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한낮의 무더위는 그래도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밤까지 잠 못 이룰 열대야인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처럼 더위 때문에 울화통 터질 그대에게 해외드라마가 선물을 준비했다. 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호러 드라마가 찾아왔다. 열대야를 잊을 한밤의 정주행 뒤 느껴지는 싸늘함은 분명 주변 온도를 확 낮추게 할 것이다. 공포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스크롤을 내려보자. 단, 이들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더 잠을 설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스터스 오브 호러 (Masters Of Horror)

이미지: 쇼타임

[마스터스 오브 호러]는 2005년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쇼타임에서 방영된 옴니버스 호러 시리즈로, 조 카펜터, 조 단테, 다리오 아르젠토, 토비 후퍼를 비롯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까지,호러계의 거장 13명이 주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참여한 감독들의 네임밸류만큼이나 당시 작품을 방영했던 쇼타임이 유료 케이블이라는 것이 작품의 퀄리티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수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플랫폼 덕분에 긴장감과 식은땀을 동반하게 만드는 적나라한 표현들이 45분의 러닝타임 안에 가득 담겼다. 특히 호러계의 명장이라고 불리는 존 카펜터는 [워킹데드]의 주인공 노먼 리더스를 함께 ‘담배 자국’이라는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고, 시즌 1 피날레를 장식하는 ‘임프린트’는 영화 [오디션]와 [착신아리]로 이미 극한 수위를 보여준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그 수위가 어찌나 높았는지 미국 내에서 방영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였다. 작품 자체는 굉장히 무섭고 재미있지만, 심약자와 임산부 등은 절대 관람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아카이브 81 (Archive 81)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카이브 81]은 오래된 영상물을 복원하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 ‘댄 터너’가 화제로 손상된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화 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아주 기이한 해프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댄 터너’가 화재사고로 손상된 비디오를 복원하며 벌어지는 [현재]와 그 화재사건이 일어났던 비저 아파트 주민들을 인터뷰한 멜로디가 주축을 이루는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호러물의 전매특허인 점프 스케어 구간이 그리 많지 않아 초반에는 다소 인내심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편의 에피소드가 아닌 8부작 전체를 관람하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극의 타임라인이 얼마나 촘촘하게 엮였는지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오컬트, 환각, 지하 의식, 우주적인 존재 등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는다. 틀에 박힌 호러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할만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주온: 저주의 집 (Ju-on: Origins)

이미지: 넷플릭스

[링] 시리즈와 함께 일본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주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탄생되었다. 이 작품은 리메이크가 아닌 시리즈의 기원인 [주온 비디오판]보다 10년 앞선 1988년을 배경으로, 사립학교에 전학 온 카와이 기요미라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기요미는 전학 첫날, 자신에게 친절했던 두 소녀에게 이끌려 사람이 살지 않은 빈 집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문제는 이 불행이 시작에 불과하며, 더 큰 저주가 일어난다. 이후 심령연구가인 오다지마 야스오가 오래전부터 참혹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 저주의 집을 찾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온]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배치하는데, 드라마 역시 그런 경향이 있다. 특히 저주받은 집에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로에게 관여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놓치면 나중에 따라잡기가 힘들다. 이 작품은 무섭다기 보다는 찝찝하고 불쾌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포 장면을 보여주진 않지만 비명 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소름 끼칠 정도다. 다만 소재와 표현 수위가 너무 극단적이라 호불호가 꽤 많이 나눠질 듯하다. (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Detention)

이미지: 넷플릭스

동명 대만 공포게임이 원작인 [반교: 디텐션]은 한 차례 영화로도 선보여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후 게임과 영화로 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8부작 드라마로 제작, 넷플릭스를 통해 팬들과 다시 한 번 만난다. 게임과 영화 [반교: 디텐션]은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아무도 남지 않은 학교에 팡루이신, 웨이충팅이라는 두 학생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상태에서 그들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고 동시에 귀신들이 들끓은 학교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로 제작된 [반교 디텐션]은 원작의 배경이었던 60년대 이야기가 짤막하게 등장하고, 시간 배경은 90년대 후반으로 곧장 넘어온다 주인공인 소녀 ‘류윈샹’은 어머니와 함께 영국에서 진학률이 높다는 추이화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고, 그곳에서 ‘청원량’을 만나며 이후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영화(게임)와 다른 내용이지만, 에피소드가 흐를수록 여러 가지 접점이 나와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이 담겨 있는 공포 그 이상의 슬픔과 사회적 메시지는 꽤 많은 여운을 건넨다. 다만 드라마 자체가 영화(게임) 그 이후 이야기를 복잡하게 담고 있기에 이 작품만 보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다. 시간이 된다면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드라마를 접하는 것을 추천한다. (넷플릭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크림]의 작가 ‘케빈 윌리엄스’가 각본을 쓴 틴호러무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탄생 25년 만에 미니시리즈로 돌아왔다. 물론 공포의 살인마 피셔맨과 함께 말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영화와 비슷하다. 졸입식 날 밤 누군가를 차로 친 10대 무리가 이 사건을 묻어둔다. 하지만 1년 후 의문의 살인자가 등장, 그들이 벌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숨막히는 공포가 시작된다. 영화 자체가 단순한 이야기라 이걸 어떻게 드라마로 확장시킬지 걱정이 컸다. 제작직은 영리하게도 영화의 몇몇 설정을 교묘하게 비틀며 재미를 자아낸다. 원작보다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특히 주인공이 쌍둥이라는 결정적인 차이점을 배치해 초반부터 다양한 반전으로, 오리지널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영화의 몇몇 장면이 생각나는 오마쥬는 원작팬들의 팬심을 자극한다. 97년에 영화를 본 관객들에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드라마로 처음 본 시청자들에게는 슬래셔 장르의 매력을 건넬 작품으로 다가온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