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슈퍼히어로, 데스 게임, 독특한 캐릭터에 집중한 드라마가 안방에 범람할 동안, 한 드라마가 조용히 우리 곁에서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20년 첫 방영한 [트랜스플랜트](Transplant)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캐나다 토론토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일과 생활을 그리는 메디컬 드라마다. 아직 한국 시청자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는 첫 시즌부터 호평받았고,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연 어떤 점이 드라마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트랜스플랜트] 줄거리 – 난민 출신 의사의 응급실 이야기

이미지: NBCUniversal International Studio

주인공 바시르 하미드는 시리아 출신의 외상외과 의사이다. 내전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식당에 차량이 돌진하며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치자, 바시르는 현장에 있는 도구만으로 응급 처치를 해 모두를 살린다. 그가 살린 사람 중엔 요크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인 제드 비숍이 있었다. “경력이 확실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바시르가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곳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비숍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바시르를 인상 깊게 보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자리를 제안하고, 바시르는 어린 여동생과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드라마에선 다양한 이유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과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한맛 메디컬 드라마

[트랜스플랜트]는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 그리고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들의 삶을 다양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다. 대형 사고 피해자나 희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등장하고, 의사들은 병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올바르게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한다. 분초를 다툴 만큼 위급한 순간이나 실제 같은 수술 장면도 자주 나온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눈물겨운 사연과, 병상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작품은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에서 자아낼 수 있는,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감동을 전한다.

이미지: NBCUniversal International Studio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드라마틱함’이 기본이지만, [하우스], [그레이 아나토미], [굿 닥터] 등과 비교하면 [트랜스플랜트]는 심심하게 느껴진다. 의학 케이스가 다른 작품보다 덜 극적이란 뜻이 아니라 캐릭터 간 경쟁이 치열하거나 감정이 과한 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아마도 이야기를 이끄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감정적으로 크게 얽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중심인 응급실 레지던트 4인방 – 바시르, 맥스, 커티스, 헌터 – 의 사이는 “선을 잘 지키는 동료들”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모두 전공도 연차가 다르며 따라서 직접적 경쟁자도 아니다.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공유한다는 걸 고려하면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지만, 필요한 순간 주저 없이 동료를 돕는다. 또한 이들의 멘토인 전문의들은 젊은 의사들에게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며 이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인물 간의 드라마적 갈등을 최대한 줄이고 담백하게 그린 덕분에 [트랜스플랜트]는 특유의 순한 맛을 갖춘다. 오히려 이 같은 모습이 본 드라마의 최대 매력으로 다가와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에 피곤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풀어준다.

난민 출신 의사를 통해 말하고 싶은 시의적절한 메시지

이미지: NBCUniversal International Studio

[트랜스플랜트]가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가장 다른 점, 그래서 2022년 지금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한 이유는 바로 주인공이다. 바시르는 [하우스]의 닥터 하우스나 [굿 닥터]의 숀 머피처럼 천재가 아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메러디스처럼 천재의 유산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감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이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아끼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청년이다. 어느 날 그의 평범한 일상이 내전으로 박살나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새 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캐나다에서 그는 합법적으로 난민 신분을 얻었음에도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거나 제대로 된 일과 주거지를 얻지 못했다. 운 좋게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얻었지만, 언제 그것을 잃을지 몰라 불안하다. 게다가 전쟁터에서 쌓은 경험이 서구 병원 응급실의 규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서, 바시르는 짧은 시간 내에 시스템 안에서 직장 내 규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익혀야 한다. 또한 부모님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여동생을 잘 보살피지 못한다는 미안함, 정부군 체포 당시 겪은 육체적,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쯤 되면 일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엄청난 성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는 바시르의 삶을 인간 승리 스토리로 다루거나, 그를 성인군자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차분하지만 고집도 있으며, 실력에 자신이 있고, 그만의 원칙을 고수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젊은 청년을 그릴 뿐이다. 출신 국가나 피부색과 상관 없는, 세계 어디에선가 만날 만한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든 창작자의 선택, 그리고 그 인물에 무게감과 뉘앙스를 더하는 배우 함자 하크의 연기로, 바시르는 2022년 지금 평범하기 때문에 가장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올해 4월 초 시즌 2 방영을 마친 [트랜스플랜트]는 이미 시즌 3 제작을 확정했다. 또한 2022년 캐내디언 스크린 어워드의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캐나다 최고 히트 시리즈의 자리를 굳혔다. 앞으로 바시르와 그의 동료들, 요크 종합병원 응급실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더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순한맛 속에서도 메디컬 드라마의 매력과 메시지를 확실하게 건네는 [트랜스플랜트] 시즌 1, 2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