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TV의 중심이 ‘플랫폼’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작품들이 TV를 통해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중 파라마운트 네트워크의 [옐로우스톤]이 있다.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작가 테일러 쉐리던은 서부극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몬태나 주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의 삶과 흥미진진한 가족 드라마를 펼쳐놓았다. 과감한 시도는 성공을 거뒀다. [옐로우스톤]은 첫 방송부터 채널의 오리지널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021년 말 방영한 시즌 4 프리미어는 8백3800만 명이 시청했고, 시즌 4는 전미 TV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웨스턴 가족드라마 ‘옐로우스톤

이미지: Paramount Network

[옐로우스톤]은 목장 “옐로우스톤”을 소유한 더튼 가족의 이야기다. 서부 개척 시대에 몬태나 주 초원에 자리 잡은 후, 더튼 가족은 6대째 목장을 운영해 왔다. 현재 몬태나에서 가장 큰 목장인 옐로우스톤은 존 더튼(케빈 코스트너)이 이끈다. 그는 가족과 땅을, 생활 방식을 지키기 위해선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와 그의 목장을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옐로우스톤과 접한 원주민 보호구역의 리더 레인워터는 더튼 가족이 인디언의 땅을 빼앗았다고 비판하고, 환경운동가들은 목장의 확장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계하며, 도시에서 온 개발업자들은 골프장과 호텔, 콘도를 지어 외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목장 인근의 소도시까지 “현대 도시적 생활 방식”이 들어오면서, 더튼 가는 땅, 소, 카우보이라는 옛 방식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마지막 집단이 되어간다.

드라마가 더튼 가의 이야기이니 만큼, 존 더튼의 자녀들 이야기도 비중이 크다. 존은 이들 중 옐로우스톤을 “옐로우스톤답게” 이어나갈 후계자를 찾고 기르는 데 고심한다. 천상 카우보이인 장남 리(데이브 어네이블)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둘째 제이미(웨스 벤틀리)는 인정 욕구와 야망이 있는 법조인으로, 자신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배신할 수 있다. 셋째이자 유일한 딸 베스(켈리 라일리)는 뛰어난 투자 전문가이자 아버지와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지만, 과거에 대한 죄책감으로 술과 약을 달고 산다. 막내 케이시(루크 그림즈)는 전직 군인이자 뛰어난 말 트레이너로 생존과 보호 본능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존을 가장 많이 닮았다. 한때 옐로우스톤 밖에서 삶을 일궜지만 결국 목장으로 돌아온다.

‘옐로우스톤’의 두 기둥, 테일러 쉐리던 & 케빈 코스트너

이미지: Youtube JOBLO STREAMING & TV TRAILERS

[옐로우스톤]이 예스럽지만 현대적인 서부극으로 탄생한 데는 테일러 쉐리던과 케빈 코스트너, 두 사람의 공이 크다. 영화 작가로 성공을 거둔 테일러 쉐리던은 첫 TV 프로젝트의 소재로 목장과 카우보이를 선택했다. 할리우드에 오기 전 텍사스 목장에서 나고 말과 함께 큰 카우보이였고, 이 분야를 잘 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쉐리던은 [옐로우스톤]의 모든 각본을 단독 또는 공동 집필하며, 시즌 1의 모든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매 시즌 촬영 전 “카우보이 캠프”를 열어 배우들을 직접 훈련시키고, 시리즈에 출연하는 모든 말을 자신의 목장에서 직접 공급한다. 쉐리던 본인만큼 말을 잘 다루면서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말 트레이너인 ‘트래비스’ 역으로 직접 출연한다.

케빈 코스트너는 드라마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옐로우스톤]을 완성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의 영예를 안긴 [늑대와 춤을]으로도 알 수 있지만, 코스트너는 서부극을 매우 사랑한다. 또한 그는 배우 생활 40여 년 간 거의 영화만 했던 무비 스타다. [옐로우스톤] 이전에 그가 출연한 TV 드라마는 서부 역사극 [햇필드와 맥코이] 한 편뿐이었다. 그런 그가  쉐리던의 대본에 반해 TV 드라마에 합류했고, 그의 카리스마로 ‘존 더튼’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완성했다. 시리즈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다른 분야에서도 드러나는데, 2020년 자신의 밴드 케빈 코스트너 & 모던 웨스트를 통해 [옐로우스톤]과 존 더튼에게서 영감을 얻은 음악 앨범을 발매했다.

21세기의 서부극, ‘네오 웨스턴’

이미지: Paramount Network

[옐로우스톤]은 서부극이지만 총잡이들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거나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없다. 다만 수백 년의 역사가 쌓여 나타난 다양한 삶을 그린다. [옐로우스톤]에는 말, 소, 목장주에 충성하는 카우보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목장과 더튼 가를 위해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더튼 가는 땅, 사람, 역사를 등에 업고 몬태나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휘두른다. 드라마엔 오랜 차별의 역사가 낳은 결과도 담겨 있다. 보호 구역 원주민들은 자원과 기회의 부족에 시달린다. 오랜 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카지노를 세워 돈을 벌 수 있어도, 경제적 혜택이 모두에게 제대로 돌아가는지 의문이다. 한편 외면할 수 없는 변화에 시달리는 서부의 모습도 그린다. 더튼 가의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개발업자들과 외부 자본은 옐로우스톤의 존속을 크게 위협한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사실감 있고, 공감할 만하며, 진정성이 느껴지는 ‘네오 웨스턴’의 모범 답안을 완성한다.

스핀오프 – 1883, 1992, 6666

이미지: Paramount+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옐로우스톤]은 세계관을 확장했다. 그 첫 시도인 [1883]은 “옐로우스톤 더 비기닝”이라 부를 만한 프리퀄로, 서부 개척 시대에 더튼 가족이 몬태나 주 초원에서 목장의 기반을 일구는 이야기다. 샘 엘리엇, 팀 맥그로, 페이스 힐 등이 주연을 맡아,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시대 서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1883]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두 번째 프리퀄 [1923]이 제작을 앞두고 있다. 다른 곳보다 대공황이 10년 일찍 시작된 1923년 몬태나를 배경으로 더튼 가족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생존하고 번영하는지 그리며, 해리슨 포드와 헬렌 미렌이 출연을 확정했다. 나머지 하나는 초기 기획 단계인 [6666]다. 두 작품과 달리 현대가 배경이며, 실존하는 텍사스 주 목장 6666(Four Sixes, 포 식서스)을 중심으로 텍사스 카우보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옐로우스톤]의 주요 조연인 지미(제퍼슨 화이트)가 목장을 떠나 6666으로 향하면서 스핀오프를 예고했다.

[옐로우스톤]은 LGU+와 TVING에서, [1883]은 TVING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2년 7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