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제목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왜 오수재인가?]는 살기 위해 독하게 성공을 좇다가 마음이 텅 비어버린 한 변호사의 이야기다. 단정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흥미로운 전개 덕분에 시청자의 관심을 얻고 있다. 과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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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재(서현진)는 국내 최고의 로펌 TK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변호사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확신이다. 자신을 시기하는 동료 변호사들을 압도하고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취임하기 직전, 수재는 국회의원의 성폭행 가해 건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고 피해자인 접대부 박소영을 만나 모욕의 말을 퍼붓는다. 그날 밤 박소영은 로펌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죽고, 여론은 오수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TK의 최태국 회장(허준호)은 여론을 잠재우려 수재를 로스쿨 겸임교수로 보내고, 모든 걸 다 이루기 직전 내쳐진 수재는 로스쿨 리걸 클리닉 센터를 운영하며 TK에 복귀할 기회를 노린다.

[왜 오수재인가?]는 제목 그대로 ‘오수재’라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겐 너무나 다양한, 어찌 보면 상충할 만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놀라운 승소율 뒤엔 약자의 마음에도 기꺼이 상처를 입히는 잔인함이 보인다. 그런데 승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지만, 약자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재판 과정과 변론 곳곳에서 드러난다. 동료 변호사에게 ‘미친년, 독한년’ 소리를 듣고 살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착해 빠졌고, 사랑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저돌적인 애정공세에는 설렘을 느낀다. 게다가 10년 전 억울한 피해자의 옆에서 같이 눈물 흘렸던 플래시백까지 더하면, ‘오수재’라는 인물 자체가 거대한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그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수재는 왜 TK 로펌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걸까? 왜 올라갈 곳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오르려 발버둥 칠까? 10년 전 선량하고 열정적인 변호사는 어디 가고 냉혈한이 되어 버린 것일까? [왜 오수재인가?]는 이렇듯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한 오수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선택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가족, 일, 감정, 관계 등 수많은 요소가 만든 복잡한 인물의 이야기를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밝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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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건 드라마의 주축이 될 ‘로맨스’다. 수재의 로스쿨 제자인 공찬(황인엽)은 수재에게 처음부터 좋아한다고 말하며 저돌적으로 다가선다. 시청자는 공찬의 사연을 안다. 그는 10년 전 수재가 국선변호를 맡았던 소년 김동구이며, 이복동생 살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었다가 1년 후 진범이 잡히며 석방되었고, 자신의 결백을 유일하게 믿어준 수재를 오랫동안 사랑했다. 수재를 만나겠다는 목표 하나로 로스쿨까지 들어갈 만큼 그의 사랑이 깊고 뜨겁다는 걸 시청자는 이해한다. 하지만 수재의 행동엔 의문이 생긴다. 수재에겐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고, 공찬의 진짜 정체는커녕 ‘지도학생’이라는 것 말고 아는 것도 없다. 먼저 입을 맞출 만큼 마음을 주는 게, 오수재라는 인물에게 가능한 일일까?

이처럼 수재의 선택과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시청자는 수재가 한 선택의 이유를 짐작하고, 그의 심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참고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 배우임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오수재 역의 서현진은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원톱 캐릭터”의 모범 답안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시청자가 오수재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들며, 말과 행동 하나에 집중하면서 수재가 그리는 큰 그림에 기꺼이 따라가게 한다. 그렇게 서현진은 오수재를 정말 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지지하고 응원하고픈 인물로 만들었다. “왜 오수재인가?”라는 물음의 답은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왜 서현진인가?”에 대한 대답은 1회만으로도 충분했다.

오수재 같은 인물은 작품에서 많이 만나왔다. 성공에 목말라 있고, 외롭고, 무자비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여리며, 일생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무모함을 갖춘 사람들 말이다. 사는 내내 고독한 투쟁을 벌이는 외로운 영웅들의 서사는 응원하며 보는 맛이 있다. 특히 수재처럼 차갑지만 뜨겁고, 강자에게 더 강하며,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인물에겐 더더욱 그렇다. 지금은 수재의 모든 것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싶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수재가 세상을 피해 꼭꼭 숨긴 비밀을 알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