가 살해당한 것이다. 피해자는 터키계 독일인 선수로, 나라를 배신한 선수라며 터키인들에게는 손가락질 받았고, 독일의 네오-나치(신나치주의) 자들에게는 이민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머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의 목적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그리드와 터키계 경찰 비르칸의 수사 공조를 그린다. 두 사람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종차별과 스포츠 승부 조작, 마약, 사회제도의 허점 등 독일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해외 축구팬들이라면 [베를린의 개들]의 시놉을 듣고 모 선수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작품은 실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 있게 구성한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라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작품이 가진 묵직한 주제 의식은 상당한 몰입감을 자아내며, 흥미로운 드라마를 발견한 그 이상의 의미를 건넨다.
마지막 한마디 (The last word)

[마지막 한마디]는 ‘독일 사람들은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바꿔줄 드라마다. 카를라는 치과 의사 남편과 함께 결혼 25주년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내지만, 그날이 남편과의 마지막 하루가 될 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상심이 큰 카를라는 그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려 하지만, 남편의 비밀스러운 일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카를라는 망해가는 장례 사업 중인 안디와 손을 합쳐 추모 연설사로 생계를 이어가려고 결심한다. 드라마 [마지막 한마디]는 급사한 남편, 퉁명스러운 딸과 이상행동을 하는 십대 아들, 새로운 삶을 선택한 아내의 이야기를 장례사와 연결해 웃프게 펼치는 작품이다. 장례식이 주요 소재라 이야기가 다소 무겁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추모 연설사의 애환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내 부담감 없이 드라마에 밀착시킨다. 물론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죽음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감동 포인트도 놓치지 않는다.
바바리안 (Barbarians)

해외 드라마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해당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독일의 영웅 아르미니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전기 역사 드라마 [바바리안]은 로마 제국 시대의 당시 독일 역사를 자세하게 다룬다. 로마 황제가 게르마니아 지역 정복의 야망을 드러낼 당시, 이 지역의 부족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침략자들에 맞선다. 하지만 부족 국가의 개념이 강했던 게르마니아인들에게 통합은 쉬운 단어가 아니다. 한편 게르만족의 부족장 아들로 태어났지만 로마에 끌려갔던 아르미니우스가 로마 군대의 지휘관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자신의 동족을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운명의 장난 앞에 게르마니아의 역사는 서서히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 [바바리안]은 자신의 동족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아르미니우스의 선택과 게르만족들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실제 역사의 한 페이지인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배경으로, 장대한 액션 장면과 시대극 특유의 진지한 분위기를 잘 버무려 흥미를 자아낸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시즌2가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