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정신과 의사? 몸이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는 의원의 활약을 그리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하 유세풍)]이 방영을 시작했다. 조선 시대의 정신과 치료라는 소재와 김민재, 김향기, 김상경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참여하는 것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드라마는 기대한 만큼 따뜻하고 아름다운데, 그만큼 전개도 흥미롭고 캐릭터의 개성도 강해서 시청자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 유세풍(김민재)은 명문가 출신으로 문과와 의과에 합격하고 내의원의 수석 침의로 일할만큼 유명했다. 살리지 못한 병자가 없을 만큼 실력도 자신감도 충만했지만, 가장 중요한 환자, 왕이 치료 도중 죽자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집어진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한양에서 쫓겨나고, 손떨림 때문에 더 이상 침을 들 수 없게 되자, 세풍은 죽을 결심을 한다.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에 한 소녀가 그를 구하고, 소녀는 그에게 목숨을 꺾지 말라고 말한다. 1년 후, 여전히 방황하는 세풍은 소락현이란 작은 마을에서 물에 빠져 죽으려는 한 여인을 구한다. 그러면서 동네 계수의원의 의원 계지한(김상경)의 눈에 띄고, 반협박을 받아 그곳에서 의원 일을 시작한다. 세풍은 환자들의 맥을 짚고 병증을 물으며 자신의 의술 지식을 다르게 쓸 방법을 찾아간다. 또한 그를 구했던 소녀이자 그가 구했던 여인, 은우(김향기)를 치료하며 그가 세상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다.
조선 시대 사극 속 의원의 실력은 곧 침술 실력이라 할 만큼 침술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유세풍]은 트라우마 때문에 침을 놓지 못하는 의원이라는 설정을 전면 배치하고, “마음에 침을 놓는” 정신과 의사라는 캐릭터를 내세웠다. 세풍은 환자에게 질문하고 병증을 기록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눈앞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이는 산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의 말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세풍은 계지한, 그리고 계수의원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 은우와 함께 마을의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특히 똑똑하고 호기심이 강하며, 법의학에 통달하고 시체를 무서워하지 않는 은우는 세풍의 믿음직한 파트너가 된다. 두 사람은 남성과 양반 중심 사회에서는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여인과 평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진실을 드러내고 잘못한 이들이 심판받도록 뛰어다닌다.
세풍이 소락현에서 만난 이들, 계수의원 사람들과 그의 환자들의 사연은 드라마의 다른 축이다. 은우뿐 아니라 어지럼증을 앓는 광대, 몽유병 때문에 누명을 쓴 소녀, 손을 떠는 양반가 규수와 억울하게 죽은 노비까지 다양한 이들이 계수의원을 방문한다. [유세풍]의 작가진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야기들은 옛날이 배경이지만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을 담아냈다. 드라마는 이를 자아발견의 여정,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가족드라마, 흥미진진한 추리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원인, 증상, 해결 방식은 각각 달라도, 모든 이야기는 드라마가 하고픈 메시지에 다다른다. 병을 발견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어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따뜻한 마음에 공감한다면, [유세풍]의 이야기는 힐링으로 다가올 것이다.
[유세풍]엔 세풍이나 은우만큼 특색 있는 캐릭터가 많은데, 그중 세풍과 은우를 거둔 계수의원 사람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지한은 부자에게서 돈을 받아내 빈자를 구휼하며 소락현 양반들과 충돌하지만 자신의 뜻을 절대 굽히지 않는다. 또한 툴툴거리면서도 세풍의 마음의 상처를 알아보고 그를 품었고, 정신적 학대에 시달린 은우도 거뒀다. 그 외에도 의술과 요리는 못하지만 그림은 잘 그리는 입분, 매병을 앓아도 자식 사랑을 잊지 않은 할망, 이민족 출신으로 계수의원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남해댁, 뛰어난 지능을 뽐내는 장군 등도 있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주류 사회 바깥에 있다. 모든 기회를 빼앗긴 세풍과 더 이상 양반가 규범을 따르지 않기로 결심한 은우까지, 소외된 사람들이 마음을 맞춰 살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이제 계수의원과 소락현의 소개를 마무리한 [유세풍]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풍과 은우를 중심으로 병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의 사연을 푸는 메디컬 또는 추리극이 극의 중심이 되겠지만 다른 이야기도 펼쳐질 것이다. 세풍이 가족도 잃고 내의원에서도 쫓겨나게 한 선왕 시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소락현을 쥐락펴락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양반들의 악행이 드러나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다. 또한 서로의 목숨을 구한 세풍과 은우가 스승과 제자, 수사 파트너로 함께 하며 서로에게 감정을 쌓은 과정도 눈길을 사로잡을 듯하다. 시즌제로 계획된 만큼 [유세풍]이 다양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며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지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