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열이면 아홉 복권을 구매한다고 답하지 않을까. 암호화폐를 매수하겠다는 답도 많을 것 같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면 놓쳤던 기회를 붙잡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래 소개할 작품들은 모두 시간 여행을 다루지만 품고 있는 주제 의식은 저마다 다르다. 심지어 어떤 작품은 시간 여행을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시간 여행이 위험을 감수할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도전, 시간 여행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문 섀도우 – 늙어 가는 형사, 늙지 않는 용의자

불행의 싹을 제거하면 미래의 참극을 막을 수 있을까? [문 섀도우]는 비극의 원인이 되는 사람을 없애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어쩌면 급진적인 전제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1988년, 필라델피아 경찰 토머스 록하트는 미스터리의 연쇄살인범을 쫓기 시작한다. 막다른 곳으로 몬 순간 살인범이 지하철에 치여 허망하게 죽는다. 그러나 9년 후, 동일한 수법의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동료 경찰들은 모방범이라 치부하지만 토머스는 비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범인은 동일 인물이며 미래에서 왔다고.
[문 섀도우]는 1시간 30분 동안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킬링 타임 용으로 좋다. 찬반논란이 갈릴 수 있는 주제 의식에 집중하기 보다는 액션과 스릴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는 것도 장점이다. 철학적인 요소는 생략하고 쫓고 쫓기는 두 주인공에 집중한 덕분에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고 결말까지 도달한다. 한 마디로 [문 섀도우]는 SF 요소가 첨가된 형사물이다. 때때로 시체와 유혈 장면이 등장하니 유의하고 시청하기를 바란다.
폭풍의 시간 – 25년을 기다렸으니 이젠 제 차례에요

천둥과 비가 몰아 치던 밤, 베라는 오래된 TV를 통해 25년 전 한 소년과 연결된다. 죽을 운명이던 소년을 살린 베라.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현실이 뒤바뀌어 있었다. 직업과 배우자도 자신의 기억과 달랐고 심지어 사랑하는 딸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베라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하루. 모두가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베라는 딸에게 돌아가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폭풍의 시간]은 엇갈린 시간 속에 운명처럼 엮인 니코와 베라의 로맨스를 그린 SF 영화다. 소년과 베라의 관계가 뿌리를 내리고 살인 사건이 큰 줄기를 이룬다. 베라의 기억과 현실의 간극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니코의 순애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혼란스러워하는 베라를 돕는 니코의 외사랑은 영화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든다.
한편 [폭풍의 시간]은 긴 호흡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전개 속도가 느리다고 실망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기 때문에 참고 보기를 추천한다. 꼬여 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마지막 30분이 기다림을 보답할 것이다.
어제가 오면 – 어제로 돌아가면 다 괜찮을거야.. 아마도?

[어제가 오면]은 시간 여행 장치를 개발한 고등학생 듀오가 예정된 죽음을 막기 위해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CJ와 서배스챈은 정확히 24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여행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앞세워 명문 대학에 진학할 생각에 흥분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제로 돌아간 CJ와 서배스챈은 CJ의 오빠 캘빈의 죽음을 목격한다. CJ와 서배스챈은 하루 전으로 돌아가 캘빈의 죽음을 막지만, 대신 다른 누군가가 희생된다. 시간 여행을 반복할수록 CJ와 서배스챈은 죽음을 경험하고 가족 같았던 둘의 관계는 악화된다.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수록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튀어나오는 점에서 [어제가 오면]은 [나비효과]를 연상케 한다. 다만 [나비효과]가 운명론에 기반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어제가 오면]은 경찰의 과잉 진압, 인종차별, 구조적인 빈곤이라는 현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다. 캘빈의 사망도 그렇다. 흑인 무장 강도를 쫓던 경찰들이 캘빈을 용의자로 오인해 총을 쏴 죽였고, 그의 죽음은 거리에 인권 시위를 촉발한다.
한편 주인공 CJ는 “바꿀 수 있어”(I can fix this)라고 여러 차례 말하지만 그런 그를 비웃듯 연달아 새로운 난관이 나타난다. 천재 공학도지만 사고 수습에는 영 소질이 없는 CJ. 과연 CJ가 어제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어제가 오면]은 미성숙한 10대 주인공을 앞세워 시간 여행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는데, 이러한 신선한 설정이 흥미를 자극한다.
애덤 프로젝트 – 안녕? 과거의 나 / 잘 지냈니? 미래의 나

[애덤 프로젝트]는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풀기 위해 2050년에서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애덤이 비행 시스템 오류로 2022년에 떨어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액션 영화다. 유난히 유약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삐뚤어진 12살의 자신을 대면한 마흔 살의 애덤. 그는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행 시 필요한 DNA가 같은 12살의 애덤과 팀을 이루게 된다. 두 사람은 2018년으로 무사히 시간 여행을 떠나고, 애증 관계인 아버지를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애덤은 힘을 합쳐 그들을 위협하는 악당에 맞서고, 아버지와 극심했던 감정의 골을 메우며 부자 관계를 회복한다. 더불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애를 깨닫는 따뜻한 에피소드를 통해 성공적인 시간 여행 서사를 선보인다. [프리 가이], [데드풀 3]까지 최근 좋은 콤비플레이를 보이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주연)와 숀 레비(감독)가 이 작품을 함께 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어릴 적 상상력에서 시작됐다는 액션 어드벤처 [애덤 프로젝트]는 스펙터클한 스케일은 물론, 유머와 감동 코드를 적절히 섞어내며 복합적 재미를 선사한다.
콜 – 낡은 전화기로 연결된 20년의 간극

넷플릭스 한국영화 [콜]은 타임슬립 소재를 스릴러로 풀어낸 영화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이 사용하지 않는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 1999년에 살고 있는 영숙과 전화가 연결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우정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영숙의 광기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영숙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서늘하고 날카로워진다. 서연은 생존을 위해 영숙에 맞서면서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끝날 때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전개와 탁월한 연출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콜]은 매튜 파크힐 감독의 영화 [더 콜러]를 원작으로 하였으나, 다수의 부분을 한국 감성에 맞게 각색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는 강렬하고 매서운 연기로 영화에 색깔을 더하며, 그의 신 엄마로 등장하는 이엘 역시 한국 고유의 서늘한 정서를 덧칠하여 차가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긴장감 넘치는 시간 여행 서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영화 [콜]을 추천한다.