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국내 작품의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부부의 세계] 같은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원작을 제대로 각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리메이크가 제작되는 이유는 원작의 독특한 소재와 재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SBS에서 인기 일드 [중쇄를 찍자!]를 리메이크한 [오늘의 웹툰]을 방영해 주목을 끈다. 웹툰 서비스 사이트 네온을 배경으로, 신입사원 온마음(김세정)과 직장 동료, 만화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연 이 드라마는 리메이크의 부진을 깨고 주인공의 이름처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원작과 어떤 점이 똑같고 달라졌는지, 리메이크만의 매력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원작과 달라진 점

이미지; SBS

[중쇄를 찍자]와 [오늘의 웹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만화책과 웹툰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은 만화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이 차이는 꽤 큰 간격을 드러낸다. 원작은 만화책을 중심으로 출판 산업 전반의 애환을 그린다면, 리메이크는 웹툰을 필두로 IT, 인터넷 산업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로 인해 원작에는 없던 사내 정치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인공의 상황을 1년 계약직으로 설정해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한 고군분투가 더 절박하게 드러난다.

온마음의 가족과 회사 동료 등 원작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도 눈에 띈다. 신입사원 구준영(남윤수)이 미녀 웹툰 작가와 묘한 감정선을 주고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10부작인 원작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오리지널 요소를 풍성하게 꾸미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네온 웹툰부를 없애려는 세력도 등장시켜 스토리의 갈등 요소를 증폭시킨다. 이처럼 리메이크는 원작보다 훨씬 더 오피스 드라마의 성격을 강화해 회사 내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고자 한다.

제목은 웹툰인데 만화의 비중이…

다만 이 같은 시도에 비해 작품의 주요 소재인 만화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원작은 “한 권의 만화(또는 책)가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를 메인 주제로 삼는다. 좋아하는 만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편집자들의 열정과 진심을 부각하며, 콘텐츠의 긍정적인 효과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의 웹툰]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웹툰이라는 소재의 독특함에만 기댈 뿐, 해당 콘텐츠를 향한 인물의 애정이나 그로 인한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팀에 융합하지 못하고 겉돌던 구준영이 다시 열정을 찾는 대목에서 원작과의 차이가 크다. 리메이크 버전에서 구준영은 온마음과 함께 일하면서 그의 열정에 감명받고 의지를 다질 뿐이다. 원작에서 자신이 판매해야 하는 만화 내용에 큰 감명을 받고, 숨은 가치를 깨달으며 변화했던 인물의 모습을 리메이크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지금의 걱정은 아직 4화 밖에 진행되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소재가 눈요기 정도로만 그친다면, 이야기의 중요한 방향을 잃은 채 평범한 오피스 드라마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온마음을 담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김세정

이미지; SBS

그럼에도 [오늘의 웹툰]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것은 온마음을 연기한 김세정의 존재감이다. 올초 SBS 드라마 [사내 맞선]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김세정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 온마음의 긍정적인 면모를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사실 온마음은 전형적인 캐릭터다. 착하고, 성실하며, 주변 사람과도 잘 지낸다. 유도 선수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끈기 역시 상당하다. 이 점 때문에 현실 감각 없는 캐릭터로 위화감을 조성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김세정은 온마음의 긍정적인 매력을 특유의 밝고 건강한 매력으로 표현한다. 계약직의 애환도 공감 가게 그려내며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회사 생활의 명암도 놓치지 않는다. 3화에서 정규직 구준영의 공격적인 멘트에 자신의 인생 가치관을 조리 있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년취업 문제 같은 현실의 무거움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노력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또한 원작 캐릭터보다 훨씬 털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일드 특유의 과장된 연출을 완화시키며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온마음의 성장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재미만큼, 해당 캐릭터와 함께 발전하는 김세정의 연기를 만나는 것도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주인공 이름처럼 온마음을 다한 김세정의 열연이 ‘리메이크 드라마는 원작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깨주길 바란다. 출발은 조금 아쉽지만 [오늘의 웹툰]을 반전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