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에서 7개의 다른 인격을 연기한 지성이 tvN 새 수목극 [아다마스]에서 다시 한번 1인 다역을 연기한다. 22년 전 친부를 살해한 진범과 흉기이자 증거인 ‘아다마스’를 각자의 방식대로 찾으려 하는 쌍둥이 형제의 진실 추적기를 그린 드라마다. 피 묻은 비리가 가득한 재벌가를 파헤치는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지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가 드라마를 흥미롭게 한다.

이미지: tvN

먼저, [아다마스]는 만듦새가 좋은 추적극으로서 장르적 매력을 잘 담아낸 점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이야기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어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꿋꿋하게 따라가다 보면 낯설게만 느껴졌던 장면들의 배경이 천천히 밝혀지면서 정교하게 맞물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쌍둥이 형제인 하우신과 송수현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좇는 모습을 따라간다.

동생 우신의 이야기는 해송원 내부에서 진행된다. 추리소설 작가인 우신은 해송그룹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화살 ‘아다마스’를 훔치기 위해 해송그룹 권회장의 저택 ‘해송원’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신은 저택의 보안책임자이자 잠입경찰인 최총괄(허성태)과 해송그룹 장남의 아내 은혜수(서지혜)와 협업해 숨겨진 아다마스가 친부살해범이 사용한 흉기이며 사건의 배후에 권회장(이경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 수현은 해송원의 바깥에서 동생과 다른 방향으로 진범을 추적한다. 검사인 그는 친부 살인사건의 숨겨진 진짜 목격자인 기자 김서희(이수경)와 손을 잡고, 목격자와 범행을 자백했던 살인범을 찾아다니면서 진짜 범인이 따로 있음을 알아낸다. 두 사람은 이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해송그룹 비밀조직 이팀장(오대환)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4회까지 이야기에서 22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의 가닥이 잡히고 흉기의 정체가 밝혀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시에 살인을 자백했던 범인은 진범의 존재를 부인하며 여전히 자신이 범인이라 말하고, 사건의 배후인 권회장과 형제의 친부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아다마스]는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요즘 드라마의 추세와는 달리 느릿하게 흘러가는데, 속도감이 주는 쾌감은 덜해도 다량의 정보를 하나하나 공들여 풀어내 스토리 진행을 이해하기 쉽다.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주요 실마리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사건의 배후가 퍼즐을 맞추듯 드러나면서 추적극이 주는 장르적 쾌감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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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품마다 믿고 보는 연기를 선보였던 지성은 이번에는 1인 2역 연기로 어김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겉보기엔 비슷한 듯하면서도 표정과 어투, 행동에 섬세한 차이점을 두고 정반대의 성격과 분위기를 가진 쌍둥이 형제 우신과 수현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인데, 특히 해송원 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특히 눈에 띈다. 해송원은 외부의 세계와는 달리 동떨어진 외딴섬에서 독자적인 계급 사회를 구축한 것처럼 기묘한 느낌을 주는데, 황정민이 연기하는 권집사는 이러한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괴팍한 성격과 잔인한 면모, 권회장을 향한 과잉 충성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기묘한 분위기를 한껏 돋우면서 드라마의 매력을 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권회장을 연기하는 이경영이다. 올해 공개된 드라마에만 무려 다섯 편째 출연 중인데, [어게인 마이 라이프], [왜 오수재인가], [닥터로이어]를 거쳐오면서 꾸준하게 권력과 재력을 가진 악역을 맡았다. 비슷한 성질의 인물을 한 배우가 연달아 맡아 큰 변화폭 없이 연기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시청자에게는 작품의 기대와 재미가 반감되고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지루하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4분의 1 지점을 넘긴 지금, 우신과 수현은 접차 어둠의 세력과 직접적으로 맞서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조력자와 협업해 주요 증거인 아다마스에 닿을 수 있을지, 그렇게 해서 최종 보스인 권회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보여줄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