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로이어]는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소지섭의 4년 만의 안방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명망 받던 흉부외과 전문의가 함정에 빠져 의사직을 박탈당하고, 5년 뒤에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로 돌아와 자신을 낭떠러지에 몰아넣었던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작품이다. 한 마디로 주인공이 의사이자 변호사인, 치트키도 이런 치트키가 없는 최강 능력을 갖췄다. 드라마는 메디컬과 법정이라는 다루기 쉽지 않은 두 장르를 흥미롭게 담아내며, 방영 4회 만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작품의 야심이 어떻게 극적인 재미로 이어졌는지 세 가지 요소로 살펴본다.
소지섭의 효과적인 투잡

[닥터로이어] 포스터나 엔딩 썸네일을 보면 주인공 한이한의 모습을 의사와 변호사로 나눠 따로 보여준다. 두 직업을 선택한 이유나 간극이 이야기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지섭의 연기 역시 여기에 중점을 둔다. 천재 외과의사에서 하루아침에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가 된 주인공 한이한 역을 마치 1인 2역처럼 표현한다.
1-2화에선 의사 한이한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어떤 어려운 수술도 손쉽게 해결하며, 병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지섭은 한이한의 순수하고 성실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 캐릭터의 호감을 높인다. 덕분에 모종의 사건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 한이한의 모습에 더욱 애달픈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3화부터 한이한은 변호사로 부활해 본격적인 복수를 예고하니깐.
변호사 한이한은 의사 때와는 180도 다르다. 냉정하고 계산적인 모습 속에 복수를 위한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쌓아간다. 소지섭의 카리스마가 캐릭터의 무게감에 한층 더 힘을 보탠다. 이처럼 [닥터로이어]는 소지섭의 활약상에 모든 것이 달린 작품이다. 적어도 4화까지 그의 존재감은 어떤 직업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착하고 순수했던 의사 한이한, 복수를 다짐하며 냉정해진 변호사 한이한 모두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밀착해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법정과 메디컬을 넘나드는 전개
주인공이 의사이자 변호사인 관계로 드라마의 장르 역시 메디컬과 법정 드라마를 넘나든다. 소재의 특성상 하나도 완벽하게 다루기 힘들지만, 다행히 작품은 각 장르의 매력을 전개 과정에 적절히 배치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1-2화에서는 주로 메디컬 장르의 특성을 다룬다. 현장감 넘치는 수술 장면을 바탕으로 신기에 가까운 한이한의 의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할 때 소리를 버럭 지르며 수술팀을 이끄는 소지섭의 모습은 묘한 쾌감을 자아낸다.
법정 드라마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의료사고 후 5년 만에 변호사로 돌아온 한이한은 한때 동료였던 박기태의 변호를 맡는다. 기태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한이한은 신들린 언변으로 기표의 의료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며, 법정물에서 놓칠 수 없는 역전의 묘미를 건넨다. 앞으로 드라마는 한이한이 반석병원에서 은폐했던 각종 사건을 파헤치며 자신의 복수를 하나씩 완성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민감한 의료사고 분쟁을 메디컬과 법정물의 특징으로 심도 깊게 다뤄, 장르적 매력은 물론 작품이 담은 사회적 메시지도 강력하게 전할 예정이다.
빌런인가? 동료인가? 두 얼굴의 신성록

소지섭의 묵직한 존재감이 돋보인 [닥터로이어]는 3회부터 또 다른 인물이 눈에 띈다. 반석병원의 투자자이자 로비스트 제이든 리역을 맡은 신성록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까지 이 캐릭터의 성격과 방향이 많은 베일에 가려진 점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겉으로는 반석병원과 결탁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듯하지만, 이면에는 병원의 리스크를 찾고 지금의 관계를 깨려는 분위기다. 또한 극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비밀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신성록은 속을 알 수 없는 제이든 리의 복잡한 모습을 독특하게 그려낸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일을 벌일 것 같은 모습 속에서도 젠틀한 이미지가 있어 묘하게 이 캐릭터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4화에서 반석병원에 칼을 겨눈 한이한에게 전략적 동맹을 제안하며 이야기의 판세를 뒤집는데, 과연 제이든 리는 어떤 속셈을 가지고 한이한에게 접근한 것일까? 신성록의 기묘한 매력 속에 그의 야심이 무엇일지 갈수록 궁금해진다.
[닥터로이어]는 아직 4화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떡밥과 캐릭터의 활약 속에 인상적인 순간을 계속 만들어간다. 각자의 진심을 숨긴 채 일단 손을 잡은 한이한과 제이든 리, 이들을 방해하는 반석병원장 구진기(이경영)의 음모가 매화마다 치열한 마찰음을 빚어내며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한이한의 수술로 동생을 잃은 검사 석영(임수향)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매화마다 의료 과실 법적 대결을 메인으로 배치해 민감한 소재도 과감하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쫓으려다 하나도 못 잡고 놓친다는 옛 속담이 있다. 다행히 [닥터로이어]는 이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메디컬과 법정, 두 장르의 재미를 확실하게 잡아내고 있다. 이 기세가 마지막화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