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제는 해외드라마팬들도 그렇지 않을까? 마츠다 나오코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자, 2016년 TBS에서 방영된 [중쇄를 찍자]는 만화 주간지 바이브스를 배경으로 신입사원 코코로와 동료들이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탄탄한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동시에 잡아내며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7월 SBS에서 [오늘의 웹툰]이라는 국내명으로 리메이크 방영이 예정되어 있기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방영 6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OTT에서 많은 분들이 즐겨 찾는 [중쇄를 찍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편의 만화를 만들기까지

이미지: TBS

[중쇄를 찍자]에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만화다. 극중에서도 매 에피소드 마다 만화가 쉴 새 없이 쏟아지며, 바이브스 편집부와 작가의 소통 속에 많은 이야기를 빚어낸다.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 속 만화가 꽤 매력적이라는 것. 해당 작품에 대한 중요한 줄거리와 명장면, 캐릭터까지 꼼꼼하게 배치해 흥미를 더한다. ‘드래곤 급류’, ‘츠노히메사마’, ‘피브전이’ 등 극중 유명 만화는 워낙 비중을 들여 소개하는 만큼, 현실에서도 이 작품이 어딘가에 연재될 것 같은 현실감도 건넨다.

주간 만화지를 다룬 만큼 이 책이 어떻게 구성하고 발행되는지를 재미있게 엮어낸다. 간단한 스케치에서 만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그린 것은 물론, 작가 섭외, 원고 마감, 전자책 전환까지 모든 프로세서를 자세하게 다룬다. 이 작품을 보기 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다음화 예고 멘트’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의 고민에서 나오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초반 1-2화는 작품의 내용을 떠나 그동안 몰랐던 주간지, 단행본의 제작과정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즐겁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이 선보이는 해당 콘텐츠의 이모저모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열혈 신입사원 코코로가 전파하는 행복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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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코코로가 대형 출판사 면접장에 가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오랫동안 유도를 했던 스포츠인.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주눅들지 않고, 취업 역시 유도 시합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결국 뜻하는 바를 이룬다. 드라마 시작부터 좌절에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코코로의 모습을 소개해 이 작품의 향후 전개를 예상케 한다.

냉정하게 말해 코코로의 성격은 요즘 드라마 트렌드답지 않게 올드[?]하다.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며 자신의 일에 항상 열심히 임한다. 불의와 부정도 그냥 넘기지 않는데, 한 마디로 모범 신입사원은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 좋은 사람이 것은 알겠지만 너무 판에 박힌 착함에 살짝 거리감도 느껴진다. 실제 드라마에서 몇몇 동료는 이 같은 모습에 질리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코코로의 이 좋은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며 그로 인해 주변 사람이 달라지는 모습을 의미 있게 담아내어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여기에는 주인공 역을 맡은 쿠로키 하루의 인상적인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코코로는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 가지 못해 겉돌고 있는 동료에게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어린 시절 받은 학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만화가의 옆을 지키며 마침내 그의 재능을 꽃피우게 한다. 이 밖에 회사 내에 여러 가지 문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올바른 길을 걸으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많은 이들의 인생도 바꾼다. 코코로 역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며 진정한 편집자로 거듭난다. 10부작이 다 끝날 때쯤 코코로를 비롯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바이브스 편집부와 만화가를 보며 흐뭇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화는 물론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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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는 만화 주간지 바이브스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출판산업 전반에 대한 희로애락을 담았다. 드라마는 바이브스 편집부원과 만화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곁에서 작가를 응원하지만 판매부수 같은 냉정한 수치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편집부의 현실적인 고뇌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같은 묘사는 비단 만화가 아닌,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의 심정을 대변할 정도다.

책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매일 서점에 들리며, 가판대 배치에 민감해 하는 모습까지 작품은 출판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담아내어 오피스 드라마의 매력도 전한다.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동종 업계 라이벌과 갈등은 물론, 편집부와 영업부 같은 같은 회사 내 부서의 기 싸움도 끊임없이 유발해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럼에도 각자의 노력 끝에 모든 출판인이 듣고 싶은 그 한 마디, “중쇄를 찍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등장 인물뿐 아니라 보는 이의 콧등마저 시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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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특히 회사 내 수많은 책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 날, 출판사 사장이 건네는 이야기는 [중쇄를 찍자]에서 가장 뭉클한 에피소드로 손꼽힌다. 인생을 벼랑 끝에 몰아넣던 그가 우연히 시집 한 권을 읽고 지난 세월을 후회하며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모습은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일깨운다. “살아가는 데 책은 꼭 필요하지 않지만, 단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전하고 싶다”는 그가 생각한 책의 은혜는 이 작품의 진정한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 외에도 사춘기를 힘들게 보냈던 서점 직원이 그 시절을 버터게 해 준 만화작가와 만난 이야기는, 왜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짠하게 건넨다.

이처럼 [중쇄를 찍자]는 출판 산업 종사자, 더 나아가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많은 공감대를 자아낸다. 책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위로한 문화콘텐츠 (영화나 노래, 게임, 드라마 등)에 대한 기억이 있는 분에게도 비슷한 감성으로 다가갈 듯하다.

[중쇄를 찍자]의 한국판 ‘오늘의 웹툰’은 어떻게 나올까?

이제 관심은 올 7월에 방영될 이 작품의 리메이크 [오늘의 웹툰]에 쏠려있다. 과연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의 어떤 점을 취하고 국내 정서에 맞게 바꿀지 많이 기대된다. 다만 원작은 만화 주간지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해 다뤘지만, 리메이크는 온라인 중심 플랫폼인 웹툰 산업을 그린다. 엄연히 두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데, 리메이크는 이 간격을 어떤 식으로 줄여낼지 원작팬의 관점에서 향후 전개가 궁금하다. 물론 [중쇄를 찍자]의 재미와 감동은 유지하며, 오리지널 요소도 적절하게 반영해 훌륭한 리메이크로 다가오길 가장 바란다. [오늘의 웹툰]의 방영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중쇄를 찍자]는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왓챠에서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