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토르: 러브 앤드 썬더]의 나탈리 포트먼과 크리스 헴스워스가 함께 토르의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한 명이 토르라면 다른 하나는 아니어야 맞겠지만, 두 사람 다 토르[?]다운 분장하고 나란히 있는 것을 보면 ‘두 토르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건가?’ 궁금해진다. 물론 7월에 되면 다 알 수 있겠지만.
히어로 네임이 곧 그 인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두 명이 존재하기 어렵다. 상징성 있는 캐릭터의 경우엔 한 명이 이름을 바꾸거나 은퇴하는 식으로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때로는 같은 히어로 네임을 둘 이상이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상업적인 이유가 크게 차지하고 있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유행처럼 보인다. ‘이름은 하나인데, 사람은 여럿’이 사례들을 모아보고, 그에 얽힌 재미있는 비하인드를 들어보자.
- DC 유니버스
배트맨

‘배트맨=브루스 웨인?’ 어쩜 이 공식으로 단정 짓는 것도 고정관념이 될 듯하다. 고담시민에게 상징적 존재가 된 배트맨에게서 영감을 받아 배트걸, 배트우먼, 배트윙 등 변형된 배트패밀리가 줄줄이 등장했는데, 이제는 아예 배트맨 이름을 그대로 쓰는 인물이 나타났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양쪽을 다 돕는 루시어스 폭스의 망나니 장남 티모시 폭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 사고를 쳐서 쫓겨난 티모시는 비밀요원이 되어 각종 범죄와 싸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고담으로 돌아온 뒤, 웨인 엔터프라이즈에서 배트맨의 슈트와 장비를 발견한 티모시는 (늘 그렇듯이….) 고담에 큰 혼란이 발생하자, 직접 슈트를 입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한 마디로 주인 허락도 없이 자기 멋대로 배트맨이 된 셈. 이후 그는 고담을 떠나 뉴욕에서 경찰과 함께 팀을 이뤄 자신만의 활동을 시작했다.
슈퍼맨

클라크 켄트와 로이스 레인의 아들 존은 아버지의 크립톤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에 열 살의 나이에 이미 슈퍼보이라는 히어로가 되었다. 아무리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어린 아들에게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킨다고? 그런데 존이 슈퍼보이가 된 이후 가족이 함께 산 날이 드물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우주여행에 데려가질 않나, 그 와중에 급속도로 성장해 이번엔 미래로 가서 슈퍼히어로 군단에 들어가는 등 벌써부터 히어로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클라크가 우주로 떠난다며, 아들에게 슈퍼맨의 이름을 주고 메트로폴리스의 수호를 맡겼다.
플래시

현재 플래시라는 이름을 동시에 쓰고 있는 사람은 무려 네 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플래시로 활동해온 제이 개릭, 저스티스 리그의 창립 멤버인 배리 앨런, 키드 플래시로 시작해서 가장 빠른 플래시가 된 월리 웨스트, 마지막으로 중국계 미국인이며 멀티버스와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이버리 호가 있다. 플래시가 세대 별로 하나씩 있는 셈이다.
아쿠아맨

빌런인 블랙 만타와 아틀란티스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잭슨은 물을 다루는 타고난 능력 덕분에 아쿠아맨과 함께 하며 여러 히어로 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잭슨은 아쿠아맨이 잠시 지구를 떠난 동안 그를 대신해 세상을 지켰는데, 이 같은 활약을 본 언론은 잭슨을 아쿠아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아쿠아맨이 돌아온 뒤에도 잭슨은 같은 이름을 쓰며 활동하고 있다.
그린 애로우

부유한 바람둥이 올리버 퀸에겐 수많은 연애 상대가 있었는데, 한국계 어머니를 둔 산드라 호크도 그중 하나였다. 산드라는 올리버의 아들인 코너 호크를 혼자 낳아 길렀다. 비록 올리버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아들이었지만,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코너 역시 활의 명수가 되어 또 다른 그린 애로우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 마블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답게 스파이더맨은 현재 세 명이나 된다. 오리지널인 피터 파커와 얼티밋 유니버스에서 온 마일스 모랄레스, 그리고 2099년의 미래에서 온 미겔 오하라가 그 주인공이다. 마블 유니버스와 얼티밋 유니버스를 통합했을 때 사라진 많은 얼티밋의 캐릭터와는 달리, 인기가 많았던 마일스는 그대로 마블 유니버스로 넘어와 또 하나의 스파이더맨으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며, 이 작품에 오스카 아이작이 목소리 연기를 한 2099년의 스파이더맨 역시 짤막하게 등장했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이후에도 수많은 캡틴 아메리카가 존재했지만, 스티브가 직접 후계자로 선택해 방패를 물려준 인물은 ‘팔콘’ 샘 윌슨이다. 최초의 비행 캡틴 아메리카인 그는 인종, 특기 등 많은 부분에서 스티브와 여러모로 달랐기에 일부 시민으로부터 극심한 반대와 혐오를 겪었고, 결국 스티브의 현역 복귀 뒤 다시 팔콘으로 돌아갔다. 갱단과 싸우며 도시를 지키는 일에 나섰지만, 얼마후에 다시 캡틴 아메리카로 돌아왔다.
와스프

오리지널 앤트맨인 행크 핌의 파트너였던 와스프, 즉 재닛 밴 다인은 어벤저스의 창립 멤버로서 오랜 활약을 펼쳤지만, 행크의 위상에 가려지는 일이 많았다. 행크의 첫 번째 아내는 러시아에 납치되어 딸 나디아를 낳고 죽었다. 나디아는 블랙 위도우의 레드 룸에서 훈련을 받으며 핌 입자 기술을 익힌다. 이후 자신의 몸을 축소시켜 미국으로 탈출하고, 재닛을 만나 와스프라는 이름을 공유하게 되었다. 영화에서의 와스프 본명은 ‘호프’ 밴 다인인데, ‘희망’이란 뜻의 이 이름을 러시아어로 하면 ‘나디아’가 된다.
울버린

로건이 잠시 죽었을 때, 그의 클론이자 양녀인 로라가 울버린의 이름과 복장을 이어받았다. 이후, 로건이 살아 돌아오면서 로라는 다시 X-23으로 돌아갔으나, 뮤턴트 국가가 건국된 후 울버린이란 이름을 다시 사용한다. 현재 로건은 엑스포스 팀에서, 로라는 엑스맨 팀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이 죽었을 때 케이트 비숍이라는 소녀가 호크아이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케이트는 몇몇 소년, 소녀들을 모아 영 어벤저스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성인 히어로에게 인정받았다. 이후 살아 돌아온 클린트도 케이트에게 호크아이의 이름을 허락했다. 두 명의 호크아이는 멘토와 멘티 관계로 시작했으나, 어쩐 일인지 점점 케이트가 클린트가 친 사고를 수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데어데블

뉴욕의 헬스 키친을 수호하는 데어데블(맷 머독)은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되자, 참된 일꾼답게 자신보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했다. 전 여자친구이자 암살자이기도 한 엘렉트라는 그 뜻을 헤아려 헬스 키친 지역 전체를 사버렸는데, 그럼에도 교도소에 갇힌 맷 머독이 자신을 믿지 못하자 새로운 데어데블이 되어 지역의 파수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