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괴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여진구와 [여신강림]에서 매력을 뽐낸 문가영이 [링크 :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이하 ‘링크’)]에서 만났다. 은계훈(여진구)이 어느 날 갑자기 노다현(문가영)의 감정과 연결되고 동시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링크’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장르를 판타지 멜로이자 미스터리라고 소개하는 [링크]는 4화까지 이야기에서 그 매력을 천천히 잘 풀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 tvN

다현이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된 계훈은 자꾸만 마주치는 다현에게 점차 신경이 쏠린다. 그는 딱딱하게 건네는 말과는 다르게 살뜰히 다현의 곁을 챙긴다. 다현이 곤경에 처했거나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낄 때면 여지없이 나타나 도와주는 식이다. 드라마는 두 사람을 귀엽고 설렘 가득한 구도로 비추면서도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계훈의 대사처럼 둘의 로맨스 무드에 번번이 제동을 건다. 계훈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어린 시절에 실종된 쌍둥이 여동생 은계영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왔던 계훈은 18년이 지난 지금, 다현과 감정이 연결되자 그가 동생이 아닐까 의구심을 갖는다. 드라마는 4화에서 다현이 계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나, 다현이 남매와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쉽사리 단정할 수 없게 한다. 작품의 장르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판타지 멜로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미지: tvN

미스터리야말로 [링크]의 매력 포인트다. 여동생도 아닌 다현이 어떻게 계훈과 감정이 연결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의문점들이 흥미롭게 등장한다. 첫 화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현이 스토커에게 습격을 받고 거세게 저항하던 중 남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남자가 죽었다고 생각한 다현의 엄마 홍복희(김지영)와 할머니 나춘옥(예수정)은 근처에 버려진 냉장고에 시체를 숨기는데, 냉장고의 주인인 계훈이 냉장고를 다시 가지고 가면서 일이 커진다. 다현의 가족들은 냉장고에 넣어둔 시체를 어떻게 해서든 몰래 빼내 오려고 전전긍긍하고, 다현이 겨우 가게에 잠입해 냉장고를 확인하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진 후다. 이후 스토커가 살아있음이 드러나면서 의문이 해소되지만, 냉장고에서 빠져나온 후 교통사고를 당하는 게 포착되면서 그의 행방에 새로운 의혹이 생긴다.

마을 전체를 아울러 과거부터 이어진 의문점도 여럿 등장한다. 마치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처럼 익숙하게 시체를 치우던 복희와 춘옥의 말과 행동은 이들의 과거를 의심스럽게 한다. 또한, 오래전에 사라진 계훈의 동생은 과연 죽은 것일까? 계영을 데리고 간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최근 에피소드에서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인물이 가게 앞에서 노상방뇨를 하며 어슬렁거리던 한의찬(이규회)이라는 실마리가 드러난다. 그 외에도 피해자 가족인 계훈에게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이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찰이 등장하고, 다현의 스토커와 혈연관계처럼 보이는 이은정(이봄)이 나타나 다현에게 모르는 척 접근한다. 이처럼 수상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니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드라마는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밝고 코믹한 분위기의 추리물처럼 흘러가는 와중에, 여성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위협을 세심하게 짚어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현이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상사의 회식 자리 성희롱 때문이었다. 스토커의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을 정도였던 다현은 정당방위의 방어였어도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자책하는데,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임을 깨닫는다. 과거에 가정폭력을 당했던 복희와 춘옥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동네 주민 조재숙(김현)의 이야기를 듣고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3대 모녀의 투닥거리는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사이사이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4화까지 다양한 의혹을 드러내며 흥미를 유발했던 [링크]는 앞으로의 전개에서 계훈과 다현의 로맨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판타지 멜로와 미스터리의 균형을 잘 맞추어 전개되길 바라며, 계훈과 다현에게 얽힌 과거의 비밀과 관계 변화가 어떻게 풀릴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