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세탁소를 운영하며 빚에 허덕이는 ‘상현’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 이들은 아기를 키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채, 법적으로 입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기를 팔아넘기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해 그들은 인신매매범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두 사람은 스스로를 ‘선의의 브로커’라 칭한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아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선정해 아이를 잘 키워줄 최고의 적임자를 찾아준다는 것, 그것이 ‘브로커’라는 단어 앞에 ‘선의’를 붙인 이유다. 그러던 중 의도치 않게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버린 후 다시 자식을 찾으러 온 ‘소영’을 만나고, 그렇게 세 사람은 아기를 위한 ‘최고 부모 찾기’ 여정을 시작한다.

[브로커]는 일찍이 화려한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는 물론, 배두나와 강동원, 이지은과 이주영. 심지어 초등학생 ‘해진’ 역을 맡은 배우 임승수 군과 갓난 아기 ‘우성’ 역을 맡은 박지용 군까지 열연을 펼치며,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이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소영(이지은)이 욕을 내뱉는 순간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무례한 태도로 자신의 아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는데, 잔잔하게 흐르던 영화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몰입감을 더한다. 이 밖에도 이지은은 캐릭터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비치는 즉흥 연기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자아낸다. 내로라하는 배우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연기색깔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브로커]의 완성도에 더욱 힘을 보탠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촬영 당시, 입양 제도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베이비 박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모든 사회가 이에 대한 엄격한 비판을 아이를 버린 어머니에게만 돌려왔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깊이 통감할 듯하다. 아이를 버린 엄마의 죄는 매우 크다. 하지만 책임의 화살을 전부 엄마에게만 돌리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사회나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편이 옳은 것이 아닌가? 같은 의문점을, 주인공 소영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건넨다. 물론 이 물음 속에 영화가 전하는 감동과 긴 여운을 함께 가진 채 말이다.

보육 시설에서 나고 자란 분 중에 “난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들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세상의 불친절에 지쳐 있는 많은 이와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너의 생명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자 더 없는 축복”이라며, [브로커]는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